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인가 재아(在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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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SF, 드라마 미국 145분 2002.07.26. 개봉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톰 크루즈 콜린 파렐 등
·개요 : SF, 드라마 미국 145분 2002.07.26. 개봉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톰 크루즈 콜린 파렐 등
·개요 : SF, 드라마 미국 145분
2002.07.26. 개봉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톰 크루즈 콜린 파렐 등

한 남자가 부인의 외도를 목격하고 감정이 북받쳐 탁자 위의 가위를 집어 든다. 남자가 가위로 여자를 찌르려 하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쳐 남자를 체포한다. 이처럼 미래에 일어날 살인까지 막을 수 있는 이곳은 2054년 워싱턴 D.C.다.

영화 속 각종 첨단 기술은 관객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한다. 자기 부상 시스템 덕분에 자동차들이 수직 방향으로 질주하고 도시 곳곳에 설치된 동체 인식 시스템으로 사람들의 신상이 파악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이다. 이는 세 명의 예언자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을 지목하면 특수 경찰국 요원들이 그 사람을 체포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미래 사회의 모습이 영화 내내 완벽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장 표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인권 침해다. 범죄 예방 시스템은 살인 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국민들의 생활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 특수 경찰국은 정찰용 드론을 이용해 수시로 동체 검사를 실시한다. 사람들은 밥을 먹으며, 말다툼을 하며, 심지어 성행위를 하면서도 드론의 검사에 응한다. ‘안전’이라는 사회정의 아래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권이 침해되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무채색인 배경은 이러한 강압적인 통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차가운 삶을 대변한다.

핵심 소재인 범죄 예방 시스템도 근본적인 모순점을 갖고 있다. 경찰은 살인 예정자들이 살인할 것이라는 예언을 통해 미리 그들을 체포하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감금한다. 그들이 살인을 할 것이라는 예언과는 달리 살인은 일어나지 않는다. 예언이 틀리게 되는 것이다.

살인 없는 도시라는 정의 뒤에는 죄를 짓지 않은 범죄자들을 양산해내는 불의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범죄 예정자들이 살의를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살인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사람들을 범죄자로 단정 지을 수 있는지, 나아가 인간이 규정한 시스템으로 다른 인간을 옭아매는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의 결함과 선택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주인공 존 앤더튼은 범죄 예방 수사국의 책임자인 동시에 마약중독자이다. 낮에는 범죄자들을 잡아들이지만, 밤에는 음산한 뒷골목으로 달려가 마약을 복용한다. 감독은 이러한 양면적인 캐릭터를 배치함으로써 인간이 완벽하지 않으며,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존은 자신이 살인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으나, 그 상황에서 결국 총을 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장면을 통해 감독은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존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인 선택을 했고 이를 통해 그의 운명을 바꿨다.

영화 속에서 존과 그의 파트너 대니의 대화 장면은 심오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존이 탁자의 반대편으로 공을 굴리자, 대니가 그 공을 잡는다. 왜 잡았냐는 존의 물음에 대니가 답한다. “떨어질 테니까.” 그러자 존이 말한다. “하지만 안 떨어졌잖소. 당신이 잡았으니까.”

공은 떨어질 운명이었을까, 대니의 손에 잡혀 떨어지지 않을 운명이었을까. 만약 전자라면 대니는 운명을 바꾼 것일까. 딜레마로 얼룩진 이 어두운 이야기는 문명의 화려함 이면의 디스토피아적 실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운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