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에 바란다> 지난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다가오는 5월 10일부터 2027년 5월 9일까지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끈다. <지스트신문>은 차기 정부가 경제, 교육, 과학기술, 환경 분야에서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지 각 분야의 GIST 교수에게 물었다. 또한, 윤 당선인의 공약인 광주 AI 산업단지 육성의 미래에 대해 AI대학원 김종원 원장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차원적인 경제 전환기에 대응 필요
기초교육학부 김희삼 교수는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 수립에 있어 ‘포용’과 ‘혁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취약 계층에 집중돼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는 K자형 회복이 우려된다”며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포용의 가치가 필요함을 피력했다. 한편, 혁신 능력 역시 대한민국 경제가 기후 위기와 인구구조 변화 등 큰 도전 과제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러한 ‘포용적 혁신 성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적합한 환경 조성과 위기 시 충격 완화와 분배 등을 지목했다. 특히 사후적 재분배 이전의 선분배와 중소기업 역량 강화 등을 통한 생산과정에서의 분배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상황 면에서 ‘다차원적인 전환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적 전환, ▲미·중 패권 대결로 인한 GVC 전환1) ▲극저출생과 초고속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전환 등을 다차원적 전환의 일환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에 따른 정부의 대응도 기술 및 산업 혁신, 소수 동맹과 다자주의 병행을 통한 안보와 GVC 안정화 도모, 탄소중립형 에너지 전환, 성장 친화적 복지 확대, 극저출생 초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교육, 국방, 연금개혁 등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언급했다. 특히 김 교수는 현 정부가 추진하던 한국형 뉴딜 정책을 언급하며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부의 브랜드 정책을 폐기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 차기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지혜를 모아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열린 기회의 창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택근무, 원격회의, 원격진료 등 기존보다 유연한 형태의 업무방식이 등장했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에 따라 경력 단절이 없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생학습 시스템 구축하고 교육 양극화 줄여야
김희삼 교수는 교육 분야에서 차기 정부의 역할로 평생학습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기본학력 보장을 들었다. 평생학습 시스템의 경우, 초중등 단계에 과도하게 편중된 현재의 입시 위주 시스템에서 벗어나 고등교육, 근로연령대, 황혼기 등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역량 증진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공교육을 통해 평생에 걸쳐 배울 수 있는 능력인 기본학력을 모든 국민이 갖추도록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교육정책 수립에 있어 교육수요자의 관점, 실용적 관점, 미래적 시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대입 중심의 피라미드형 경쟁에선 공정성이 중시되었다. 하지만, 형식적 공정성만 중시하면 교육 혁신과 사회 이동성 제고, 재능의 사장 방지 등을 놓쳐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되, 교육의 경우 미래 사회를 위한 준비로써 적절한지 그 타당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교육 부문에서도 기회의 창이 열렸음을 환기시켰다. 원격교육 확산으로 인해 교육 자원의 습득 범위가 학교 바깥으로 넓어졌고 교육 주체들의 디지털 문해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원격교육 확산은 온라인을 통한 표층학습과 오프라인 기반의 심층학습의 융합,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등 에듀테크 기반의 교육 혁신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학교 폐쇄와 부실한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결손이 사교육 증가, 교육 격차 확대를 불러왔다며, 온라인 방과후학교 확대 등을 통해 이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습과 실험이 제한된 비대면 교육 상황이 이공계, 특성화고, 전문대 인력의 질을 낮출 수 있음을 언급하며 코로나 세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 실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경제성장 수단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로
기초교육학부 하대청 교수는 과학기술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분야와의 협력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과학기술은 단순히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후변화, 불평등, 저출산 및 고령화와 같이 과학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다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뿐만 아니라 사회학자, 정치인,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 교수는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할 때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것과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수렴할 것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문제는 대통령 한 사람이 5년 임기 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과학기술 정책은 진영 간 견해차가 적어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수월하다”며, “소수 엘리트의 의견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연구자, 과학계 내 소수자, 일반 시민 등의 의견을 들으며 정책 방안을 수립했으면 한다”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탄소 중립, 환경 영수증 면밀하게 고려해 정책 수립해야
지구환경공학부 박영준 교수는 차기 정부의 환경 정책 수립에 있어 분명한 철학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화석 연료를 쓰다 기후 위기가 발생했다”며 “환경 문제가 왜 발생했고, 에너지 구조를 왜 바꿔야 하는지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를 대립 구도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재생과 원자력만으로 모든 발전량을 감당할 수 없어 LNG를 사용하는 화력 발전 역시 일부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세 에너지원 모두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요소가 있기에, 이러한 ‘환경 영수증’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요소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현실적으로 화석 연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탄소 배출이 필연적임을 설명했다. 이에 박 교수는 탄소 중립을 뒷받침할 기술로 CCUS 2)기술을 꼽았다. 박 교수는 “LNG 발전이나 산업체 등지에서 발생하는 탄소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대기 중에 축적된 탄소 역시 처리해야 한다”며 CCUS 기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일부 CCUS 기술의 난이도가 높고 설비 비용도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문가가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을 논의해서 정책에 담아내고,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주 AI 집적단지, AI 산업 안착하도록 인프라 지원해야
GIST AI 대학원 김종원 원장은 광주 AI 집적단지에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인프라를 꼽았다. 김 원장은 “광주 AI 집적단지는 AI 산업의 지역 확산을 위한 거점 인프라”라며, 광주 지역의 AI 산업 정착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김 원장은 AI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D.N.A(데이터, 네트워크, AI)와 관련된 각종 인프라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중 데이터센터와 실증(實證) 시설이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집적단지가 활성화되면 학생들이 연구한 내용을 시설에서 실증하며 서비스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프라 시설이 빨리 완성되도록 차기 정부에서 추가로 지원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GIST AI 대학원이 집적단지 조성에 있어 인재 양성과 선발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AI 집적단지를 큰 훈련장, GIST AI 대학원을 작은 훈련장에 비유했다. 김 원장은 “큰 훈련장이 생기기 전 작은 훈련장에서 학생들이 미리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AI 대학원의 운영 방향”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 원장은 AI 대학원이 AI 집적단지의 선발대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현재 집적단지 데이터센터의 10분의 1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AI 대학원에 구축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는 AI 집적단지와 연계되어 올해 가을부터 시범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GIST 교수진이 지적했듯, 차기 정부가 이끌 대한민국은 대전환의 시기다. 경제, 외교, 사회, 환경,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 역시 막중하다. 차기 정부가 지혜를 모아 급변하는 시기에 잘 대처해 나가길 기대한다.
1)GVC(Global Value Chain):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여러 나라를 거쳐 다양한 생산 단계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소비되는 활동의 총체.
2)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유용한 물질로 변환하거나, 지하에 저장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