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중심 투자’ 강조하는 문 대통령 과학기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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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이공계 공약. 삽화=오주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 이공계 공약. 삽화=오주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 이공계 공약. 삽화=오주영 기자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혁신과 발전, 사람에게 투자해 이루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과학기술인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투자에 중점을 맞춰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세부 공약으로 ▲국가 연구개발 학생연구원 4대 보험과 근로계약 의무화 ▲여성 과학자 경력 단절 방지 ▲기초과학 예산 2020년까지 2배 증액 등을 내세웠다. 정책 공약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선거캠프는 과학기술특보인 문미옥 의원을 통해 ▲전문연구요원(이하 전문연) 제도를 ‘안정적 유지’ 할 계획임을 밝혔다.

전문연에 대해 안정적 유지’, 병력 부족 문제 해결법 필요

지난해 5월, 국방부는 과학기술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문연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 통보했다. 이공계 전문연 제도는 석사, 박사 학생을 연구기관에서 연구함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폐지 통보 이후 우리 원을 포함한 전국 25개 대학 이공계 학생회는 ‘전문연 특별 대책 위원회’ (이하 전문연 특대위)를 설립해 전문연 제도 폐지 철회를 요구했다. 전문연 특대위는 올해 4월 25일 대선후보들에게 전문연 제도 폐지 반대 서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선거 전 5개 정당 대선후보들은 전문연제도 폐지에 대해 공통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캠프는 전문연 제도에 대해 ‘안정적 유지’ 입장을 보였으나 전문연 자격 요건 등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함을 밝혔다.

4월 25일 카이스트에서 열린 ‘5개 정당 과학정책 대화’에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특보 문미옥 의원은 “전문연 제도는 국방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전문연 제도를) 일단은 유지 한다”고 말했다. 문미옥 의원은 “허나 국방 전략적으로 다른 관점도 있다. 또 일부 대학교수들은 전문연 제도를 영어시험으로 보는 것이 옳으냐고 지적하기도 한다”며 전문연 제도를 바라보는 여러 입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미옥 의원은 “이런 입장들을 반영하여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이 국방 정책으로 내놓은 ‘군 복무 기간 18개월 단축’ 공약과 전문연 제도 유지 공약이 상충한다는 우려도 있다. 국방부가 대체복무 제도를 폐지하려 했던 이유는 2023년 이후 현역 입영자가 부족해지리라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국방부는 복무 기간을 현행대로 21개월로 유지하면 2023년 이후 병력 2만 3000명이 부족하리라 전망했으며 공약인 18개월로 줄이면 병력 5만5000명이 부족하리라 전망했다.

과학기술 투자 사람이 먼저다

문 대통령은 4월 21일 과학의 날에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올 것입니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빠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게 될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개인 SNS에 게시했다.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을 키워드로 하여 과학 발전의 중심에 사람을 둘 것이라는 글이었다.

과학기술 정책의 중점을 과학기술인 투자와 처우 개선에 두며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의 고용계약 의무화와 4대 보험 보장을 약속했다. 학생연구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근로환경은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관한 <2016년 연구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교내 수입을 연구 시간으로 나누었을 때 62.96%의 학생이 최저 시급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있었다. 또한 학생연구원은 연구와 근로를 함께 함에도 법적으로 근로자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4대 보험이나 산업재해 보험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선거 캠프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의 질문에 일부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학생연구원 처우에 대해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들은 과학기술인의 생애 소득 감소의 문제를 겪으면서 연구실 안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하며 문제 인식을 공유했다.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의 경우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정상적인 해법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여성 과학자에 대해서는 이를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6년 기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정출연) 정규직 신규고용자 중 여성 비율은 13.5%에 불과하다”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연구실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연구자들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관련 공약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을 내놓았다. 2015년 연말 기준, 국가과학기술원(NST) 조사 결과 전출연의 정규직대 비정규직 비율은 33.4%였으며 30~40대 연구원의 75.8%가 비정규직이었다.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과학기술계에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이 어떻게 이행될지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 예산 2020년까지 2배 확대, 연구는 자율적으로

문 대통령은 기초과학이 과학의 중심임을 강조하며 현재 2조가량인 순수 기초 연구비를 2020년까지 2배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정부연구개발 투자방향과 주요 특징> (이경재, KISTEP)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중도는 2014년 기준 17.8조원으로 4.29%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기초연구에 쓰이는 R&D 비용은 그리 높지 않다. 올해 3월 23일 유니스트에서 열린 과기원 연합제전에서 문미옥 의원은 “R&D 투자액 약 20조 원 중 국방, 과학 교육, 기업 조세감면 등에 쓰이는 비용을 제외하면 기초과학에 쓰이는 비용은 2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약은 전체 R&D 투자액의 약 10% 수준인 기초연구 투자액을 두 배로 증가시킨다.

기초연구의 자율성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주도 자유 공모 연구비’ 비율을 현행 20% 수준에서 두 배 이상 확대키로 약속했다. 기존 단기적 성과 중심 평가로 지속적인 연구가 어렵다는 지적에서 나온 공약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기초연구 분야의 지원이 명확한 비전이 없음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과학자 처우 개선이나 정부 거버넌스 개편이 표를 얻기는 좋지만 이것만으로 백 년을 바라볼 기초과학 역량을 쌓기는 힘들다”며 “어떻게 장기 연구를 지원할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연구소의 비효율성을 어떻게 개선해 기초 역량을 다지는 데 사용할지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dk2998@gist.ac.kr 심규대 기자

pjschemian@gist.ac.kr 박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