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는 장애인에게 어떤 사회로 비춰지는가

0
90
기숙사 앞 도로에서 출입구까지 보도블럭이 이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편집자주] 장애인이 된 자신이 운 나쁘고 불쌍한 게 아니라 장애를 원망하게 만든 세상에 산다는 게 운 나쁘고 불쌍하다는 한 장애인의 인터뷰를 보며, 내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곳은 규모가 작다는 핑계로, 지금껏 장애인과 함께한 경험이 드물었단 핑계로 장애인 학생과 소수자를 운 나쁘고 불쌍하게 만드는 곳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본보는 GIST가 장애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를 시작으로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가 도움을 받는 방법, GIST 학생의 올바른 태도 등을 조명해보는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GIST는 과연 다름을 그저 다름으로만 바라보는 건강한 공간이자 사회일지 함께 들여다봅시다.

기숙사 앞 도로에서 출입구까지 보도블럭이 이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기숙사 사생실에 문턱이 없고, 미닫이 문과 장애인용 화장실이 구비된 모습이다

장애인 학생을 비롯한 소수자가 학생팀에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심의를 거쳐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 학생에 관련된 제도와 회칙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으며, 장애인 학생이 원활히 수업을 듣고 시험에 응시할 대안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애인에 관한 제도 및 회칙 미비

GIST 학칙 제 93조 장애학생 지원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장애학생 및 보호자는 학업과 광주과기원 생활에 필요한 각종 조치를 학생 지원부서에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된 바 있다. 현재 학생팀에 장애인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정기 예산은 없다. 그러나 지원이 필요한 경우 학생 전체 복지 차원에서의 지원은 가능하다.

학생회칙에는 장애인 학생에 관한 항목이 없다. 총학생회 김종민(소재, 20)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장은 “많은 학생이 필요로 하는 곳에 학생회의 역량을 쏟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장애인 학생과 관련된 규정 제작이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GIST 학사기숙사(이하 하우스) 세칙에도 장애인 학생에 관한 항목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장애인 학생이 하우스 장애인실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우스는 비장애인 학생의 장애인실 사용을 금하며, ZEUS 호실 신청 시스템에서 장애인실을 영구 신청금지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도움을 받으려면 학교에 먼저 요청해야

GIST에서 장애인에 해당하는 학생에게만 우선으로 지원하는 사항은 없다. 단, 장애인 학생은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학생팀, 비대위, 상담센터에 요청할 수 있다.

학생팀 민경숙 팀장은 “학생이 먼저 학생팀에 본인의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학생팀에서 지원해줄 방법이 없다. 학생이 필요한 것을 학생팀에 요청하면 교학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지원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며 요청부터 지원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현재까지 교학위원회에 장애인 학생과 관련된 안건이 발제 된 사례는 없다.

김근영 입학학생처장은 “모든 학생의 상담 내용은 항상 익명이 보장된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처장은 “GIST 원내 기관은 상호협력 관계로, 학생이 마음 편한 곳에 연락하면 학교 측에서 원내 기관 간의 협업을 통해 최대한 지원해줄 수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은 GIST의 시설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가

GIST는 모든 건물에 ▲건물 출입구 접근로의 경사로 ▲복도 유효 폭 1.2m ▲장애인 전·겸용 화장실 ▲장애인 겸용 승강기를 겸비하고 있다. 추가로 캠퍼스 전체에 장애인 전용 주차장 76면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GIST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 시설운영팀은 “해당 법률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 건물을 설계하고 인허가기관에서 지정해준 장애인협회와 협의한 바에 따라 설계와 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민서(소재, 20) 총하우스연합회(이하 총하우스)장은 기숙사 내에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은 전부 설치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시설로는 별도의 장애인실, 기숙사 내부 자동문 앞 점자블록, 엘리베이터 내 점자 및 장애인실 앞 점자, 기숙사 앞 경사로 등이 있다. 하지만 이민서 총하우스장은 “기숙사 외부로 점자블록이 이어지지 않는 등 아직 미비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기숙사 사생실은 장애인 학생을 배려해 설계된 호실이다. 사생실은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으며 도움 요청 수신기가 설치됐다. 또한, 사생실에는 타 호실보다 2배가량 넓은 샤워부스 및 도움 바, 화장실 미닫이문 등 장애인 학생이 사용하기 편리한 화장실이 마련됐다. 이민서 총하우스장은 “주기적인 공실 검사와 시설 점검 시 사생실 관련 민원을 접수 및 시정하고 있다”며 사생실 관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장애인과 함께 수업할 준비 되지 않아

장애인이 GIST에서 원활히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본인의 강의실에 앉아 있다면 원활히 강의를 진행할 수 있냐는 질문에 기초교육학부 하대청 교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하 교수는 “물리적 기반도 중요하나, 성 소수자 혹은 정신장애를 가진 학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약자에게 적합한 언행과 교육을 수반하기 위해서는 교수에게도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형식적인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아닌, 장애인과 함께한 교수학습 경험이 있는 사람의 자료를 참고해야 한다”며 올바른 교육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하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강의실에서 벌어질 수 있고, 교수가 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할지 경험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열어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가 내리고서야 우산을 펼칠 것인가, 우산을 편 채로 비를 맞이할 것인가

장애인과 관련된 GIST의 기반을 더욱 보충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과 적극적인 입장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김종민 비대위장은 원치 않는 도움은 진정한 도움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장은 “사회적 약자가 GIST 원내에서 활동하게 됐을 때 준비해도 늦지 않다. 법에서 지정한 내용 이외의 불편 사항은 도움이 필요할 때 상황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근영 입학학생처장은 “중증장애인 학생이 GIST에서 원활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학교보다 좀 더 큰 규모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예측이 불가하고 가능성이 낮은 문제에 학교 차원에서 미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행정업무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대청 교수는 소수의 집단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자하는 일이 어렵다면서 외국인 재학생에게는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외국인 학생이 많아질수록 이곳은 다양해지는데, 장애인 학생이 많아지면 왜 다양한 곳이 아닌 불편한 곳이 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경제적 비용과 성과의 효율적 측면만으로 교육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름을 그저 다름으로 보는 과학기술인의 태도

하 교수는 “우리가 과학기술인으로서 약자에게 도움을 건네기 위해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건 위험하다”며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기술을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 교수는 과학기술인이 갖춰야 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올바른 자세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태도다. 최근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이런 문제 인식을 가진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둘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에 속한다는 마음가짐이다. 하 교수는 “우리 모두 언젠가 장애인이 된다. 자신이 늙어가면서 장애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다”며 “장애인을 소수자로 보고 우리가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마련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만나서 직접 경험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하 교수는 “시각 장애인 친구와 함께 식사하고 가까이 생활하면 나와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 교수는 사회적 약자가 소수가 아닐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하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늘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면 ‘나와 다른 종류의 몸은 저런 삶을 사는구나’하고 생각하며 서로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이는 학생과 교수 모두 한 사람의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