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주개발, 모두의 염원을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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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0월 21일 발사된 누리호의 모습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0월 21일 발사된 누리호의 모습

나로호 이후 약 10년 만에 이뤄진 누리호 발사를 통해 온 국민이 항공우주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지스트신문>은 GIST 출신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이효영 박사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안형준 박사, 한국천문연구원(KASI) 박영득 원장을 만났다. 전문가와 함께 한국과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우주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류는 왜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는가‘에 답했다.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현황. 한국은 일부 기술 선도국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항공우주에 대한 대한민국의 염원을 담은 누리호가 발사됐다. 누리호는 한국의 우주개발 수준을 나타냈고, 세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한국 우주개발의 위상은 세계의 어디 즈음에 위치할까.

인류의 본격적인 우주개발은 1957년 구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 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61년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 올라갔고, 이어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유인 달 탐사에 성공했다.

이후 우주개발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과거 냉전 시대를 겪으며 나타난 서구권 국가의 우주 경쟁 구도가, 발사체를 포함한 다양한 우주 분야에서의 연구를 이끌어냈다. 특히, 우주개발 연구를 위해 이용된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이른바 ‘스핀오프(spin-off) 기술’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민간 우주 사업체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우주 산업의 발달을 앞당기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의 우주개발은 1992년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리면서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늦은 시기에 시작했지만, 우주개발 강국과는 한 걸음 차이밖에 남지 않았다. 우주개발 분야를 연구하는 국가는 ▲우주개발 선진국 ▲일부 기술 선도국 ▲후발 우주 개발국 ▲우주개발 개도국으로 나뉜다. 현재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주개발 분야로는 관측·과학·통신 위성, 발사체, 유·무인 우주 탐사, PNT(항법 기술), 우주 상황 인식 등이 있다. 우주개발 선진국은 이미 대부분의 우주개발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국가로, 미국, 유럽 연합,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6개국이 속한다. 일부 기술 선도국은 최신 우주개발 영역인 항법 장치 및 유·무인 우주 탐사를 제외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이다. 한국이 이에 속한다.

한국은 우주개발 연구를 늦게 시작했음에도,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일부 기술 선도국 중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우주개발 투입 예산은 0.039%로 OECD 가입국 평균(0.04%)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이는 세계 9위에 드는 수준으로, 한국의 경제 수준(GDP 지수 세계 10위)과도 비슷하다. 다만,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대비 비중은 3.07%로 OECD 가입국 평균(8%)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국가 전체 예산 대비 R&D 예산 비율이 세계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정부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STEPI 안형준 박사는 “국내의 GDP 대비 우주개발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이 많기에, 후발 국가임에도 위성체 및 발사체 기술 측면에서 선진국을 추격 중이다”라며 정부 지원 덕에 급성장할 수 있었음을 밝혔다.

우주개발에 정부 예산 투자를 늘리는 이유에는 국제정세에 대한 고려도 한몫한다. 특히 발사체 기술 확보는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안 박사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상 독자적인 발사체를 갖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국방 분야에서의 중요성을 전했다. 타 국가의 예시로, 이란, 북한, 이스라엘 등 군사분쟁 국가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높은 순위의 경제수준(GDP 13위)과 충분한 항공우주 역량이 갖춰졌음에도 주적이 없어 발사체 연구보다 다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안 박사는 “세계 각국은 자국이 처한 정치적, 지리적 상황 속에서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 분야를 결정하는데, 우리나라도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우주개발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우주개발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우주개발 연구 중 하나로 우주 환경 연구가 있다. KASI 박영득 원장은 “국내의 행성과학 및 우주 환경 분야 연구는 가히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이 이미 우주개발 및 탐사 분야의 고점에 도달했음을 밝혔다. 특히 우주 환경에 관한 연구는 실생활과 직결된다. 그 예시로 태양 활동량에 따른 민항기 항로 변경이 있다. 태양의 플레어*에서 나오는 고에너지의 전하가 지구 자기장에 의해 극지방에 집중되기에, 항공기가 극지방을 지나는 경우 방사선에 피폭될 위험성이 크다. KASI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 항공업체로 하여금 항로가 극지방을 피하도록 설정한다. 이외에도 우주 쓰레기 감지, 화성-지구 간 소행성의 감지 등 우주 환경 관련 연구가 우주개발의 한 분야로 국내에서 자리를 잡았다.

다른 주요 우주개발 분야는 발사체 연구다. 한국의 발사체 연구는 2009년 나로호의 발사에서 시작됐다. 2000년 초부터 추진된 나로호 연구는 총 3차례의 시도 끝에 성공했으나, 2013년 3차 시도로 발사된 로켓의 일부가 러시아의 기술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더 많은 예산의 투입과 함께 추진체 및 발사체 연구에 보완을 가해, 마침내 2021년 10월 21일,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됐다.

10월 21일 발사된 누리호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발사 당시, 발사체 기립과정의 모습.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누리호 2차 발사는 2022년 5월 예정되어 있다.

항공우주의 염원을 담아낸 누리호

누리호는 이륙 후 1단과 2단, 페어링, 2단과 3단의 분리 및 점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누리호 엔진의 핵심 기술인 1단 클러스터링 엔진 연소가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3단 엔진 연소의 조기 종료로 목표 속도에 미치지 못해, 탑재체의 지구저궤도 안착은 실패했다.

KARI 이효영 박사는 “발사 및 비행 절차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는 점에서 연구원 내부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최종 임무까지 성공하지 못한 점에서 연구진들의 아쉬움이 크다”며 누리호 발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KASI 박영득 원장은 “페어링까지 오차없이 성공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2022년 5월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에서는 1.5톤의 위성 모사체만 탑재했던 1차와 달리, 위성 모사체의 무게를 1.3톤으로 줄이고 0.2톤의 성능 검증 위성도 함께 탑재한다. 이 박사는 “성능 검증 위성을 통해 누리호의 위성 궤도 투입 기술, 우주 환경에서의 운용성 및 성능을 검증하고자 한다. 더불어 추가 탑재되는 5기의 큐브 위성을 분리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위성의 목적과 기능을 설명했다.

누리호 2차 발사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발사조사 위원회’를 구성했다. 해당 위원회에서는 KARI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한다. 박 원장은 “만약 2차 발사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의 탑재체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국가가 된다”며 누리호 2호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를 전했다.

또한, 이 박사는 “국내 발사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성능 엔진 개발 및 상단 재점화 기술 확보 등의 성능 개선으로 임무 수행 역량을 확대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상업용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향후 한국형발사체의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70년 달 탐사 공백기,

또다시 달로 향하는 인류

태양-지구계의 라그랑주점(L1~L5) 위치를 설명하는 그림이다.
삽화 = 윤세림 기자

인류가 현재 달에 가지 않는 이유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이에 대한 근거로 냉전 시기의 정치적인 배경을 제시했다.

1900년대 중반에 인류가 달 탐사를 활발히 진행했던 이유는 미국과 구소련 간 냉전의 영향이 매우 컸다. 당시 미국은 달 탐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정치 및 경제적으로 매우 큰 이득이었기에 무려 미국 전체 예산의 5%를 우주개발에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은 구소련이 달 탐사 경쟁에 더 나서지 않게 된 이후, 유인 달 탐사를 위한 돈과 인력을 별도로 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중국, 일본,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도 우주개발 예산을 점차 확대함에 따라 달에 우주선을 보냈으며 유인 우주 탐사도 계획하고 있다. STEPI는 “미국은 2024년 NASA(미 항공우주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에 사람을 보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Space X와 같은 민간 사업체도 달과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달 탐사를 향한 노력이 다시 이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한국 또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STEPI 안형준 박사는 “과학기술의 진보는 과학기술인이 연구를 쉬지 않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예산 확보를 위해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을 설득해야 하기에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이 맞아야 과학기술 연구에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전했다.

우주,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의 영역

대부분 국가에서 우주개발을 진행하는 목적은 ▲과학기술 지식 확장 ▲경제적 효과 수혜 ▲국방 및 안보 ▲삶의 질 개선 ▲국민 자긍심 증진이다. 전 세계적으로 과거에는 우주개발을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과학기술 지식 확장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KASI 박영득 원장은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개발된 기술이 중요하다. 스핀오프 기술이 이의 단편적인 예시”라며, 호기심으로부터 발전된 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과학계에서 정치적 분쟁보다 인류 과학기술 지식 확장에 집중하는 정세에 따라, 전 세계가 첨단 우주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그 예시로, 소행성 탐사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왕복이 어려운 태양계 행성과는 달리 소행성은 탐사가 쉽다. 특히 화성보다 멀리 있는 소행성대가 아닌, 화성과 지구 사이에 있는 소행성이 관심 대상이다. 달은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됐기에, 지구상에서 볼 수 없는 광물이 다수 존재한다는 등의 이유로 소행성은 더욱 연구 가치가 높다.

민간 우주 산업체도 첨단 우주개발 사업 주체로서 빼놓을 수 없다. 외국에는 이미 우주에서 사업할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안 박사는 “위성으로부터 각종 데이터를 얻어 빅데이터, 기계학습, AI 기술 등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며 우주개발 기술을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다.

한국도 첨단 우주개발 사업의 국제정세를 따라가는 중이다. 한국은 이제 막 독자적인 발사체 역량을 갖췄고, 최신 우주개발 연구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내년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우주 탐사에 대한 정책 연구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KASI에서는 본격적으로 우주 상황 인식 분야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갖췄고, 발사체 상단의 탑재체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임을 밝혔다. 또한 KARI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발사 추진체 및 PNT(항법)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유인 우주 탐사의 경우 현재의 10배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기에 진행을 보류하고 있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흥미로운 연구로는 ‘L4 탐사선 계획’이 있다. 지구의 공전 궤도 주변으로 태양에 의한 5개의 중력 평형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라그랑주점(Lagrange point)이라고 부른다. 5개의 점(L1 ~ L5)이 존재하며, 이 지점에서는 에너지 소모 없이 궤도에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기에 세계 각국이 점거하고자 한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두 지점 L1, L2는 이미 NASA가 점거했고, 태양의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L3 지점은 태양으로 인한 통신 방해 등에 의해 후 순위 연구 대상으로 밀려났다. 한편, 한국은 독자적인 기술로 위성을 쏘아 연구 가치가 높은 L4 지점을 점거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태양 자전과 지구 공전의 영향으로, L4 지점의 위성이 태양을 제일 먼저 관측함으로써 태양 폭발 등이 지구에 미칠 영향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며 L4 탐사선 계획이 가진 높은 가치를 시사했다.

우주개발은 결코 단기간에 성과를 일궈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인공위성 개발은 최소 3년, 발사체는 10년을 투자해야 원하는 결과를 겨우 얻어낼 수 있다. 이렇듯 우주 분야 기술은 정부의 꾸준한 지원 없이는 결코 성사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 박사는 “과거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지배한 국가가 강했던 것처럼,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패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대우주 시대를 전망했다.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국민의 성원이 계속돼야 한다.

 

*플레어 : 태양에서 나타나는 폭발로, 고에너지 입자들이 방출되는 현상
1) 클러스터링 기술 : 다수의 엔진을 하나의 엔진처럼 묶어 동시에 연소시키는 기술
2) 지구저궤도 : 지구의 지상에서부터 고도 2,000km까지의 인공위성 궤도
3) 위성모사체 : 위성과 같은 무게의 시험용 탑재체
4) 큐브 위성 : 부피 1L, 질량 1.33kg을 넘지 않는 초소형 인공위성
5) 상단 재점화 기술 : 발사체를 재활용하기 위해 발사체가 지구 착륙 시 다시 점화하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