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제14대 총학생회장단 “이룸(IRUM)”이 재투표 끝에 당선됐다. 학생회장에는 신관률(생명, 22), 부학생회장에는 양태규(소재, 22) 학생이 당선됐다.
4년 만에 학생들의 손으로 뽑은 학생회장이 탄생했다. 두 후보는 찬성표 72.67%를 득표했다. 1월 19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재투표에서, 투표율은 50.29%로 선거시행세칙에서 정한 개표 기준인 과반을 근소하게 넘겼다. 이번 총학생회 당선으로 GIST는 오랜 기간 이어진 학부 총학생회 집행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를 끊게 됐다.
<지스트신문>에서는 신임 총학생회장단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소통하는 총학생회, ‘학교–학생 간 촉매제 되겠다’
출마 계기는?
신관률(이하 ‘신’): 지난 11월, 4대 과기원 예산 이관 문제에 관한 학교의 입장을 듣고자 ‘오픈 튜즈데이(OPEN TUESDAY)’를 신청했다. 그때를 계기로 오픈 튜즈데이에 정기적으로 참여했다. 총장님과 대화하면서 총학생회의 부재로 인해 학교 측에서 학생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총학생회가 생긴다면 학생들이 학교생활 중 겪는 여러 불편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총학생회를 만들어 이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총장님 및 직원분들과 자주 만나 뵈며 공약을 구체화했고, 출마까지 이어졌다.
양태규(이하 ‘양’): 비대위 체제의 한계를 총장님께서도 인지하고 계셨다. 나아가 과기원의 특색, 국제 협력, 동아리 활동에 관해 학생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 총장님과 고민을 나눴다. 총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학교와의 협의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장단이 생각하는 이번 총학생회의 캐릭터가 있다면.
신: 우선 ‘소통’이다. 총학생회 부재 동안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이 단절됐다. 자치회의 의견이 통합되지 않아, 학교는 학생 복지를 위한 정책이나 예산을 원활히 집행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학교와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 싶다.
양: 간단히 비유하자면, ‘촉매제’ 역할이라고 말씀드리겠다. 학교와 학생 사이의 소통 창구가 없진 않지만, 학교와 직접 소통하기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총학생회가 빠르고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가장 시급한 문제와 해결 방안은?
신: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소통이다. 그중에서도 학생과 학생회 간의 소통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의 많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학교 측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학생과 각 자치회 간 소통 창구를 많이 개설하겠다.
양: 학생회의 정책 구성 및 학교 측과의 협의 모두 학생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Q&A 채널이나 간담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학부생과의 연결점도 새로 만들겠다.
사회: 그렇다면 지금까지 학생과 학생회 간의 소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양: 그간 비대위 내 협의 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모을 필요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학생 의견이 정책에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과거에는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학생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 소통은 결국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학생들이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월마다 학생 간담회를 개최해 진행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 마련을 고려하고 있고, 회의록 등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신: 기존 Q&A 채널은 실명으로 질문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문제 제기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체 청원 사이트 개설을 통해 소통 창구를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할 것이다. 집행위원회 정보국에서 과거 사용된 ‘지스토리’를 재정비하고 있다. 정비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기존 ‘지스트청원’ 사이트를 활용할 예정이다.
양: 장기적으로는 지스토리를 통해 자치회를 포함한 학생회의 소통창구 및 게시판을 일원화할 계획이다.
학생회 내 자치회와의 관계 설정은?
신: 총학생회 집행위원회와 모든 자치회는 학생 정책을 위한 협력자이자 하나의 팀이다. 기존 자치회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총학생회가 출범한 만큼, 각 자치회의 독립적인 운영과 함께 자치회 간 논의와 협력을 늘리는 방안을 찾겠다. 특히, 각 자치회의 간의 적극적인 업무 협업을 지원할 것이다.
기숙사 잔류 사유나 모바일 학생증 도입과 같이 학교와 협의가 필요한 공약 이행에 대한 계획은?
양: 학교와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제시할 수 있다. 질문하신 기숙사 잔류 사유 변경 건은 기타 사유를 구체화해서 확대하는 방안, 모바일 학생증 도입 건은 학생 이용이 많은 건물부터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회가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요구를 근거로 계속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 학교를 설득할 때 주로 사용하는 근거는 타 대학 사례이다. 특히 타 과기원의 예시를 중점으로 살폈다. 모바일 학생증 도입 건의 경우에는 KAIST 총학생회, UNIST 직원과 연락해 두 대학 학생의 만족도와 우려 사항에 대해 답변받은 바 있다. 각 과기원 사례를 통해 해당 안건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학교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양: 예산안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의결돼야 하는 사항이므로, 현재 단계에서는 확정됐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 올해 예산이 이미 편성되어 새로운 사업 추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선거 기간 중 총장님과 논의한 결과 추가 예산 편성 및 조정 기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와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 추진 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안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 예산과도 직결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간의 총학생회 부재에 대해, 인수인계 측면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 전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자치회장으로부터 작년도 업무와 올해 바라는 점에 관해 전달받았다. 그중 부족한 점은 학생회가 보유하고 있는 6대, 8대 학생회 자료를 바탕으로 보충했다. 후보자 시절 내세웠던 공약을 점검하면서, 당시 자료를 바탕으로 공약 이행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장기간의 총학생회 부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장기간 총학생회 부재를 실감하는 점이 있다면.
양: 자치회들이 분산돼 활동했다는 점이다. 자치회 간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있다.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어떻게 보는지?
양: 몇 년간 총학생회의 부재로 비대위와 총학생회의 차이점을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 총학생회가 비대위와 비교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뛰어야 한다.
사회: 총학생회와 비대위의 차이점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나?
신: 비대위는 집행위원회에만 국한됐다면, 총학생회는 자치회의 의견을 한 데 묶어서 학교에 전달한다. 따라서 복지 예산을 투입할 때 더 효과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양: 학생회 측에서 의견을 조정하기 때문에 학교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이 늦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당성 면에서도 다르다. 비대위장은 투표가 아니라 권한대행으로서 직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총학생회는 정책 자료집과 후보자 토론을 바탕으로 투표를 통해 학생들의 공감대를 얻었다는 점에 있어 대표성을 띤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신: 2018년 겨울 이후로 처음 탄생하는 총학생회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GIST 학생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겠으며 최대의 편의와 만족을 누릴 수 있도록 발 벗고 노력하겠다.
양: 걱정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회뿐 아니라 모두 같이 협업해서 정책을 만들어가고 싶다. 학생회 업무에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린다.
4년 만에 총학생회 출범, 학생들은 ‘기대 반, 우려 반’
<지스트신문>은 제14대 총학생회에 대한 학부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19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유권자였던 22학번 이상(휴학생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총 56명이 응답했다. 본 조사의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12.59%p다.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기대감은 총점 5점 만점에 3.25점으로 조사됐다. 낮은 기대감을 표한 응답자들은 그 원인으로 “공약 실현에 대한 우려”, “학교생활, 자치회, 학교 행정 경험 부족, 발표나 질의 시 미흡함” 등을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공약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공약 이행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표했다. “학생회장단의 공약이 학교의 시급한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3.34점, “학생회장단의 공약에 어느 정도로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3.75점으로 공약 내용에는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다만, 공약 이행률에 대한 기대감은 2.89점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총학생회장단의 공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을 대부분 알고 있거나 대체로 알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66.0%(37명)로, 공약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총학생회장단에게 가장 기대하는 점은 “학교와의 관계에서 학생의 목소리 대변”과 “학생의 의견 수렴 강화”가 꼽혔다. “학생의 복지향상”과 “비대위 체제에 대한 불만 해소”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제14대 총학생회장단에게 “실수해도 좋으니 자신감을 갖고 임해달라” 등 격려를 표했다. 한편, “향후 총학생회를 위한 기반을 다지길 바란다”, “학생이 학교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등의 당부의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