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는 2022년 7월 15일부터 평균평점(GPA·Grade Point Average) 산정 기준을 개정·시행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GPA 환산식이 잇달아 재개정됐고, GIST에서도 재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스트신문>은 GPA 환산식 재개정 가능성, 유불리 논란의 원인 및 향후 대책을 취재했다.
대학마다 다른 GPA 환산기준
최근 대학가에서 GPA 환산식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GPA란 ‘Grade Point Average’의 줄임말로 평균 평점을 의미한다. 각 대학은 4.5학제 또는 4.3학제를 채택해 각기 다른 기준으로 GPA를 계산한다. 환산점수는 이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GPA 환산점수는 대학마다 다른 성적을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있어 국내외 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입시, 기업 채용 과정에서 주요 평가지표로 사용된다.
하지만 대학마다 GPA를 백분위로 변환하는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같은 학점일지라도 출신 대학에 따라 점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A0(4.0)라도 학교별 백분위 환산식을 적용하면 ▲GIST 94.3점 ▲서울대 96.0점 ▲KAIST 96.7점 ▲연세대 97.0점이다. 평가 기관에서 대학별 환산식 간 유불리 차이를 상세히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GIST 내에서도 GPA 환산식 재개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턱대고 올리다간 GPA 공신력 하락해
<지스트신문>은 GPA 환산식 유불리 논란과 재개정에 대한 학부 재학생과 졸업생의 의견을 묻기 위해 17학번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이뤄졌으며, 총 67명이 응답했다. 본 조사의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8.43%p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현 GPA 환산식 재개정 논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PA 환산식 재개정에 찬성한 응답자의 비율은 92.5%(62명)로 재개정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찬성 의견을 표한 응답자는 그 이유로 “개개인의 역량을 정량적으로 증명하는 GPA 환산점수에 공정성은 필수”, “상대적으로 학점 취득이 어려운 GIST에서 GPA 환산식 재개정은 모든 학생에게 필수적”, “장기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조속한 대처로 피해 학생을 줄여야 함” 등을 지적했다.
한편, 반대를 표한 응답자는 “무분별한 재개정으로 환산점수의 변별력 상실이 우려됨”, “대부분의 대학원은 정성평가를 시행하기 때문에, GPA 환산식 재개정은 큰 영향이 없을 것”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GPA 환산식 간 유불리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는 ‘GPA 환산식 간 유불리 차이에 대한 평가 기관의 고려 부족’(71.6%)이 뽑혔다. 이어, 특정 대학원 및 대기업에 대한 경쟁률 증가(49.3%), 대학 간 환산식 연쇄 개정(46.3%), 코로나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28.4%) 등이 뒤따랐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일부는 “더 많은 언론, 학교, 학생 단체가 GPA 환산식 차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평가 기관별 자체 환산기준 설정 ▲GIST에서 선제적으로 더 유리한 환산식 도입 ▲교육부 및 산하 기관에서의 총괄적인 GPA 환산기준 제시 등을 대처 방안으로 제시했다.
GPA 환산점수 속 진실, GIST의 판단은
지난 2022년 4월 GIST 청원에 GPA 환산식 개정 요구가 올라오자, GIST는 2022년 7월 15일부로 GPA 환산식을 개정·시행했다. 해당 산정 기준은 교무처 내에서 1차 검토를 진행한 후, 처장 회의, 전 학부(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이후 학생 청원 및 타 대학 운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됐다. 학적팀에 따르면 개정된 환산식을 통해 학생별 GPA에 따라 0~1.3점의 백분위 환산점수 상승이 확인됐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GPA 환산식을 도미노식으로 개정하자 GIST 내부에서도 익명 게시판, GIST 청원 등을 통해 환산식 재개정 요청이 꾸준히 들어왔다. 학적팀은 “현행 환산식이 학생들에게 현저히 불리함이 입증된다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현재 학점 환산점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교육부와 대학 협의회에서도 표준화된 GPA 환산식 제도 개선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 당국의 정책 변화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여전히 환산식 제정 및 개정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실정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 1항은 ‘성적의 관리’를 학교장의 권한인 ‘학칙’의 범주에 포함한다. 교육부 대학운영지원과 소속인 A씨는 “교육부가 각 대학의 GPA 환산식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교육 당국이 대학 측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 신관률 회장(이하 신 회장)은 “총학생회에서도 환산점수 이슈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논의 중이다. 이에 학점 환산과 관련해 총학생회 차원에서 설문조사 및 간담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학생 의견 수집 방안을 밝혔다. 더불어 “8월 중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연석회의가 개최한다. 해당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해 다른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경우 해당 사안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어떤 방책을 수립할 계획인지 알아볼 것이며, 공동 대응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실제로 여러 대학원에서 GPA 점수를 환산하지 않거나, 평가 기관의 재량으로 정성 평가를 시행하는 사례도 조사됐다. GIST 대학원 입학팀은 “GIST 대학원 원서접수 시 백분위 입력은 불가하고, GPA만 입력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KAIST 대학원 입학팀은 “지원자들의 GPA를 어떤 기준으로도 환산하지 않고, 출신 대학의 성적증명서와 GPA 성적 그대로 심사위원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GPA 체계를 위한 충분한 논의 필요해
GIST 학적팀은 “타 학교의 개정 동향, 교육부 입장, 학생과 교원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긍정적으로 환산식 재개정을 추진 중이다”고 전했다.
총학생회 신 회장은 “학생과 학교 간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새로 취임한 임기철 총장과 정기적인 미팅을 약속했다. 또한, 최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서 회의 결과보고서를 공유하도록 의결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GPA 학점 환산 논란에 대해 더 깊고, 합리적인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며 철저한 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더불어, “GIST 청원에 올라온 학생들의 의견은 총학생회의 입장 표명에 강력한 증거가 된다”며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GPA 환산식 간 유불리 차이로 학생들 간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입시 구조의 보완을 위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성실성과 꾸준함을 평가할 수 있는 학점이 변별력을 지녀야 하는 만큼, 입시 구조와 제도의 현실성을 고려해 신중히 개선해주길 바란다”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