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관세 인하와 투자 확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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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장은우 기자

 

삽화 = 장은우 기자

지난 7월 31일(한국시간) 한미 관세협상이 체결됐다. 한국은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쟁점이었던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장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관세율은 25%15% 인하, 투자·협력 펀드 조성

7월 30일(현지시간) 한국 정부 대표단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후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대표단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구성됐다. 관세협상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25%는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발표된 상호관세율로,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다. 한국이 일본(24%), 유럽연합(EU)(20%)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으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번 협상으로 일본, EU와 동일한 상호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25%에서 15%로 낮췄다.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력 펀드도 조성된다.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대해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도 조성된다.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과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과 유지보수(MRO) 분야가 포함된다. 구 부총리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이번 협상 합의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며 “우리 기업 수요에 맞춰 사실상 우리의 사업으로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한국 조선업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미국 내의 선박 건조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 추진을 요청했다”라고 덧붙였다.

농축산물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됐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쌀 시장과 소고기 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으나, 식량 안보와 민감성을 감안해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협의했다.

국민 다수 잘했다일부 산업엔 부담 우려

이번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3.9%가 ‘잘했다’라고 평가했고 32.3%는 ‘잘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주요 성과로는 관세율 인하와 쌀·소고기 미개방이 꼽혔다. 그러나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전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대상이었던 반면 일본과 EU는 2.5%를 부과받고 있었다. 이번 협상으로 한국, 일본, EU가 동일하게 15%의 자동차 관세를 부과받으며 미국 시장에서 한국이 누리던 2.5%포인트만큼의 경쟁력이 사라졌다. 한국 측 협상단이 FTA를 근거로 자동차 관세 12.5%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철강 관세는 기존 50%가 유지되며 철강 사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25%를 예고한 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5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지며 경제·통상 분야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아 세부 사항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의 주요 쟁점은 후속 협상을 거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