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사람이 산다. 그리고 고양이가 산다. – 영화 마지막에서
햇볕이 쨍쨍한 오후 원내를 산책하다보면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벤치에 앉으면 옆자리로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오고, 나른한 그르릉 소리에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풍경이 GIST대학에는 드물지 않다. 그러다보니 유독 고양이를 예뻐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 같다. 무서워하던 사람도 조금은 애정을 갖게 되고, 관심 없던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잔망스런 얼굴을 사진에 담아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고양이 좋아하십니까’, 만약 당신이 아직까지 이 질문에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아니라면 영화 ‘고양이 춤’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고양이라고는 관심도 없었던 영화의 감독과 원작자가 길고양이의 삶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빠져들었듯 당신도 어느 결에 살랑이는 꼬리에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2009년 가을, 스토리가 있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에 빠져들었다. – 윤기형 감독
‘고양이 춤’은 윤기형 감독과 이용한 시인 겸 여행가, 그리고 길고양이들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윤기형 감독은 원래 고양이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던 이용한 작가가 그들에게 깊을 애정을 품게 되는 과정이 담긴 에세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보고 길고양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따뜻한 시선이 담긴 고양이들의 사진과 이야기는 이용한 작가의 책과 블로그에 그대로 담겼고, 이후 윤 감독은 여기에 영감을 받아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했다.
윤 감독은 자신의 내래이션과 더불어 동네 시장, 회사 가는 길 등 일상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의 모습, 사람들이 고양이들을 보며 가지는 생각들을 영상에 담았다. 골목길의 얼룩무늬 길고양이를 만나 고양이들의 세계로 다가가는 감독의 영상에는 점차 깊어지는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용한 시인은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책에 실린 사진들에 내레이션을 덧붙여 스틸컷 형식의 영상을 만들었다. 깜냥이, 희봉이, 추냥이 등과 같이 이용한 시인이 이름을 지어준 길고양이들이 사료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축구하는 것으로, 일어서서 멈춘 것을 묵념하는 것으로 유쾌하게 표현했다.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 마하트마 간디
우리나라 전국 골목골목 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100만 마리 이상이고, 매년 2~3만 마리가 추가로 유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려져서, 태어날 때부터 길 위여서 길고양이가 된 이들은 매일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봉지를 뒤지며 살아간다. 캣맘, 캣대디(길고양이들을 돌봐주는 여성, 남성) 등 사비를 털어 밥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는 한편, 모두 쫓아내야 한다고 열을 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결국 이들은 집고양이의 평균 수명인 1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년을 살다가 길에서 숨을 거둔다.
윤 감독은 본인의 블로그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고양이 춤’이 많은 분에게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생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계기는 관심이 되고, 관심은 호감이 되고 사랑이 될 수 있다.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박정현 기자 pjhyun980309@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