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오염수, 위험하다 vs 안전하다… 진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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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윤세림 기자

지난 2월 28일, 일본의 오염수 4차 방류가 시작됐다. 오염수가 충분히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도쿄전력과 반대 서명을 주도하는 시민 단체, 각기 다른 태도의 국제 사회 등이 충돌하는 가운데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STS의 관점에서 깊이 취재해봤다.

 

모든 일의 시작, 2011년 3월 11일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지진으로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에서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발전소의 전력이 끊기면서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가동됐으나 지진 발생 후 해일이 발전소를 덮친 것이 문제였다.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침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로에 냉각수가 정상적으로 투입되지 못해 내부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결국 방호벽이 고온으로 녹아내리고 핵연료가 공기 중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핵연료가 내놓은 수소가 폭발을 일으켜 방사능의 본격적인 대기 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사건 발생 2년 후인 2013년도의 조사에서 방사능이 바다 및 지하수 등에 대량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으며, 지금도 매일 새로운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 발생 12년이 지난 2023년 7월 초, 일본 정부는 100만 톤이 넘는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첫 방류는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에 시작되어, 17일간 7800t에 달하는 오염수가 방류됐다. 이후 ▲지난 10월 5일 2차 방류 ▲지난 11월 2일 3차 방류 ▲지난 2월 28일 4차 방류가 진행됐다. 현재까지 총 3만 1,200t의 오염수가 방류된 셈이다.

 

방사능 오염수, 안전하다 vs 위험하다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도쿄전력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으며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IAEA(국제 원자력 기구)는 독립적으로 진행한 현장 분석 결과, 방류된 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방류 상한으로 설정한 리터당 1,500베크렐(Bq/L)보다 훨씬 낮았다고 발표했다. 다른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류하는 오염수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후쿠시마 인근 주민들은 도쿄전력에 대해 강한 불신의 눈빛을 보냈다. 기준치보다 낮다고는 하나, 삼중수소와 탄소14와 같은 방사성 물질은 물에서 쉽게 제거되지 않으므로 도쿄전력의 안전하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2년 미국 국립 해양 연구소 협회는 일본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격렬한 반대 견해를 보였다. 중국이 폐수 방출에 반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일부 금지하는 등 국제 사회도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방사능에 대한 안전 규제가 있고, 국제기구에서 안전하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는 정말 괴담에서 비롯된 걱정에 불과한 걸까. 본 기사에서는 STS(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해 먼저 기초교육학부 하대청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위험성 평가는 정말로 ‘과학적 사실’인가

STS란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중에 하나로, 70년대에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으며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중요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현대산업사회에서 일어나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문화 및 정치적 문제를 다루기 위한 인문사회과학”이라고 소개하면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가 바로 STS에서 다루고자 하는 종류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STS의 관점에서 도쿄전력과 IAEA의 위험성 평가, 즉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충분히 안전하다’라는 결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위험성 평가에 대해 살펴봤다. 하 교수는 “STS가 ‘위험’을 다루는 문제의식은 일반적인 과학과 다르다”라며, 위험이라는 것이 과학적 결과일 때도 있지만 대중의 인지 문제라고 말했다. 즉, 위험성 평가란 대중의 인지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복잡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위험성 평가를 객관적인 과학적 수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위험성 평가는 ‘완성되지 않은 과학’으로, 과학만으로는 결론 내릴 수 없다. 그렇다면 위험성 평가를 결론짓는 요소로 과학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STS는 위험성 평가에 다양한 종류의 가정이나 해석, 가치 판단이 개입한다고 본다. 이는 어디까지가 안전하고 어디부터 위험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사회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음을 의미한다. 때로는 필요나 입장에 의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세우기도 한다. GMO나 각종 발암물질, 기타 위험에 대한 규제가 국가마다, 시기마다 다른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만약 위험성 평가가 정말로 정밀하고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만을 바탕으로 결정됐다면 이런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 교수는 위험성 평가의 성격에 관해 설명한 뒤, “저농도의 방사능 오염수를 장기간 대량 해양에 방류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안전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자만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방사능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육지 환경에서 고농도 단기간 노출된 경우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저농도 장시간 노출에 관한 연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양에 방류되면 복잡한 해양 생태계나 기후와 어떻게 상호작용할지에 대해서도 지식이 없다. 그렇기에 단순히 오염수 탱크에서 떠올린 일부 표본의 방사능 수치가 국제 기준보다 낮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위험성 평가는 객관적이고 완성된 과학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그렇기에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렇다면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과학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에서 필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주적인 절차,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하 교수는 강조했다.

 

신뢰 상실의 시대… 민주적 협의•사전주의 원칙적 태도 필요

STS는 전문가와 대중의 위험성 인식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수치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전문가와 달리, 대중은 ▲회피성(새로운 위험 요소를 자신이 회피할 수 있는지) ▲배분성(위험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는지) ▲가역성(위험 요소를 허용했을 때 그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지) 등 사회 맥락적 요소를 바탕으로 위험을 인지한다. 그렇기에 위험 요소에 대한 최선의 대처 행동과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는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본 기사는 이를 유념하여 방사능 오염수 방류 사태를 좀 더 면밀히 살펴봤다.

정부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도쿄전력과 IAEA의 발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감시와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비가역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며 일반 대중이 선택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대중은 안전을 주장하는 도쿄전력 및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미 방류가 진행되는 지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사전주의 원칙*에 따르면 위험에 대한 ‘제한적 허용’은 적절한 감시와 모니터링이 동반돼야 한다. 따라서 도쿄전력에 대한 감시와 오염수 방류에 따른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 이어질 추가 방류에 대해서도 투명한 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독자적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쿄전력이 정제기구 ALPS를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감시 인력이 상주하면서 정기적으로 ALPS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검토해 점진적으로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시민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한 의사결정도 고려해 볼 만하다. STS는 과학에 대한 신뢰가 과학 자체에 내재한다고 믿는 어떠한 객관성에 대한 믿음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회와 문화 속에서 과학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결함을 인정하고,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사회적으로 수행할 때 과학은 신뢰받을 수 있다.

둘째, 모니터링이나 역추적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것들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우려가 심각한 위험으로 현실화했을 때 원인을 빨리 봉쇄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오염수 위험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해양 생태 전문가 등 권위 있는 일부 전문가 집단을 맹신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의견을 모아 오염수 방류 이후의 대책을 의논해야 한다.

 

과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국면

이렇듯 위험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는 과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그리고 앞으로의 논의와 연구가 중요한데, 정치적 사유로 막히고 있다. 진영 간 대립 구도로 굳어져 정치적인 시각에 파묻혀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내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실질적인 위험에 대처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할 지금, 정치적 승패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민중은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욱 심화한다.

오염수 방류의 대안으로는 육지에 묻는 방법과 시멘트와 함께 묻는 방법이 거론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위험성 평가 자체가 내재한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이 방법이 최선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

STS의 관점에서, 비민주적인 판단의 보류와 정치 대립, 이윽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염수 방류가 아예 잊히기를 바라는 현 상황은 진퇴양난임이 틀림없다. 또한, 과학계 내에서 STS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 부족한 것도 안타까운 국면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 ‘과학이 사회를 침묵시키는 데 이용되면 안 돼’

일반 시민들도 현 사안이 정책 관리자들 사이에서만 결정될 일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정보 공개 불투명성과 정부의 태도로 시민은 도쿄 전력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고, 문제는 정치적 대립으로 변질됐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간의 신뢰다. 이공계 전문가들도 과학에 대한 확신에 기대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괴담’과 ‘사실’로 이분화해선 안 된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사례에서 갈등은 ▲불완전한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안전을 주장하는 도쿄전력과 IAEA ▲그들의 입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정부 ▲방류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시민 단체 ▲제각각의 입장을 가진 국제 사회 네 그룹 사이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 갈등을 간략화해 보면, ‘과학’을 근거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이 누군가의 의견을 침묵시키게 하는 권력을 발휘하는 것은 때때로 위험한 권리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일방적인 권력의 행사는 결국 신뢰의 상실을 부른다. 따라서과학 또한 사회와 유기적 관계에 있음을 되새기고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본 기사는 현 오염수 방류 사안에서 과학의 불완전성을 이해한 후, 과학·정치·사회가 유기적으로 얽힌 사안에 대해서 일본이 채택한 규제 접근 방식이 전 세계의 신뢰를 실추시켰음을 확인했다. 또한 사전주의 원칙을 적용하면갈등의 핵심 원인을 파악하고 과학의 한계를 보완하여 여러 권리 침해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아봤다.

STS적 관점으로 현 사안의 규제 접근 방식을 보완해 신뢰의 결여로 발생한 이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전주의 원칙: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심각하고 비가역적인 위험 발생 가능성이 있을 때는 그것의 방지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삽화 = 윤세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