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누적 강수량 최고 500mm에 달하는 남부지방의 집중호우로 인해 섬진강과 영산강 수계 범람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9일 전남도가 공개한 피해 상황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9명 사망, 1명 실종이며 2천77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야권을 중심으로 치수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섬진강 유역이 폭우로 인해 큰 수해를 입었다며 사업 효용론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철거해 홍수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장마 동안 4대강 사업의 일부였던 영산강과 낙동강 주변에서도 홍수 피해가 있었기에 이번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홍수 피해가 가장 심했던 곳 중 하나인 영산강은 4대강 사업 중 하나인 하굿둑 배수문 증설이 이뤄진 곳이다.
이명박 정부가 여름에 집중되는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말부터 2012년까지 2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대규모 하천 정비 사업이자 한국형 녹색 뉴딜 정책 중 하나다.
이번 기사에서는 호남권 폭우 피해로 인해 촉발된 4대강 효용성 논쟁을 세 가지 측면에서 다룬다. 다만 재원 조달, 법정계획 수립,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대한 문제는 다루지 않고 4대강 사업의 효과 유무에 대해서만 다룬다.
홍수 예방효과 미지수
4대강 사업의 치수 효과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사업을 도맡아 추진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9월 6일 국무총리 소속 민간위원회로 출범한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의 발표 내용이 견해차를 보인다, 또한, 작년 7월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의 내용은 앞선 두 발표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2006년 1조5천억에 달하던 태풍과 홍수 피해가 사업추진 후인 2011년에는 천억 원으로 줄어든 것 등을 근거로 “강바닥의 퇴적물을 파내는 작업이 홍수 예방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주변 홍수위험 지역의 93.7%에서 위험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홍수위를 산정한 결과, 대부분 구간에서 사업 전보다 계획홍수위가 낮아져 홍수 피해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준설이 계획준설량만큼 이뤄지지 않았고 마스터플랜이 계획한 홍수 방지 효과에는 다소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기능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홍수는 지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반면 사업은 4대강 본류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강바닥을 파낸 것은 수해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1) 정책을 재추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4대강 사업은 제방을 높이는 대신 강바닥을 파내 수위를 낮춰 홍수 피해 가능성을 줄이고 저수량을 늘려 물 부족에 대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당시 국토부는 낙동강 최소 수심은 3m로도 홍수 방어와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며 6m 수준으로 파내는 것은 과잉투자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반면 대통령은 6m를 확보하라고 명령했는데 이것은 운하를 위한 수심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사업이 홍수 피해를 막은 것이 아니라 물길을 막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4대강 사업에 속한 전남 나주의 영산강 문평천에서 제방 일부가 붕괴해 인근 농경지 수백 ha가 침수됐다. 당시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제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 아쉬운 수자원 확보
4대강 사업의 이수 효과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 이후 실제 확보한 수량은 11.7억 세제곱미터로 사업 전 계획한 13억 세제곱미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천유지에 필요한 최소 유량인 유지유량 증가에 이바지할 수 있을 정도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수량은 본류 주변 가뭄 발생 지역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사업이 진행된 25개 저수지를 선정해 과거 37년의 자료를 근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대 30년 빈도의 가뭄에도 대비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의 위치선정 기준과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과거 최대가뭄 발생 시 용수 부족 발생 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가용수량이 늘어난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평소에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의 수량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위원회가 수리 특성2)과 하상변동3)을 평가한 결과, 준설과 보로 인해 물흐름이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하천 퇴적이 발생하므로 추가적인 준설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2개 양수장 중 157개에서 양수 시설 설치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 6월 정부가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를 해소하고자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까지만 수위를 낮췄으나 취수할 수 없었다.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국토부가 수위 운영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탓에 수자원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수질과 생태계에 도움 안 돼
4대강 사업의 수질 개선 효과에 대해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위원회 보고서는 4대강 사업으로 한강과 낙동강, 금강은 대체로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BOD와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했으나, 낙동강 상류 지역 4개 보 구간에서는 BOD가 증가했고, 영산강은 식물 플랑크톤이 늘었다고 서술했다.
위원회는 하수의 인 제거하는 작업은 수질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보 건설과 준설은 수질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질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2013년에 낙동강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높은 기온과 일사량의 증가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산도, 용존산소량, BOD 등 9개 항목을 평가했는데 16개 보에서 개선과 악화가 모두 발생하면서 수질 개선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남조류가 관심 단계 수준인 1천 셀 이상 발생한 일수를 따졌을 때 사업 이후 크게 증가했다.
감사원은 또 사업추진 당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1993년부터 시행된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에 대해 사업 시행 전 환경 영향을 예측해 해로운 영향을 피하거나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감사원 조사 결과, 환경부가 보 구간의 조류예측, 가동보 운영방안 등 쟁점 사안이 보완되지 않았는데도 평가를 끝마쳤고 부정적인 검토의견은 삭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원회도 사업이 생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농지를 없앤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습지 생태계에 맞지 않은 식물을 심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또한, 하천의 직선화나 모래톱 상실로 서식처가 상당 부분 훼손되고, 보의 건설로 생태계는 호소화됨으로써 생물상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폭우, 피해의 진짜 이유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수생환경 개선, 하천 문화공간 창출 측면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공학적 검토와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을 강행한 탓에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과 이번 호남권 홍수 피해는 관련이 있을까?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직원 A씨는 <지스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무자가 보기에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의 피해가 큰 것은 단지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 세간에 주장처럼 4대강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7, 8일 영산강 수계인 광주의 강수량은 각각 259.5mm, 255.5mm로 매우 높았고 섬진강 수계인 함양, 순천의 강수량은 각각 203.5mm, 289.4mm로 기록적 폭우였다. A씨는 “이런 기록적 폭우는 조선 시대부터 봐도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홍수 피해와 별개로 4대강 사업은 보완과 후속 작업이 불가피하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졸속 행정 문제를 논외로 하고 4대강 사업의 효과만 보더라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특히 수질, 생물 종 다양성 등의 환경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