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제도에 진화의 비밀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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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에서 바다 생태계를 살펴보는 학생들

지난 1월 6일 인천 국제공항에 GIST 대학생 13명이 진화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진화생태학과 필드트립’의 이름으로 모였다. ‘진화생태학과 필드트립’은 GIST대학에서 겨울 계절학기로 개설된 교과목이다. 수강자들은 지난 1월 7일부터 12일까지 Caltech에서 강의와 실험을 병행했고, 1월 13일부터는 20일까지 일주일간 갈라파고스 제도를 직접 방문해 갈라파고스 제도만의 독특한 생태계를 살펴보았다.

Caltech에서는 진화생물학의 사례연구(case study)를 시작으로 진화생물학의 최근 연구 동향을 살폈다. 더욱 흥미진진했던 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관찰하기 힘든 진화를 정량화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인 ‘python’을 이용하여 돌연변이, 자연선택, 유전자 부동 등 진화가 발생하는 요인들을 모델로 만들어 그래프로 확인했다. 이번 수업에 참여한 김윤재 학생(생명,15)은 “스스로 생각해보고 코드를 구성해보는 시간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에 이와 같은 수업이 열린다면 일정을 넉넉히 잡아서 프로그래밍 실험 시간이 늘어나면 좋겠다”며 짧은 수업 기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반가워, 갈라파고스 제도

갈라파고스에서 바다 생태계를 살펴보는 학생들
갈라파고스에서 바다 생태계를 살펴보는 학생들

이어서 우리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잘 알려진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지칠 무렵, 비행기 창문 너머로 갈라파고스 제도가 나타났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그 위를 달리는 요트를 보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와, 저것 좀 봐!” 한국의 바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우리는 지금 갈라파고스 제도에 왔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첫발을 디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느껴지는 것은 태양의 뜨거운 열기. 처음 도착한 곳은 갈라파고스 제도 중에서 발트라섬이다. 눈에 보이는 발트라섬의 모습은 건조한 땅과 선인장이 전부였다. 이런 곳에서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일 정도로 땅은 갈라져 있었고 매우 건조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환경이 혹독한 만큼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독특한 특징들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버스와 배를 타고 산타쿠르스(Santa Cruz)섬을 거쳐 이사벨라(Isla Isabela)섬에 도착했다. 이사벨라섬은 6개의 화산이 폭발하여 이루어진 화산섬으로 대부분이 활화산이다. 지구에서 가장 화산활동이 활발한 곳이라고도 한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첫 일정으로 화산을 등산하여 갈라파고스 제도의 지질환경을 살펴보았다. 이사벨라 화산은 산세가 높고 험준하여 생명체 교류를 막는 장벽이 된다. 지리적으로 격리된 생명체는 각각의 환경에 맞게 서로 독자적으로 진화하여 종 분화가 일어나게 된다.

거대 거북 보존 프로젝트를 엿보다

필드 트립 동안 이사벨라섬의 거대 거북 보존센터와 캠프 듀오(Camp Duo), 그리고 산타쿠르스섬의 찰스다윈연구센터와 엘 차토 보호센터를 방문하여 거대 거북을 관찰했다. 서로 다른 섬에 있는 거대 거북은 섬마다 다른 지질환경이나 생태계에 알맞게 적응했다. 비교적 습한 이사벨라나 산타쿠르즈 섬의 거대 거북은 등껍질이 돔형이다. 돔 모양의 거북은 등껍질이 둥그렇게 매끈해서 나무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등껍질이 둥그렇기 때문에 목을 길게 뺄 수 없어서 높은 곳에 있는 먹이는 먹을 수가 없다.

핀타섬과 에스판뇰라섬에 있는 거대 거북은 등껍질이 안장모양(saddle-shaped)이다. 안장 모양 등껍질은 돔 모양에 비교해 길쭉해서 외부에 개방적이다. 안장 모양 등껍질을 가진 거대거북은 고개를 높이 들고 목을 길게 내밀 수 있다. 건조해서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돔 모양과 달리 등껍질이 거대 거북을 포식자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 안장모양의 거대거북은 주로 건조하고 포식자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핀타섬의 거대 거북은 멸종되었고, 예스판뇰라섬의 거대거북은 멸종 위기에 있다.

필드 트립 동안 거대 거북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존 프로젝트가 항상 생태계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 예로 찰스 다윈 연구센터는 거대거북에게 위협적인 외래종인 염소 2만 마리를 박멸했다. 하지만 2만 마리에 달하는 염소 사체는 또 다른 비극을 안겨주었다. 갈라파고스 매가 버려진 시체를 먹고 개체 수가 급증하였고, 그 결과 갈라파고스 매가 사냥하는 핀치새(finch)와 라바 도마뱀(lava lizard)의 수가 급감했다. 이처럼 생태계에서 먹이 사슬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한 개체의 변화가 그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바다거북과 함께하는 스노쿨링

이번 필드트립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 누구라도 스노쿨링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두 번에 걸쳐서 스노쿨링을 했다. 그동안 물속에 감춰져 있던 바다 생태계를 두 눈으로 생생히 살펴볼 수 있었다. 새우, 꽃게, 불가사리, 물고기 떼, 알 등.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다거북과 바다사자였다. 손만 뻗으면 닿을듯한 거리에서 바다거북이 먹이를 먹으며 바다를 유유히 헤엄쳤다. 오색 빛깔의 바다와 서로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바다 생명체들, 이 보다 더 광활한 순간이 없었다.

스노쿨링을 하면서 관찰한 바다거북과 육지에서 사는 거대 거북의 서로 다른 외형적인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바다에 적응한 바다거북은 수영에 쉽도록 발과 등껍질을 포함한 몸 전체가 길고 얇다. 반대로, 육지에 적응한 거대 거북은 몸집이 크고 걸어다닐 수 있게 두꺼운 발을 가지고 있다. 이어서 김윤재 학생은 “칼텍 수업에서 배웠던 서식지 환경 차이에 따른 서로 다른 진화의 예시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갈라파고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이 피곤함을 달래주었다. 한국에서는 이야기로만 듣고 상상하던 은하수가 보였다. 정말 ‘별이 쏟아진다’라는 말처럼 셀 수 없는 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쉽게도 밤하늘에 총총 박혀있는 별을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평생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카약킹을 하면서 해양 지질환경을 살펴보는 학생들
카약킹을 하면서 해양 지질환경을 살펴보는 학생들

이번 필드트립에서 스노쿨링이나 카약 등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김윤재 학생에게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느낀 점을 물어보자,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거 같아서 정말 행복했다. 게다가 13명의 다른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삶을 보고 들었다.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남은 대학 생활 동안 어떻게 생활하고, 졸업을 준비할지 많이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정지훈 기자 jeongjihun@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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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 정지훈 (16, 기초교육학부)
경력 :
2016년 2학기 입사
2017년 1학기 ~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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