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번째를 맞이하는 교육혁신상은 교수자의 수업 혁신 의지를 북돋기 위해 2020년에 신설된 상이다. 교육혁신상은 수업의 혁신성에 초점을 맞춘 정성평
가를 통해 교육혁신센터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작년 수상자는 김경중 교수, 지솔근 교수, 하대청 교수였다. 올해의 수상자가 나오기 전, 이들을 만나 교육혁신
상의 수상소감과 해당 수업에 관해 얘기했다.
“재미있는 수업이 필요해요” 김경중 교수 인터뷰
김경중 교수는 ‘게임 인공지능(학사과정)’이라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통해 교육혁신상을 받았다. 공학교육의 혁신모델로 우수성이 인정됐으며,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지스트신문>은 인공지능 게임이라는 수단을 통해 AI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김경중 교수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융합기술학제학부에 소속되어있으며, AI 대학원 학사겸부교원으로 있는 김경중이라고 한다.
수상소감을 부탁드린다.
상당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게임 인공지능은 특이한 과목이라 학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수업이 학생들과 교수님들에게 좋게 평가받은 것 같아 대단히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수업 방식에 관해 알려주실 수 있나?
강의했던 과목은 게임 인공지능이다. 수업 때 했던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어 여러 방식으로 수업했었다. 한 학기가 끝날 때쯤 수업시간에 했던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는 그중 가장 큰 시도였다. 일명 ‘게임 AI Day’로, 코로나 19 이전에 연례적으로 개최했다. 다산 빌딩 1층에서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참여형 프로젝트 수업도 많이 진행했다. 게임 인공지능 수업 주제로 AI 만들기, 게임 콘텐츠 개발하기 등을 두어 흥미를 끌었다. 앵그리버드 맵을 수업 중 과제로 연구해 보기도 했고, 보드게임을 연구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플레이해보기도 했다.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주제로 참여를 유도했기에 좋은 강의로 평가받았던 것 같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이 수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과목에 가깝고,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지하는 게 목표이다. 그렇기에 수업 자체는 인공지능과 연계되어 있지만, 이론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에서 쓰이는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적인 측면은 적게 알려주고, 실제로 인공지능을 써보는 것에 초점을 둔다. 물론 전반부에는 이론을 가르친다. 이후, 후반부엔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신이 만든 게임에 인공지능을 넣거나, 기존에 있는 게임에 인공지능을 추가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본인의 교육철학을 소개해달라.
첫 번째는 ‘재밌는 수업이 필요하다.’이다. (웃음) 무엇보다 학생들이 수업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론 위주의 수업보다는, 직접 해보는 것이 교육 효과가 더 좋은 것 같다. 어떤 의미로는 제 수업이 재미를 추구하기에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 깊이있는 지식을 알고 싶으면 학생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깊이 알고 싶은 학생에게 방대한 양의 지식을 요약해주진 않는다. 다만, 자기가 흥미를 갖고 직접 해보는 것에서 오는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스트가 교육적으로 좀 더 발전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프로젝트 기반 과목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론 강의도 좋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과목들의 경우 예산이 필요하고, 색다른 교육도 해야 하는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 학교에서 이런 어려움을 도와줬으면 한다. 그러면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 또한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길 원해요” 하대청 교수 인터뷰
하대청 교수는 ‘비판적 디자인’이라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통해 교육혁신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디자인적 사고와 3D 프린팅을 익힐 수 있었으며, 장애인의 시각에서 기술을 사고해보는 기회였다고 평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과학기술학을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으며, ‘이 학문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뭘 했을까?’라고 생각하는 학자 하대청이라 한다. STS(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로 불리는 이 학문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인문사회과학의 한 분야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지만, 연구 대상이 과학기술과 과학자이기에 융복합의 학문적 성격이 강하다.
수상소감을 부탁드린다.
기초교육학부뿐만이 아니라 GIST에서 교육에 혁신적 시도를 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으신데, 제가 돼서 좀 놀랐다.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어서 주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의 수상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놀라고 부끄러웠지만, 격려의 뜻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수긍했던 것 같다.
‘비판적 디자인’ 과목은 어떤 과목이며,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는가?
이 과목은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메이커 문화와 관련이 크다. 메이커 문화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구체적인 인공물을 생산해 사회를 혁신하고자 하는 문화로,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이런 문화에 부응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더해 인문학적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필요한 인공물이나 기술을 스스로 정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한 학기 동안 완성한 후 전시회를 진행한다. 인문학과 메이커 문화를 결합한 융합적 성격의 수업이라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STS를 배우고, 장애학에 대해 배운다. 다음으로 장애인들이 사용할만한 일상 도구를 학생들이 디자인한다. 마지막으로 3D프린팅을 활용해서 작품화한다. 기존의 디자인은 비장애인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본 수업에서는 표준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생각해 제작하려 한다.
학생들의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사실 학생들의 모든 작품이 훌륭해서 모두 다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보다는 나를 놀라게 한 작품이 있는데 시각장애인이 쓸 수 있
는 피펫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각장애인은 피펫을 만질 때 촉각에 의존해야 하므로 위험한 부분을 만지거나, 피펫의 튜브를 오염시켜 실험에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장치를 이용하면 피펫을 쉽고 정확히 조작할 수 있다.
사실 장애인에게 과학은 굉장히 배타적이다. 실험실에 휠체어로 들어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시각장애인은 실험실의 많은 장비로 인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은 과학문화에서 사회적 약자가 배제됨을 인지했다. 디자인 자체도 칭찬했지만, 이러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는 점에서 놀랐다.
학생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거나, 힘들었다는 부분이 있나?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있다. 학생들은 공식을 따라 정답을 찾는 문제풀이에 익숙해져 있다.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디자인에 관한 책들을 보면, 일단 만들고, 실패하면 계속 다시 만드는 시도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실제로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정답이 없을 때 망설일 때가 많다. 그러나 전문 디자이너들도 수십 번 수백 번의 스케치와 시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에 학생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수업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지스트가 교육적으로 좀 더 발전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교수님들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앞서 연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과목을 만드는 것을 시도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지속된 시도가 나올 수 있도록 교육을 강조하는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학생들의 새로운 도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학생들은 교수가 프로젝트형 시도를 하면 되려 수강을 포기한다. 그래서 신설된 과목이 폐강 위기에 처한 상황을 본 적도 있다. 이에 교수님들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학생들도 계속 수강하고 학교도 지원해주는 게 가장 아름다운 구조라고 생각한다. 교육혁신상이 그래서 좋은 것 같다. 교수들이 하는 것을 학교가 알아주고 인정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본인의 교육철학을 소개해달라.
특별히 없는 것 같다. 단, 생각보다 학생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내가 학생들보다 많이 아는 게 없을 수도 있음을 늘 염두에 둔다. 특히 GIST 학생들은, 의지와 목적만 명확하다면 교수의 도움 없이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수업에서 가르치려는 것은, 지식뿐만이 아닌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비판적 디자인 수업에서는 장애인의 시선에서 우리 세계가 얼마나 불공평한지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수업하고, 과학기술 정책 수업에서는 정책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 비판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을 통해 관점을 전환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이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길 원한다. 여러분이 아는 지식이 매우 일부분이라는 것, 내가 알지 못하는 진리를 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함을 인지하고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