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와 청춘…대학생, 홍콩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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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송주>는 고송주 기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사회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입니다.
현재 많은 학생이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기 위해, <지스트신문>은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홍콩 지지 시위에 참여한 박혜신 씨와 홍콩대 재학 중인 김준성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홍콩 보정
학생들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홍콩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3일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 법 개정안’(이후 송환법)의 입법을 예고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신설하려는 이유는 지난해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이다. 홍콩인 찬퉁카이(20) 씨가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홍콩으로 도피했으나, 홍콩은 속지주의¹⁾를 채택하고 있어 그를 처벌할 수 없었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 씨를 대만으로 보내 처벌하려고 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범죄인을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이 송환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송환법이 중국 정치 체제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을 중국 본토로 소환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왔고 같은 달 17일에는 20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인구 700만 명의 홍콩에서 이 정도 규모의 시위는 매우 이례적이다.

‘반송중(返送中, 중국에 보내는 것에 반대함)’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응해 입법회는 10월 23일 송환법을 공식 폐기했다. 송환법 철회 이후 시위에 참여자는 많이 줄었지만 학생들은 집회를 계속했다. 학생 시위대는 8월부터 제시해온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생 시위대의 5대 요구는 ▲송환법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이다. 학생들은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시위 중이나 정부가 들어주기 어려운 조항들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홍콩 당국이 최근 수개월 동안 발생한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서 시위에 불이 붙었다. 일례로 9월 19일 적극적인 시위 참가자였던 천옌린(15) 씨가 실종된 지 3일 후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홍콩 경찰은 자살로 결론지었지만, 시민들은 평소 수영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수영을 잘하는 학생이 익사했다는 데 의문을 품었다.

11월 4일 홍콩과기대 학생인 차우츠록(22) 씨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다가 주차장 타워에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차우츠록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시위대는 사고 당시 경찰이 구조대원의 접근을 막아 응급조치가 늦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이러한 의혹에 대해 홍콩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시위대와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0월 4일 홍콩 정부는 긴급정황규례조례(이후 긴급법)를 발동했다. 긴급법이 발동되면 행정장관은 공익에 적합하다고 판단할 시 입법회의 동의 없이 모든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사실상 계엄령인 것이다.

정부는 긴급법에 근거해 마스크금지법을 시행했다. 시위대가 마스크를 착용하기만 해도 연행될 수 있는 것이다. 11월 11일에는 경찰이 복면을 쓴 시위자에게 실탄을 사격하면서 시민들이 분노했다. 실탄을 맞은 시위자 2명이 바닥에 쓰러졌고 그중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어느 때보다 강하게 긴급법 철회와 전면적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집회와 캠페인을 열고 있다. 학생들은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자보와 플래카드를 설치하면서 문제를 공론화했다. 하지만 몇몇 대학에서는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의 마찰도 있었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자보를 훼손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홍콩 문제에 대한 한국 학생의 생각도 제각기 다르다. 많은 학생이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1) 속지주의: 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입법주의 하나. 한 영토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국적과 관계없이 그 나라의 법률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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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가 중국의 홍콩 간섭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어제는 신장, 오늘은 홍콩, 내일은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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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있는 홍콩인 관광객이 행진하는 학생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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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홍콩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피켓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웃 나라의 민주화를 지지합니다”

– 박혜신 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대표)

11월 23일 오후 3시 학생들이 서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1123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참여자들은 명동 거리를 가로질러 주한 중국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이날 행진이 끝나고 집회를 주도한 박혜신 씨를 만났다.

문: 행진 준비나 진행할 때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답: 힘들었던 건 전혀 없습니다. 지지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거든요.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이시면서 행진에 참여해주시니 힘이 났어요. 누군가는 택시 타고 가다가 엄지를 들어 보이시면서 영상도 찍으셨어요. 힘들었다기보다 오히려 정말 고무적이었습니다.

문: 대학생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답: 그 이유로 3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로, ‘홍콩 문제가 우리 또래의 문제’라는 거예요. 우리 또래 친구들이 옆 나라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그걸 같은 학생들이 외면할 수 없어요.
둘째로, 그들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게 ‘민주주의’라는 점이에요. 우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불과 얼마 전인 2016년에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을 겪기도 했었죠. 우리는 그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어요. 민주화의 역사를 가진 우리로서는 홍콩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홍콩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에는 ‘불평등과 양극화,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항의’가 배경에 깔려있어요. 이런 문제들은 한국 학생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잖아요. 각국 정부들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평범한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에 맞선 항의이기 때문에 우리와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문: 홍콩에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답: 우리는 처지가 같은 친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홍콩 학생들이 한국 80년대 민주화 운동 관련 영상을 틀어놓고 집회를 진행한다고 해요. 우리 민주화 역사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거죠. 저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현실의 여러 조건을 타개하기 위해 나선 당신들의 항쟁에서 우리도 큰 힘을 받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당신들의 요구를 한국에서도 지지하고 한국의 학생들도 그렇게 싸우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홍콩 문제는 다면적으로 봐야 해요”

– 김준성 씨 (홍콩대학 학생)

홍콩대학은 홍콩 내 8개 관립대학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대다. 홍콩대학에 2년째 재학 중인 유학생 김준성 씨와 접촉했다. 홍콩 시위를 시작부터 지켜본 그에게 홍콩 문제에 관한 생각과 현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 지금은 귀국하신 건가요?
답: 네. 한국 영사관이 여행경보를 여행유의에서 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한 금요일에 귀국했어요.

문: 귀국을 결심하신 데 결정적인 일이 있나요?
답: 저희 학생들이 정치 구호를 쓰는 반달리즘²⁾을 했어요. 홍콩 경찰이 그 학생들을 체포하려고 기숙사에 왔습니다.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몇몇은 경찰차를 발로 차기 시작했죠. 그러자 경찰은 최루액을 쏘고 곤봉으로 학생들을 때렸어요. 학생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잘못이지만, 곤봉으로 때릴 정도일까요? 경찰이 명백하게 잘못한 것이죠.

홍콩 시위가 지속되는 동안 여러 번 현장에 있었지만, 이 사건이 저에게 가장 큰 충격을 가져다준 일입니다. 그 이후엔 잠이 잘 오지 않더라고요. 얼마 후, 홍콩이공대가 경찰에 포위됐어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우리가 그다음이 아니겠냐고 입을 모았죠. 대부분의 한국인 학생들이 홍콩을 떠나기 시작했고 저도 결국 귀국하게 됐죠.

문: 지금 홍콩 상황은 어떤가요?
답: 홍콩 청년들은 흔히 3가지 현상을 보여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해결책을 몰라서 그냥 지켜보거나, 적극적으로 시위하는 것이죠. 홍콩인들이 전부 광둥어를 쓰는 동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인도나 영국계 학생들도 있어요. 광둥어를 쓰지 않는 홍콩 출신들은 사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도 해요. 학생들은 서로 ‘무관심하다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하며 대립하죠.

홍콩의 정치적 분위기는 어떤 사안을 얘기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친중파가 의견을 내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죠. 홍콩 스타벅스가 친중파의 소유라는 이유로 반대파 시위대가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물건을 부수는 일도 있었어요. 이런 분위기에서 함부로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기 어려운 거죠. 과격한 시위대를 향해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 홍콩 학생 시위에 문제가 있다면?
답: 일단 시위가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송환법이 주요 쟁점일 때는 시민들이 대동단결했었죠. 친중파도 법안이 과도하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시위대는 송환법이 철회된 후에도 ‘반송중’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5대 요구가 있지만, 뚜렷한 요구 조건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요.

또한 방독면과 철모를 쓰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이 학생들의 시위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어요. 이념을 떠나서 시위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죠. 최근에는 홍콩대 학생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시민들이 치운 일도 있었어요.

또 하나의 문제를 꼽자면 리더십의 부재죠. 그러다 보니 통제도 잘 안 되고 협상을 주도할 사람도 없어요. 그게 우산 운동³⁾ 때와 큰 차이예요. 그때는 홍콩 대학생 연합회라는 단체가 있었는데 지금은 누가 시위를 이끄는지 모르겠어요. 일부러 조직화를 안 한 것일 수도 있죠. 우산 운동 때 조직화가 시위의 순수성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거든요. 너무 온건했던 우산 운동과 너무 급진적인 지금의 시위 사이에서 중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 한국 학생들의 동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답: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언론이나 대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좋게만 보고 있다는 거예요. 홍콩 사람들이 현 시위를 광주민주화운동과 비교하는 일이 많아요. 시위할 때 당시 영상을 틀어놓기도 하죠.
저는 그 비교가 적절한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아요. 행정장관이 법안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하자 유리창을 부수는 등 폭력적인 시위가 있었거든요. 정치적 반대파가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것은 광주와 차이가 있어요.

홍콩 시위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도 문제입니다. 홍콩에는 중국 체제를 동의하면서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 중국에 완전 복속되기 원하는 사람들, 도로 영연방 소속이 되자는 사람들, 완전 독립을 원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어요. 정부가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어도 정치적으로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이번 시위는 여러 각도로 조명해야 할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리라고 봐요.

2) 반달리즘: 고의로 예술이나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 대표적으로 스프레이를 이용한 낙서가 있다.
3) 우산 운동: 2014년 홍콩에서 있었던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 우산 운동이라는 이름은 경찰이 살포한 최루액을 막으려고 시민들이 우산을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