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시간 조절하는 전하 증폭 꼬리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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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단백질의 구조와 전하 증폭 꼬리표의 전하 크기에 따른 방출 속도 변화를 나타낸 그림이다.

GIST 신소재공학부 권인찬 교수 연구팀이 단백질 약물의 약효 지속 시간을 조절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전하를 띤 펩타이드를 약물에 융합해 약효 시간을 제어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펩타이드 꼬리표는 아스피린, 타이레놀 등 저분자 약물에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약효 지속이 관건

단백질 약물이란 생체에서 충분히 얻기 힘든 치료용 단백질 성분을 대량 생산한 의약품이다. 단백질 약물은 독성이 낮고 작용기전1)이 명확하다. 따라서 희귀성, 난치성 질환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 이러한 단백질 약물은 퇴행성 및 난치성 질환 치료제 또는 환자 맞춤형 표적치료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단백질 약물은 체내에 주입되면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약효 지속 시간이 짧다는 문제점이 있다. 단백질 약물의 약효 지속을 늘리기 위해서는 약물을 반복해서 투여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다 투여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물 단백질의 구조와 전하 증폭 꼬리표의 전하 크기에 따른 방출 속도 변화를 나타낸 그림이다.

약효 지속 시간은 단백질 약물-약물 전달체2) 간의 결합력에 따라 결정된다. 약물 전달체가 체내에서 치료 단백질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약물 전달체의 종류를 다르게 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등 약효 시간을 늘리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전하 증폭 꼬리표로 방출 속도 조절한다

연구팀은 약물 전달체가 아닌 치료 단백질에 새로운 소재를 융합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권인찬 교수는 “화학, 물리 시간에 배우는 전하 간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약물 방출 속도를 훨씬 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약물 전달체와 약물이 가지는 특정 전하의 값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전하 증폭 꼬리표를 단백질 약물과 결합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약물에 붙이는 전하 증폭 꼬리표의 소재로 펩타이드를 채택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단위체들이 인공적으로, 혹은 자연 발생적으로 연결된 중합체다. 단백질과 펩타이드 모두 수많은 아미노산의 결합체이기 때문에 펩타이드와 단백질 약물은 비교적 쉽게 융합된다.

연구팀은 약물 전달체로 온도 감응성3) 수화젤4)을 사용했다. 합성 고분자로 구성된 온도 감응성 수화젤은 실온에서 용액 상태다. 하지만, 수화젤로 감싸인 약물을 혈관에 투여하면 온도와 pH가 높아져 수화젤의 소수성이 증가한다. 그 결과, 수화젤은 서로 응집해 젤(겔) 상태로 변화한다. 수화젤의 이러한 성질은 약효를 오래 지속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펩타이드와 수화젤을 활용해 양전하 증폭 꼬리표와 음전하 증폭 꼬리표를 설계했다. 약물이 가지는 고유 전하는 양극과 음극 모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연구팀은 양극의 꼬리표를 설계해 실험을 진행했다. 설계 과정에서 전하를 띤 펩타이드는 약물과 결합해 약물 단백질-약물 전달체 간의 전하 상호작용을 조절했다. 이 과정에서 전하 증폭 꼬리표는 다른 화학반응 없이 약물의 전하 조절에 직접 관여했다. 권 교수는 “특정 전하 증폭 꼬리표만 달았을 때, 약효 지속 시간의 변화를 확실히 증명하기 어려워 반대 전하를 띤 꼬리표를 달았을 때의 변화도 실험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설계한 전하 증폭 꼬리표를 통풍 치료용 단백질 약물에 융합해 양전하를 띤 수화젤에 주입해 약물 방출 속도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음전하 증폭 꼬리표를 붙인 약물의 방출 속도는 기존 약물 방출 속도의 86%로 가장 느렸다. 반대로 양전하 증폭 꼬리표를 융합한 결합물은 기존 약물보다 183% 증가한 방출 속도를 나타냈다. 전하 증폭 꼬리표와 수화젤이 같은 극이라면 서로 척력이 작용하며, 반대로 다른 극이라면 인력이 생긴다. 따라서 양전하 증폭 꼬리표를 융합한 결합물은 양극의 수화젤과 만났을 때 반발이 일어나 약물이 빠르게 방출된다. 반대로 음전하 증폭 꼬리표의 경우, 수화젤과 다른 극을 띠기 때문에 인력이 작용해 방출 속도가 느리다.

 

(좌) 전하 증폭 펩타이드/알부민을 통해 부여된 음전하 크기에 따라 단백질 변이체를 나열한 모습
(우) 치료용 단백질의 순전하 크기와 체내 반감기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

연구팀은 기존 3시간 정도의 체내 반감기를 4일 이상으로 증대시켰다. 연구팀은 위 실험과 같은 조건으로 동물 실험을 진행해 각 꼬리표를 융합한 약물의 체내 반감기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사람혈청알부민(HSA)5)과 음전하 증폭 꼬리표를 융합해 만든 단백질 변이체가 가장 높은 순전하(–136)를 기록했다. 이 약물을 주입했을 때 체내 반감기는 약 106시간이었으며 주요 약효가 체내 반감기 동안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치료용 단백질의 순전하 크기와 체내 반감기가 반비례함을 확인했다.

 

플랫폼 기술로 상용화 가능성 제시해

연구팀은 전하 증폭 꼬리표를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약물과 약물 전달체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하 증폭 꼬리표는 간단한 조작만을 요구하는 재조합 단백질 기술로 제작된다. 따라서 약물을 제조할 때 추가적인 반응이나 정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권 교수는 “펩타이드 조각들을 간단히 융합해 단백질 약물의 체내 반감기를 조절할 수 있다”라며 상용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전하 증폭 꼬리표는 안전성 검증이 부족해 근미래에 상용화되긴 힘들다. 권 교수는 “독성이나 면역 반응 유무에 관해 확인이 필요한 단계다. 영국에서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통풍 치료제에 대한 독성 실험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보다 약효 시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양전하를 띤 수화젤 대신 음전하를 띤 약물 전달체를 사용했을 때 약효 지속 시간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통풍 치료제 대신 항체에 전하 증폭 꼬리표를 적용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1) 작용 기전: 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2) 약물 전달체: 약효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약물과 결합하는 제형이다.

3) 감응성: 외부의 물리적 세기에 따른 물질 내 종량적 특성의 변화 정도다.

4) 수화젤: 분산기에는 입자이고 분산된 후에는 물이 되는 콜로이드. 물을 분산 매체로 하는 젤이다.

5) 사람혈청알부민(HSA): 사람혈청 속에 들어 있는 알부민이다. 이때, 알부민은 생체 세포나 체액 중에 넓게 분포된 단순단백질로 글로불린과 함께 세포의 기초물질을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