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곳, 배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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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중(화학,15) 학생이 즐거운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GIST가 ‘2018 한국의 사회공헌 대상’에서 사회 발전 부문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사회공헌 문화를 확산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동아일보가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가 후원하는 상이다. GIST는 작년 9월 ‘GIST 사회공헌단’을 창단해 배움마당, 과학스쿨, 과학도서 기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이 중 광주지역 아동센터에서 꾸준한 교육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움마당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권효중(화학,15) 학생이 즐거운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권효중(화학,15) 학생이 즐거운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배움마당에서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김병진(기초,17) : 광산 애육원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을 한 명 가르치고 있어요. 작년부터 시작했고요. 그 친구가 또래보다 영어 진도가 많이 느려요. 그래서 학교 진도와 별개로 그 친구만의 커리큘럼을 준비해 과외 식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이도호(기초,17) : 올해 4월에 시작해 이제 다섯 번 정도 갔어요. 남구 봉선동 지역아동센터를 가고 있고요. 주로 중학생 애들 수학이나 과학을 봐줘요. 공부방처럼 화이트보드를 하나 두고 학생들이 앉아서 궁금한 걸 물어보는 식이에요. 6명을 가르치다 보니 되게 정신없어요. 사실 나이 차이도 많이 안 나서 반말하며 친구처럼 지내요.

강경보(물리,박사과정) : 활동을 시작한 건 12년도 3월이었어요. 센터도 바뀌지 않고 남구 한빛아동센터였고요. 주로 수학을, 시험기간엔 과학도 한 번씩 봐줘요. 가르치러 가지만 아는 형, 동생 같은 관계예요. 요즘엔 맡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주로 고3, 그리고 중학교 이상 올라간 친구들 위주로도 많이 가르쳐요.

어떻게 배움마당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이 : 작년에 배움마당을 하는 친구들이 중학생들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걸 봤어요. 부럽더라고요. 아는 누나 한 명도 배움마당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동아리 연습에 종종 늦으면서도 항상 행복해보였어요. 그걸 보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나보다’란 생각에 지원했어요. 이번 학기에 학점을 적게 들어서 시간 여유가 많아진 것도 중요한 동기였고요.

강 : 정말 솔직히 얘기한다면, 대학 1학년 방학 때 어떻게든 학교에 남으려고 시도를 했던 게 이유일거 같아요.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애들을 보며 쉬러가는 의미가 더 컸던 것 같아요.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일과가 빡빡하게 흘러가는데,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됐죠.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김 : 좋은 일이니까요. 가르치는 학생과 친해지기도 했고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수학은 좋아하는데 영어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꾸준히 봐줘야 하는데, 이왕이면 계속 봐주던 내가 맡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요. 처음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정이 들고 인연이 된 거죠.

강 : 오래 활동을 하다 보면 센터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어요. 하루라도 다른 사정 있어서 못가면 친구들이 섭섭해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오래 보면 볼수록 서로 든 정이 커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어린 학생들이니만큼 소통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학생들과의 거리, 어떻게 가까워졌나요?

이 : 공부할 때 투정 부리는 거 받아주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공부 안 하면 혼내고, 자고 있으면 깨우고. 또 중간에 식사 시간이 있는데, 그때 같이 밥 먹으면서 수다도 떨고요. 저를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 : 저는 좀 어려웠어요. 제가 워낙 초등학생하고 교감을 잘 못해요. 어떻게 눈높이를 맞춰서 대화하는지 그 친구를 통해 배웠어요. 학생 눈높이가 낮고, 저랑 좋아하는 것도 다르니 제가 할 말을 조금 접어두고 듣는 연습을 했죠. 그 친구도, 저도 서로 대화법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하게 된 것도 있었어요. 얘만 배우는 게 아니라 저도 배우는 게 있으니까요.

강 :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예요.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는 것. 서로 아는 지식이 다른데, 내가 아는 걸로 설명을 하니 이해가 어려운 거예요. 쉽게 이야기해준다고 예를 들면 다른 곳에 적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요. 답답하긴 하죠. 그런데 학생이 몰라서 답답한 게 아니라, 아는 걸 이해하게끔 설명해주지 못하는 게 답답해요.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나보단 걔네가 어떻게 보는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해를 못하면 바로 티가 나거든요. 그런 거 보면서 내 행동들을 고쳐나가는 거죠. 학생들에게 어떻게 맞춰가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이 :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있어요. 처음엔 소인수분해도 어려워했는데, 이제 공배수를 구할 수 있거든요. 그 친구 가르칠 때 좀 뿌듯하더라고요. 한 문제 알려줬는데 두 문제 풀어낼 때, 그럴 때 뿌듯한 것 같아요.

강 : 친구들이 해준 소소한 이벤트들, 선물들이 기억에 남아요. 스승의 날이 되면 항상 편지를 써줘요. 잘해줘서 고맙다, 귀찮아하지 않고 잘 대답해줘서 고맙다 등 조금 뻔한 얘기지만 그런 거 보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하나씩 생기는 거죠. 최근엔 박사 진학을 했는데 그거가지고도 편지를 써줬어요. 그림도 예쁘게 그려주고.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얘기하는 거 보면 보람도 느끼고요. 그 덕에 더 재밌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활동을 하다보면 깨닫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나 자신이 얻거나 배운 점이 있다면?

김 : 책임감이란 걸 좀 배우지 않았나 싶어요. 학교에서도 동아리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건 학교 밖 사회의 사람들과 연관된 일이잖아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쪽도 그걸 필요로 하는데 나 싫다고 멋대로 행동하면 안 되는 일이죠. 그래서 하기 싫을 때가 있어도 하게 되는, 책임감을 배우는 것 같아요.

강 : 학교를 다니다 보면 규칙적이고 틀에 박힌 생활을 하게 돼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저와 다른 일상을 보내다 보니 사고방식이 조금 달라요. 그래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당연히 갖고 있던 생각들을 다른 측면으로 볼 수 있게 돼요. 또 활발한 친구들과 있으면 분위기가 재밌어요. 봉사 활동을 가면 보통 내 에너지를 써서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친구들과 만드는 즐거움이 더 커요. 그런 것들이 긍정적인 측면이죠.

배움마당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 그냥 ‘한 번 해보고 말지’란 생각으로 시작하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들고 정신력도 소모되거든요. 가르침에 뜻이 있다든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단 생각이 있을 때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남들이 한단 이유로 일단 시작해보고 중간에 그만두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그런 자세로 들어오는 친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강 :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중간에 하다가 나가면 아이들이 섭섭해할 때가 있어요. 처음엔 낯을 가리는 학생이 많은데, 어느 정도 친해지는 중에 없어지는 거잖아요. 나가는 사람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에겐 빈자리가 느껴져요. 단기적으로 하기보단 조금 더 길게, 못해도 1년 이상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면 좋겠어요.

김예인 기자 smu0401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