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학 최상위권 도약, GIST 내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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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송혜근 기자
삽화 = 송혜근 기자
삽화 = 송혜근 기자

지난 2월 3일, 국제수학연맹(Inter-national Mathematics Union, IMU)의 결정에 따라 한국의 수학 국가 등급1)이 4그룹에서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됐다. 이로써 한국은 최단기간에 1그룹에서 5그룹으로 승격된 IMU 회원국이 됐다. 현재 5그룹에 속한 나라는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중국(대만 포함), 캐나다, 프랑스의 12개국으로, 한국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학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지스트신문>은 이러한 국제적 변화에 따라, GIST 내 수학 연구 및 교육과 관련해 교수진의 의견을 들었다.

 

대한민국 수학 분야의 현황

지난 2월 수학 국가 등급 승격으로, 한국 수학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대한수학회는 국내 수학 관련 연구, 행사 등을 주관한다. 또한 국내 대학 교수진,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고등과학원 등의 질 높은 논문 투고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등의 연구 지원을 통해 수준 높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수학회는 IMU로부터 ▲세계수학자대회(ICM) 한국 수학자 초청 강연 실적 ▲SCI급 논문 출판 실적 ▲한국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실적 등 연구 및 교육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았다. 기초교육학부 강현석 교수는 “과거 지원이 풍족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연구와 더불어 활발한 공동연구를 통해 결실을 맺었다”며 국내 많은 수학자의 노력을 강조했다.

국내의 수학 연구는 대학수학회 분과위원회 기준에 따라 순수수학과 응용수학, 수학교육학으로 나뉜다. 순수수학에는 대수학/해석학/기하학/확률 및 통계학/위상수학/암호학/이산수학이 포함된다. GIST 내 교수진 중 2022년에 구성된 대한수학회 분과위원으로 기하학 분과의 강현석 교수, 이산수학 분과의 최정옥 교수, 응용수학/수학교육학 분과의 황치옥 교수가 활동 중이다.

한국은 순수수학 분야 연구가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기초교육학부 황치옥 교수는 “학회의 각 분과 별 인원수에서 보이듯이, 현재 우리나라는 순수수학 분야를 연구하는 수학자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타 분야와의 융합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강 교수는 “암호학, 조합론, 위상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분석이나 대수기하학, 해석학을 이용한 양자정보 연구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수학계 상황에 대해 일부 교수진은 아쉬움도 드러냈다. 황 교수는 “외국의 경우 응용수학 분야 수학자가 순수수학에 비해 비슷하거나 더 많다”며, 현재보다 연구 분야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기초교육학부 송정민 교수 또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김현민 소장의 ‘AI에 핵심으로 쓰이는 수학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타 분야에 적용되는 수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며 수학 발전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GIST 수리과학연구실의 황치옥 교수와 학부생 연구자. 왼쪽부터 김유신(전컴, 20), 황치옥 교수, 박세준(물
리, 18), 김재호(물리ㆍ화학, 21) 학생이다.

GIST에서 이뤄지는 수학 연구

GIST의 수학 교수진은 현재 6명의 수학 교수(강현석,김민기,김재길,송정민,최정옥,황치옥 교수)와 1명의 기초교육강사(유현주 교수), 1명의 초빙석학교수(김홍종 교수)로 구성돼 있다. 일반전임교원 중 응용연구 분야의 황치옥 교수를 제외한 5명의 교수가 순수수학 분야를 연구한다. 예시로, 강 교수는 순수수학 중 하나인 기하학 분야에서 미분기하학 내 특수한 상황에 따라 다양체를 분류해 그 성질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김민기 교수와 최정옥 교수는 이산수학, 김재길 교수는 해석학, 송정민 교수는 대수학 분야의 연구를 진행한다,

학부생도 수학 연구에 참여 중이다. 원내 학부생 참여 수학 연구는 수학교수 공동 연구실인 ‘수리과학연구실’에서 황 교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황 교수의 주요 연구 주제는 무작위로 원하는 수치량(물리량 등)을 산출해내는 ‘몬테카를로 알고리즘’에 관한 연구다. 황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물리광과학과 유운종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하를 띤 도체 구면에서의 몬테카를로 알고리즘 활용’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공학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임을 밝혔다.

 

GIST 수학 교육에 필요한 변화

GIST는 타 과학기술특성화대학(DGIST 제외2))과 달리 수학 전공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이 없다. 학부생은 전공 대신 부전공으로만 학위 취득이 가능하며, 원내 연구는 주로 교수 개인 혹은 학부생과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

수학 전공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교수진은 GIST의 수학 부전공 과정이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길 교수는 “수학 전공이 아닌 타 주전공을 가진 학생이 수학적 지식 및 사고력을 넓히고자 한다면, 현재의 수학 교육과정이 결코 열악하다고 할 수 없다”며, GIST 수학 부전공 수준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GIST 수학 부전공은 ‘복소함수학 및 응용’, ‘현대대수학’ 등의 필수과목에서 타 대학 수학 전공과 유사한 수준의 내용을 제공한다. 기초교육학부 최정옥 교수는 “GIST에서 이뤄지는 수학 교육의 목표는 어떤 전공을 택하더라도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부족함이 없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며, 현재 GIST의 수학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일렀다.

일각에서는 GIST의 수학 교육 환경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재길 교수는 “수학 교원이나 부전공 개설과목의 양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현재 학부 전공 및 대학원 과정을 따로 개설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교원 수 부족이 있다”며 교원 충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교원을 더 충당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가 GIST에 할당한 예산이 증대돼야 하는데, 이는 교원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원 차원의 노력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학 교육 환경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 교수는 “타 전공과 동일한 수준으로 원의 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황 교수 또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학 분야 교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수학 전공 개설 가능성과 원내 연구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수학 교수진은 학생들이 수학을 두려워하기보다 즐기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GIST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을 자유로이 접할 수 있고, 실제로 배움을 즐기는 학생도 많다. 수학적으로 사고하기란 쉽지 않고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사고의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국 수학이 거듭 발전하고 있는 만큼 GIST 내 수학 분야에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수학 국가 등급 : 국제수학연맹은 회원국의 수학적 역량을 측정해 Group 5(최고 등급)부터 Group 1, ‘해당 없음’까지 세분화해 분류함.

2)DGIST는 수학 관련 교육 트랙이 마련되어 있지 않음, 현재 KENTECH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분류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