대학원생에서 교수, 그리고 CEO까지
<지스트신문>은 5월 16일 교육자의 날을 맞이해, GIST와 20년 가까이 함께한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송영민 교수를 만났다.
현재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 교수로 재직 중인 송영민 교수는 2004년에 GIST 정보통신공학과 석사 입학 후 2011년에 정보기전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그는 석박사 시절부터 GIST에 교수로 부임한 후로 지금까지 줄곧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A동에서 지냈다.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
송영민 교수는 교수 생활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지도와 보람, 자유로운 연구’를 꼽았다. 그는 “당장 연구 결과가 상용화되지 않더라도 가치 있다 생각하는 주제를 연구할 수 있어, 일반 회사나 연구소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며 교수가 갖는 특별한 가치에 관해 설명했다.
자연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다
송영민 교수는 자연이 연구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자연은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며 자연스럽게 최적화돼, 인간이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연이 내 연구에 큰 영향을 줬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자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 논문을 작성하고 유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송 교수는 연구를 통해 카메라의 성능을 발전시키기보다는, 기존 구조를 탈피한 독특한 카메라 구조를 설계한다. 이전에는 물고기의 눈을 모방한 카메라를 개발했고, 지금은 게의 눈을 모방한 카메라를 연구한다. 또한, 나방의 눈을 묘사한 구조를 태양전지와 LED에 적용해 효율을 높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미국 유학 시절에는 파리의 눈을 모방한 카메라를 제작했다.
자연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에 대해 “대화나 매체에서 주워들은 것을 어떻게 연구로 구체화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주로 논문과 서적을 읽어보며 아이디어를 찾아본다. 특히, 전자공학보다는 자연에 관한 책에서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실 책장에는 전자공학과 광학에 관한 책보다 자연을 비롯한 다분야의 책이 눈에 띄었다.
송영민 교수는 외국에서 유명한 논문들을 보고 복사냉각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복사냉각 기술을 “특수한 구조나 소재의 조합을 통해 대기가 반사하지 않는 특정 파장의 복사 파를 내보내, 물체에 다시 복사 파가 돌아오지 않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이용해서 스마트워치나 자동차를 외부 전원 없이 냉각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사냉각구조 연구 또한 사하라 사막에서 서식하는 은개미의 머리카락 구조를 모방한 것으로, 자연으로부터 얻은 놀라운 아이디어 중 하나다.
창업에 도전하다
송영민 교수는 자신이 개발했던 복사냉각 기술을 통해 foel(flexible opto electronics laboratory)을 창업했다. foel은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화해 판매를 목표로 하는 신생 기업이다.
송영민 교수는 기술 창업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연구하다 보면 당장 상용화가 될 기술 연구를 상대적으로 덜 하게 된다. 현재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도 필요하다”며 창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던 와중 복사냉각 기술을 가까운 미래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창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복사냉각을 통해 외부 전원 없이 물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시켜 에너지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겠다는 창업 목표를 세웠다. 창업 목표에 관해 설명하며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한 지구온난화 문제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 나아가 송영민 교수는 기술이전을 하지 않고 창업을 통해 직접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제품 제작에 대해 “기술이전을 하면 분명 편하겠지만,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가치를 인정받고 활용될지는 불투명했다. 그래서 이 기술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우리가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창업과 난관, 열정으로 맞선다.
송영민 교수는 재정관리나 경영이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에 관해 구체적인 돈 문제나 시장 문제를 설명하는 것이 창업 경험이 적은 사람으로서 어려웠다고 했다. 미래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학회와 달리, 창업은 기술에 대한 현재 가치와 시장 가능성을 따진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점이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과 재정관리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야 하는 내용이 많은데, 연구와 병행까지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들어 힘들었다”며 자신의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초기에 창업 시스템에 대해 잘 몰라서 어려웠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엔젤투자를 통해 회사의 지분을 일부 분배해주는 대신 경영과 창업 노하우를 얻어 경영 시스템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다. 초기에 투자하는 데서 친절하게 지도를 해주므로 경영과 재정관리지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주저하지 말고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을 과감히 시도해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송영민 교수는 학생들에게 진로를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GIST 학생들은 무조건 대학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학원을 갔다고 해서 좋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나가면 더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다. 즉, 대학원은 선택지의 하나일 뿐,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그는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고 싶다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좋다. 학부에서 전공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동시에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인턴 경험을 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을 위해서도 조언했다. 송영민 교수는 요즈음 시대에서 유학의 실효성이 과거보다 약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옛날에는 미국 내 유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메리트가 있었는데 현재는 박사학위를 받은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평가하기 어려울뿐더러 논문 실적이 별로라면 학위 자체로는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일렀다.
유학을 원한다면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후 박사 후 연구원으로 유학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추천했다. 그는 “현재는 한국에서 박사만 하고는 좋은 자리에 가기 어려워, 해외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거쳐 한군데 정도 경험을 더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박사 때까지 실적이 출중해야 하며, 학부나 석사 과정 중에 논문 경험을 많이 쌓으면 좋다”고 전했다.
송영민 교수는 “GIST의 미래는 학생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작은 무언가라도 하나씩 열심히 배우고, 고민하고, 시도하면 얻는 게 있을 것이다”라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GIST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자리를 잡게 도와준 학교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 여러분도 잘 따라주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