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태풍…기상이변으로 몸살 앓은 한반도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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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윤세림 기자
삽화 = 윤세림 기자

2022년 여름은 한반도에 기록적인 기상이변이 여럿 발생한 계절이었다. 8월에는 역대급 폭우로 인해 강남 등 수도권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9월에는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해 부산, 포항을 비롯한 경남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지스트신문>은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이 지구온난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기후변화 문제를 완화, 예측,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보도한다.

 

커지는 기상이변 규모, 늘어가는 피해

지난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시에 의하면 8일부터 9일 새벽까지 하루 동안 서울 남부에서 평균 3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최고 141.5㎜(동작구)를 기록했으며, 이는 1942년 이후 80년 만에 최고치다.

역대급 폭우로 인한 피해도 컸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8월 16일 오전 6시 기준 해당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40명(사망 14명, 부상 26명)이었으며, 주택 및 상가 침수는 8,970건, 이재민 수는 1,901명이었다. 또한, 1,754ha에 해당하는 농지가 피해를 입었고, 81,857마리의 가축이 폐사했으며, 도로 사면(67건)과 하천 제방(59건) 붕괴, 산사태(361건)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이번 폭우는 강수의 대부분이 한밤중에 집중되었으며,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 특히 저지대에 위치한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9월 5일부터 6일 사이에는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났다. 기상청에 의하면,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당시 중심기압은 최저 955.9hPa로, 이는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에 이어 3번째로 낮은 수치다. 10분 평균풍속 최고치는 37.4m/s로, 역대 8위의 수치를 기록했다. 힌남노에 의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11명, 실종자 1명이었으며, 재산 피해 규모는 1조 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로 가동이 중단돼 피해액이 커졌다.

힌남노는 발생 및 발달 과정에서 일반적인 태풍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먼저, 북위 25도라는 다소 높은 위도에서 발생했으며 경로 역시 일본 남쪽에서 대만으로 남서진하다 대만 해상에서 북쪽으로 진행 방향이 급격하게 꺾이는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또한, 북상하면서도 위력이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재발달하거나, 12호 태풍을 흡수해 세력을 키우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장기 및 중단기 대책 병행해 피해 줄여야

최근 몇 년간 한반도에서 다양한 기상이변이 발생했다. 2018년에는 최악의 폭염이 이어졌고, 2020년에는 남부 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처럼 기상이변은 계속해서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그에 따른 피해도 커지는 실정이다. <지스트신문>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분석 및 모델링을 연구하는 지구환경공학부 윤진호 교수에게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연관성, 앞으로의 대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지구온난화, 대규모 기상이변 발생 확률 높인다

윤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기상이변의 규모에 영향을 주며, 날씨를 보다 극단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힌남노가 평소보다 북쪽에서 발생하고 중위도에서도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했던 이유를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따뜻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폭우도 태풍과 비슷하게 지구가 더워짐에 따라 규모가 커져 보다 많은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가뭄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포화 수증기량이 증가해 지표의 수증기가 대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가뭄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기후변화가 전반적으로 날씨를 극단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학계의 주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 교수는 기상이변 현상의 일부 측면은 지구온난화만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윤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해 강한 위력의 태풍이 많이 만들어질 수는 있어도, 태풍의 개수 자체가 증가하진 않는다는 것이 주 견해”라고 했다. 또한, 윤 교수는 태풍의 경로 역시 단순히 기후변화의 영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윤 교수는 “확실한 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잦은 기상이변, 경제적 불안 증가시켜

또한 윤 교수는 기상이변이 일으키는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먼저, 윤 교수는 힌남노 이후 농산물 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며 폭염이나 가뭄, 태풍 등으로 발생한 농지 피해가 경제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의 고로가 가동을 중단한 점을 언급하며, 일정하게 가동되어야 하는 공장이 상당 시간 멈추면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짐을 역설했다. 윤 교수는 “대규모 기상이변이 발생할 확률이 올라가는 것 자체가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이는 경제에 치명적인 요소”라며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많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기상이변 문제 해결, 장기·중단기 대책 병행해야

윤 교수는 기상이변,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장기적 대책과, 중·단기적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인 목표로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실현하되, 그 사이를 메울 중·단기적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중·단기적 목표를 인명피해 감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상 예보 정확도 향상, 빗물 처리장치 등의 인프라 구축을 예시로 들었다. 윤 교수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최소 10~20년 동안 온난화 현상이 지속된다”고 덧붙이며, 기상이변 피해를 줄일 대책이 함께 시행돼야 함을 역설했다.

 

탄소중립, 반드시 가야 하지만 쉽지 않은 길

윤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에는 많은 난관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는 우리의 삶 대부분이 탄소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 운송, 소재 등 경제 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상생활에서 소고기를 먹어도 메테인이 배출돼 온난화를 유발한다. 윤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탄소중립 실현은 우리 경제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하기에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윤 교수는 정부와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신재생 에너지가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정부에서 보조금 등을 지원해 투자를 유도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게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국제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책적인 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윤 교수의 견해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탄소중립이 실현되지 않는 한 기후변화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의 삶 자체가 탄소와 맞물려 있어 복잡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