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블루문의 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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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슈퍼 블루문이 나타났다고 세상이 떠들썩했다. 블루문이라는 이름 때문에 파란 달을 기대하고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은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달이 파랗기는 켜녕 평소의 보름달과 그다지 다르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일 우리 곁을 함께하는 달인데. 무엇이 다르다고 슈퍼문, 블루문, 블러드문 같은 이름이 붙는 것일까?

슈퍼문
슈퍼문이라는 이름을 보면 특이한 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문은 평소의 달보다 더 클까? 아니면 초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비과학적인 억측은 버리고 슈퍼문에 대한 진짜 사실을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슈퍼문은 보름달 중에서 평소보다 크게 보이는 달을 말한다. 슈퍼문은 공식적인 천문학 용어가 아니었다. 이는 미국 점성가 리처드 놀(Richard Nolle)이 1979년 Dell Horoscope 잡지의 기사를 통해 처음 사용했다. 슈퍼문이라는 용어는 2011년이 돼서야 과학 기사에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NASA에서도 인정하는 용어이다.
슈퍼문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근지점 보름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달이 지구와 가까우므로 크게 보이는 것이다. 지구와의 평균 거리가 384,405km인 달은 지구 주위를 원에 가까운 이심률 0.05488의 타원 궤도로 공전한다. 평균적으로 지구 중심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363,263km)를 근지점, 가장 멀 때(405,507km)를 원지점이라고 한다. 달이 지구와 근지점에 있을 때 보름달로 관측되면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근지점에 위치하는 슈퍼문은 평소의 보름달에 비해 약 7% 더 크고 약 16% 더 밝게 보이고, 원지점 보름달인 미니문보다는 14% 더 크고 30% 더 밝다. 슈퍼문이 떴다는 소식에 기대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이 실망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맨눈으로는 평소의 보름달과 슈퍼문의 크기 차이를 느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루문과 슈퍼블루문
블루문(Blue Moon)이란 파란색의 달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뜰 때, 나중에 뜨는 달을 블루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이 첫 번째로 뜨는 달보다 더 푸른색을 띠지는 않으므로, 블루문은 파란색과 무관한 명칭이다. 블루문은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력 한 달(30·31일)과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인 삭망 주기(29.5일)의 오차로 2.7년에 한 번씩 발생한다. 블루문은 서양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불운을 가져온다고 믿어 불길한 존재로 인식했는데, 한 달에 보름달이 2번이나 뜨는 불길한 현상을 두고 블루문이라고 칭하게 됐다. 정확한 유래는 찾기 힘들지만, 대부분의 추측이 블루(Blue)를 부정의 의미로 사용했다. 블루문의 어원으로 가장 유력한 가설은 blue와 비슷한 고어 ‘belewe’의 배신하다 라는 뜻을 따 두 번째 보름달을 배신자의 달이라고 칭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달이 푸른빛을 띠려면 대기 중의 연기나 먼지의 농도가 짙어지는 경우 붉은빛이 산란해야 한다. 이 경우 보름달이 아니더라도 달이 푸르게 보일 수 있으며, 1950년과 1951년 스웨덴과 캐나다에 산불이 났을 때, 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krakatau) 화산이 분화했을 때 블루문이 관측되었다고 한다.
드물게 슈퍼문과 블루문이 합쳐진 슈퍼 블루문이 나타나기도 한다. 근지점에 있는 달이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이어야 해서 관측 주기는 불규칙하다. 최근에는 2018년 1월 31일에 나타났고, 다음 슈퍼 블루문은 14년 후인 2037년 1월 31일에 나타난다.

블러드문과 슈퍼 블루 블러드문
블러드문은 블루문과 다르게 달의 색깔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름이다. 달 자체에 변화가 없지만, 지구에서 달을 관측할 때 개기월식이나 대기 상태가 불안정하면 달이 핏빛처럼 붉은빛을 띠는 것처럼 관측된다. 이는 빛의 굴절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려도 햇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일부가 달을 비추는데, 이때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빛이 달에 도달해 붉게 보이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슈퍼문과 블루문, 블러드문까지 3가지 천문현상이 겹친 슈퍼 블루 블러드문이 존재하며, 약 100년에서 150년 주기로 나타난다.
슈퍼 블루 블러드문은 약 100년에서 150년의 주기로 나타난다. 지난 2018년 1월 31일에 1866년 이후 처음으로 슈퍼 블루 블러드문이 나타났다. 운이 좋게도 다음 슈퍼 블루 블러드문은 2037년 1월 31일에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다시 한번 ‘슈퍼 블루 블러드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다음 슈퍼문은 언제 올까?
슈퍼문은 보통 한 해 3~4번 나타난다. 올해 슈퍼문은 모두 네 차례 관측됐다. 2024년엔 8월부터 4차례 연속으로 슈퍼문을 볼 수 있다.
슈퍼문이 나타나는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보름달이 뜰 때 지구와의 상대적 위치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 주변을 타원 궤도로 돌며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주기인 근점월과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로 변하는 주기인 삭망월이 각각 약 27.55일과 약 29.53일로 차이가 나는 데서 비롯된다.
슈퍼문은 평소 밤하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한 번쯤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슈퍼문의 진정한 초능력은 천문학에 관심을 높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삽화 = 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