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한국경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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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시해야 할 ‘정해진 미래’가 있습니다. 기대수명 증가와 20년 간 지속된 극심한 저출산에 따라 앞으로 30년 후, 2050년 대한민국에서는 인구의 36%가 전체 인구를 위한 생산을 해야 합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인 고용률이 높아져 선진국 평균 수준인 70%를 달성했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또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를 15-64세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고령인구 부양비’가 70%를 넘게 됩니다. 그 비율이 1980년에는 7%도 되지 않았고, 2018년에도 20%였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속도의 고령화입니다. 경제활동인구의 평균 연령도 현재는 30대 중반이지만, 2050년에는 50대 중반, 2065년에는 6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와 너무 다른 세상이 머지않은 미래에 기다립니다.

이처럼 세계 초유의 초저출산, 급고령화의 해일이 덮칠 대한민국은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요? 경제성장, 즉 총생산 증가는 노동과 자본 등 요소투입이 증가하고 이들이 생산적으로 활용되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때 달성됩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노동(취업자 수), 자본(물적자본), 생산성(요소투입 이외의 총체적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p)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별로 답이 안 나옵니다. 1990년대(1991-2000), 2000년대(2001-2010), 2010년대(2011-2018)의 세 기간 동안 실질 GDP 성장률은 7.0, 4.4, 3.0으로 하락해왔습니다.

이 중 취업자 수의 성장기여도는 세 기간 동안 각각 1.0, 0.8, 0.8이었는데, 2010년대 들어 둔화된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을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이 보완했기에 그나마 2000년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예고된 대로 생산가능인구가 더 크게 줄면 취업자 수의 성장기여도는 2030년대에–0.5까지 떨어질 전망입니다. 즉, 앞으로 노동력 투입 증대를 통해 끌어올릴 경제성장률은 없습니다. 크게 까먹을 일만 남았습니다.

물적자본의 성장기여도는 세 기간 동안 3.8, 1.9, 1.4로 둔화됐습니다. 그런데 KDI의 분석 결과, 2010년대에는 물적자본의 투자 자체가 2000년대에 비해 부진했던 것이 아니라, 총요소생산성이 둔화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접하는데, 물적자본 투자가 늘어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 부실만 야기합니다.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는 어땠을까요? 성장률에서 취업자와 물적자본의 성장기여도를 제외한 부분이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인데, 세 기간 동안 2.0, 1.6, 0.7로 근간에 급락한 것이지요.

그럼 왜 이렇게 총요소생산성이 낮아졌을까요? 저는 이 원인을 ‘이동성’과 ‘창의성’의 부족으로 요약하곤 합니다.

먼저, ‘이동성’은 생산요소가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자원배분의 역동성을 말합니다. 2000년대 이후 전체 산업 진입률과 퇴출률의 추세적 하락은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 저하를 의미합니다. 과잉투자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3년 연속 못 갚는 ‘좀비기업’이 늘었습니다.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되어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의 가교가 아닌 함정이 됐고, 기업규모별 노동조건 격차가 심화됐습니다. ‘수저계급론’이 등장할 정도로 사회 이동성이 저하되고, 사교육 경쟁, 스펙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인적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졌습니다.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대한 교육의 기여도가 저하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 마디로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이 가장 잘 사용될 수 있는 적재적소로 이동하여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방면에서 구조개혁이 필요합니다.

한편, ‘창의성’은 생산요소를 새롭게 결합하여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역량을 말합니다. 이동성이 활발해진 요소들이 구슬이라면 이것들을 잘 꿰어 명품을 만드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기업, 정부 모두 ‘진로 고민’ 중입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지요. 선진국의 제품, 기술, 제도를 모방하던 빠른 추격자 전략이 한계에 부닥친 것입니다. 이제 무지하게 창의적인 선도자가 되어야 하는데, 차세대 성장산업전략도 중국과 겹치고 뒤처지는 기술도 늘어납니다.

교육도 창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지 못합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고교 수업시간에 선다형 문제를 풀고 있는 나라입니다. 만 15세의 주당 공부시간은 가장 길고, 학교 숙제시간은 가장 짧은 나라입니다(숙제할 때가 학원수업을 들을 때보다 뇌가 더 활발합니다. 물론 숙제도 숙제 나름이겠지요). 만 15세의 평균 수학점수는 상위권, 공부시간당 점수는 최하위권인 나라입니다. 고교생 자녀에 대한 희망 직업이 공무원 1위, 교사 2위인 유일한 나라입니다.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있는 나라입니다(그런데 사교육은 학생들 스스로 창의성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학습활동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지면 제약 때문에 이동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개혁들이 필요한지를 서술하기는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만 보더라도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가 걱정스럽다는 데는 공감하시겠지요?

여러분은 혹시 앞으로 사람 대신 로봇이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미 한국은 제조업에서 노동자 수 대비 로봇 수가 세계 1위입니다. 앞으로는 서비스 로봇, 특히 많은 고령인구를 사람 대신 돌볼 로봇들이 절실히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로봇들을 개발하고 저렴하게 보급하는 데 기여할 인재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남북한 경제통합도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응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변수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이 생산의 주역이 됐을 때 북한의 노동력, 자원, 시장 등이 늙고 개발여력이 고갈되어가는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평화 속에서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웅대한 활로가 열린 세상이 와 있길 기원합니다.

김 희 삼 교수 (기초교육학부/경제학)
김 희 삼 교수
(기초교육학부/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