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입력 : 2015.06.10 00:27 | 기사 수정 : 2015.06.10 01:52]
<사진 = 지스트대학 학생 명예규약 출처 : 학사편람>
우리 학교의 모든 학우들은 입학 시에 ‘지스트대학 학생 명예규약’에 서약하도록 되어있다. 교육과 연구의 전 과정에서 윤리적 태도를 지켜,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시에 학칙과 규정에 의해 처벌을 받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 들어 시험 중 부정행위와 과제에서의 표절이 적발되면서, 학생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부정행위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한 규정과 절차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시험 중에 스마트폰을?
지난 5월 13일, 페이스북 내 커뮤니티인 ‘GIST 대나무숲’에 한 글이 올라왔다. 이번 중간고사 시험 중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참고 : #1144번째 Shouting) 이에 지대숲, 지스토리는 이와 관련한 글로 가득했다.
실제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1시 시험 도중 한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하여 시험 감독관에게 이를 알렸다. 제보자는 “검색 후 시험지에 무언가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단답형 빈칸 채우기 문제의 답을 얻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당시 시험 감독관께 말씀을 드렸으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수차례 더 스마트폰을 조작했다.”라며 시험감독 체계에 의문을 표했다. 동시에 담당교수가 부정행위를 고발 한 것을 ‘마치 학우를 강제로 F를 받게 하기 위한 행위로 취급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실제로 담당 교수는 익명의 제보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학생을 좋은 사람들로 잘 키우고 이끌어가야 할 책임을 맡고 있는 GIST 대학으로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를 반성하고 앞으로 잘 생활하기를 결심하는 학생들의 지도는 그리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실은 익명의 탈 뒤에서 정의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발전보다 남의 약점에 더 신경을 쓰는 학생들을 어떻게 자신에게로 눈을 돌리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자세한 의견을 듣기위해 담당 교수에게 세 차례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처리가 마무리되어 있지 않은 사안이므로, 이 처리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라며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에서,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해당 학생에게 부정행위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당시 내가 해외여행 중이었기에 편지로 학생과 전후사정에 관한 내용을 주고받았고, 그 정황에 따라 내 처리 방향을 정하고 이를 학생에게 통보하였으며, 귀국 후 학부장님께도 보고를 드렸다.”라며 “해당학생이 이 과목의 정식 학점을 받으려면 후에 다시 신청을 해서 강의를 수강하여야 하겠지만, 반성의 의미에서 끝까지 강의를 듣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는 내 의견을 함께 전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담당 교수님에 의해 부정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를 비판하고 부정행위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실은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도 달라질 것은 없지만,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보자가 누구인지도 알지도 못하고 또 알려고 할 생각도 없으며, 제보자가 이 사안의 처리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제보자를 비판’한다는 주체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부정행위자를 옹호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제보자나 부정행위를 한 학생이나 다 똑같은 우리 GIST의 한 식구라고 나는 여기고 있으며,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으면서도 이들을 다 어우르며 아름다운 GIST를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고민하며 일을 처리해 가고 있는 것이다. “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이 일은 조급한 처리를 요구하는 한 문제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우리 GIST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거쳐 갈 수밖에 없는 성장통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은 내 희망은 GIST가 한국에서 명예 시험제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자랑할 수 있는 그런 멋진 대학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가로, “이 일은 제보의 유무와 관계없이 처리되고 있었던 사안이며, 이 문제는 과목의 목적에도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서, 실은 이 문제를 가지고 우리 반 전체에서 모든 학생들이 과제의 하나로 함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재 서로의 생각들을 정리를 해 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Ctrl + C, Ctrl + V, 표절의 유혹
시험 중 부정행위가 적발된 데 이어, 한 인문과목의 서평과제에서도 표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교수에 따르면, 서평 과제에서 총 2명의 학생을 표절로 적발했다. 한 학생의 경우 ‘서평 전체를 인터넷 블로그 글을 그대로 가져와 제출하여 강의계획서에 명시한 대로 F 학점을 주었다’고 전했다. 다른 한 학생의 경우 ‘서평의 일부분을 인터넷에서 가져와 자기만의 표현으로 바꾸지 않고, 인용 표시도 없이 그대로 제출했다.’며 ‘다만 스스로 적은 부분이 많고 인용과 관련한 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 표절 판정은 하지 않았다. 교육 대상이며 연구 윤리차원에서 신경써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담당교수는 학생들이 이러한 표절을 하는 이유에 대해 “도덕적으로 해이한 우리나라의 사회분위기 영향이 있지 않겠나.”라며 “가요계만 하더라도 표절한 곡이 당당히 상위 차트에 자리 잡고 있다. 표절을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도 있겠지만, 이를 용인하게 된다면 노력, 시간 투자 없이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공정함이 최소한 대학사회에는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합당한 처벌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러한 교육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표절이 하나의 옵션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관련한 규정은?
우리학교는 표절 혹은 부정시험을 행했을 경우에 학칙 제 53조와 학생 상벌에 관한 지침에 의거하여 처벌하도록 돼있다. 시험 중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은 ‘원내외 활동에 있어서 심히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위를 하여 본원의 명예를 손상시킨 경우’에 해당된다. 따라서 지도교수와 소속부서장의 의견을 들어 교학위원회 심의 및 교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체 없이 징계하도록 되어있다.
특히 이번 부정시험의 경우 ‘타인의 답안지를 보거나 참고물을 보고 또한 구두 전달로 답안을 교환 작성하였을 때’에 해당되어 해당과목 성적이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중징계로 7개월 이상의 무기정학에 처해지게 된다. 무기정학을 받은 학생은 징계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도교수, 소속 부서장, 교학위원회 및 교무위원회를 거쳐야 징계가 해제된다. 표절행위에 대해서는 지침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교학팀은 이 역시 부정시험과 마찬가지로 7개월 이상의 양형에 해당될 것으로 전했다.
<참고 = 학생상벌에 관한 지침 제 7조에 따른 징계 절차 과정>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징계 사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소속 부서장 및 담당부서, 즉 학장과 학사지원팀은 이를 총장에게 보고해야한다. 이후 해당부서는 징계 사유에 대한 조사를 거쳐 징계의결 요구서를 작성하고, 이를 교학위원회에 제출한다. 교학위원회는 이를 접수하여 3주 이내에 심의를 하고, 교무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징계를 결정해 이를 담당부서가 7일 이내에 집행해야 한다.
다만 학칙 제 53조에 ‘지도교수와 소속부서장의 의견을 들어’ 징계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담당 교수의 재량으로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도 처벌이 가능하다. 담당교수가 부정행위자를 재량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학칙에 의거 담당 교수가 사안의 경중을 판단할 재량이 있다.
김용렬 학사지원팀장에 따르면, ‘부정행위가 일어났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듣긴 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발의를 하지 않은 상태’며, ‘담당 부서인 우리 학사지원팀에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어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공식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고 전했다. 따라서 현재 학사지원팀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이 없기에 학생상벌에 관한 지침에 명시된 징계 절차는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다만 담당 교수가 자체적으로 이를 처리하고 있다. 학사지원팀장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담당 교수가 아니더라도 제보자 혹은 총학에서 건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부정시험이 적발되었던 수업을 듣는 한 학우는 “부정행위는 나름 공부를 주업으로 삼고 프로의 단계까지 왔다는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다.”라며 “초범이란 점을 참작할 수는 있으나 그 참작에도 정도란 것이 있는 것이다. 정학까지는 아니어도 수업 자체는 F를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전반적인 폐해들의 축소판을 보는듯하여 씁쓸하고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 수업을 듣는 다른 학우는 “다른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보는데 편법으로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것은 부당하다. 그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등수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학교 규정대로 처리해서 지은 죄에 대한 벌은 확실히 주고 반성 시켜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우리 학교가 워낙 소규모고 그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으니 조용히 그 학생의 점수를 0점 처리하고 사회봉사를 시켜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고 그 학생이 진짜 반성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함인석 교학팀장은 “부정행위와 관련된 문제는 오래된 숙제로, 제재 없이 넘어간다면 다른 이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과 피해를 주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명예규약 준수와 자체적인 자정 분위기 형성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정행위에 대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는 ‘시험 관리 지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감독 방식과 이의제기 방식이 교수마다 제각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성의 철학과 성윤리’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이 집단 커닝을 저질렀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교수가 반드시 시험장에 입회하고 학생들이 전자제품을 몸에 지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험관리지침’을 배포한 바 있다.
백승혁 기자. bsh3681024@gist.ac.kr 최철민 기자 ferror@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