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1호에서는 총동문회장 오석중 대표를 만났다. 사업가이자 동문회장으로 살아가는 오석중 대표는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고, 첫 사업은 처참하게 망했다.”
오석중 대표는 천연 구강청정제와 손 소독제를 만드는 ㈜에코월드의 대표다. 1995년 GIST 환경공학부(현 지구환경공학부) 1기 입학생으로, 처음부터 사업가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GIST 박사 학생 최초로 창업했지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20여 년 전의 그는 박사 과정을 밟는 학생이자, 아이 셋의 아버지였다. 학문의 길을 가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조미료 ‘미원’을 만드는 회사인 ‘대상’의 산학 장학생에 지원했다. 졸업 후 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한다는 조건으로 대학원 학비와 생활비를 받으며 공부했다. 주변 사람들이 가지 않던 길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방학 때는 사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회사 운영에 대한 감각을 은연중에 키웠다. 그렇게 3년째 생활하던 중에 IMF 사태가 터지며 계약이 종료됐다. 한마디로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지도 교수님의 허락을 구해 넓지도 않은 연구실에서 후배 몇 명과 함께 창업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연구하는 회사였다. 사업을 이어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믿었지만, 회사를 운영하기에는 미숙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행정적인 처리부터 물건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까지. 이런 문제를 처음 고민한 시기기도 했다. 사실 물어볼 사람이 없기도 했고,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도 없었다. 그래서 정말 처참하게 망했다.”
어찌 되었건 그의 첫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인의 회사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사업에 대한 감각을 늘려갔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자신이 개발한 구강청정제를 아이템 삼아 창업했다. 실패를 이겨내고 버틴 그는 지금 에코월드의 대표다.
사업가로서 가져야 할 자세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물어보자, 그는 2가지의 유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많은 소비재 중 유행에 맞는 아이템을 최대한 빨리 공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금 사회에 필요하면서도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학생이 유행에 맞는 제품을 파는 건 어렵다면서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AI와 같은 최첨단기술부터 마스크 같은 소비재까지 선택의 폭은 굉장히 넓다. 그래서 일단은 사회를 겪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제품이 인기 있고, 광고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해야 한다. 일상의 사소한 불편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완전히 신기술을 개발하면 된다. GIST 학생의 벤처 기업(에스오에스랩)을 생각하면 쉽다.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 아이디어 싸움으로 경쟁하면 된다. 만약 내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평가받고 싶다면 경진대회를 나가봐라. 대회에서 내 수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곳에서 계속 실패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면 된다.”
마지막으로 사업가는 기술 개발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내가 만든 제품이 과연 돈이 될지, 어떤 점을 강조해 판매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 연구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광고 문구만 연구하는 기업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사업은 운칠기삼
오석중 대표는 사업을 하며 운과 적절한 시기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글과 손 소독제 등 위생제품을 판매하는 사업가로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비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손 소독제 판매량이 많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 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위생 업계는 전에 없는 호황을 기록했다. 결국, 내 능력 밖의 운을 타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상황이 중요하지만, 자신의 꼼꼼한 준비도 강조하는 그였다. “사업은 결국 운칠기삼인데, 내 노력과 상황이 맞물렸는지가 중요하다. 준비가 완벽해야 상황을 활용할 수 있다. 상황이 나쁘게 돌아간다면 운을 탈 때까지 버티면 된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산 타는 것과 같아서 실패할 때가 있으면 성공할 때도 있는 법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젊어서 큰돈을 버는 게 안 좋을 수 있다. 실패를 겪어보지 않으면 앞에서 말한 내용을 몸소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젊어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주위 사람을 무시하며 사업을 망치는 것도 정말 많이 봤다.”
우리는 젊은 CEO를 초청해 ‘나는 어떻게 성공했나?’ 같은 강연을 듣곤 한다. 하지만 그는 강연하는 사람들도 성공의 과정에 있을 뿐, 정말 성공한 사람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좋은 결과를 남기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누군가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진정한 성공 아닐까.”
사업가부터 총동문회까지
그는 사업가로서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 “기업의 고용 창출을 넘어선 사회 환원”이라고 말했다. 사업의 일차적인 목표인 이익 창출에 있어, 기업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인에 의해서 하는 기부가 아닌, 자발적인 봉사가 중요하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기업 윤리다. 단순히 기업의 고용 창출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매출과 관계없이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처럼 막대한 기부를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작더라도 자발적인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 총동문회장으로서 후배를 돕는 것도 사회봉사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GIST 총동문회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너무나 바빠 임원을 맡지 못했던 그였지만 2016년부터 회장을 맡아 동문회를 이끌고 있다. 동문회 일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기본적인 일조차 힘들었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꽤 괜찮아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나는 GIST 환경공학부를 1995년 입학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1년에 180명을 뽑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동문회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연구실 중심으로만 생활했다. 무엇보다 사람이 적어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서로 알고 애교심도 강했다. 지금 GIST는 사람은 많지만, 유대감이 약하다고 느낀다.”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는 학부 동문회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금 동문회가 대학원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이 아쉽다. 그렇기에 학부 동문회를 열심히 지원하려고 한다. 지금은 조민상 군(물리,박사)을 중심으로 학부 동문회가 돌아가는데, 앞으로 더 많은 행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도울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학부생들에게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격려를 전했다. “GIST 대학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학부생들이 동문에게서 도움받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보다 뛰어난 학부생들이 좁은 취업 문에 막힐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동문회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도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