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가른 누리호, 한국 로켓 산업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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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항공우주연구원(KARI)

 

 

지난 11월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대한민국 자체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이뤄졌다. 이후 오전 1시 55분에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교신에 성공하며 모든 발사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누리호 4차 발사, 이어진 도전을 엿보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기존 발사들과 몇 가지 기술적 차별성을 가진다. 먼저 이번 발사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야간 발사이며, 이는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임무가 최적의 자리에서 이루어지도록 한 결과다. 누리호의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지구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고, 우주 자기장 및 플라즈마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외에도 국내 산·학·연이 개발한 큐브위성 12기가 탑재돼 각각의 임무를 수행한다.

또한 이번 누리호 기체는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설계 및 개발, 운영 총괄을 담당했다. 지난 7월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 후 한화에어로는 부품 제작, 품질 관리, 기체 조립 등 누리호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번 발사에서 체계종합기업으로서 한화에어로의 행보는 대한민국 우주 산업이 ‘뉴스페이스’**로 나아갈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번 발사는 작년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의 출범 이후 이루어진 첫 발사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26개월의 개발 지연이유는?

2023년 5월 누리호 3차 발사 이후 지금까지 약 2년 6개월이라는 긴 개발 기간이 소요됐다. 이는 지난 발사들의 간격이 평균 1년인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기간이다. 기존 누리호 사업에 투입됐던 기업들은 4차 발사에서도 여전히 동참하고 있으나, 긴 발사 공백 기간에 발사체 관련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누리호 발사에 참여했던 여러 전문 인력이 유출되고 관련 시험 장비나 시설이 방치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러한 개발 공백은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의 지식재산권 갈등에서 시작됐다. 항우연에서는 누리호 핵심 기술의 지식재산권을 항우연이 단독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한화에어로는 지난 누리호 사업에서의 참여도를 들어 지식재산권의 공동 소유를 주장했다. 수차례의 개발 지연은 기존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의 변경안이 선정되지 못하며 심화됐다. 우주청 출범 이전, 누리호 이후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고안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일회성 로켓 기술의 안정성 확보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다수의 해외 발사체 기업들이 재사용 발사체 기술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주청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 획득을 목표로 사업 계획 변경을 감행했다. 하지만 변경안이 과기정통부 특정평가***에 선정되지 못하며 개발에 필요한 행정 절차는 다시 지연됐다. 다른 우주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장기 우주 프로젝트의 부재와 우주산업에 대한 국민들과의 과학 커뮤니케이팅 수단의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남은 두 차례의 과제, 그 이후를 보다

따라서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긴 개발 기간 끝에 민간 기업으로의 기술이전과 국내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을 재고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누리호 4차 발사 이후 공식 브리핑에서는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후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방향에 불안함을 표하는 질문도 나왔다. 2027년까지 약 2차례의 추가 발사가 예정됐으나 이후 발사체 사업 추진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남은 2차례의 발사 이후) 28년에 7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7차 발사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다. 8차 이후부터는 적어도 매년 한 번 이상 누리호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 이후 계획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답변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약 2년 6개월의 공백 기간 중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기술 인력이 이탈하는 사례도 있었다”라며 긴 개발 기간 중 소회를 밝혔다.

 

우주 산업은 단기간의 성과나 실패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발사부터 위성 교신까지 누리호의 완벽한 성공 가도에는 연구진과 관계자들의 2년, 그 이상의 시간이 녹아있다. 발사 직후의 단발적인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 관련 기관들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때다.

*대기광: 행성 대기에 의한 희미한 발광 현상

**뉴스페이스: 국가 주도성 우주 산업이 아닌, 민간 시장에서 주도하는 우주 산업 형태

***특정평가: 국무총리가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국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 등을 평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