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GIST 배연우(전컴, 23) 학생이 첫 단행본인 《탐정 명아루》를 출간했다. 《탐정 명아루》는 초등학생 탐정 ‘명아루’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결하는 어린이를 위한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셜록 홈즈상 수상작 《탐정 명아루》, 단행본으로 출간
배 작가는 2023년 제7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공모전 단편 부문에서 <탐정, 수정>으로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2024년에 어린이 미스터리 장르 소설 공모전인 제1회 셜록 홈즈상을 수상했다. 셜록 홈즈상 수상작을 바탕으로 출간된 《탐정 명아루》는 배 작가의 첫 단행본이다. 이에 <지스트신문>은 배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GIST 23학번 전기전자컴퓨터 공학부에 재학하고 있는 배연우라고 합니다. 현재 추리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번 작품은 작년에 비룡소에서 열린 제1회 ‘셜록 홈즈상’이라는 공모전에 당선돼 올해 출판하게 됐습니다.
2023년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24년 셜록 홈즈상 수상에 이어 첫 단행본까지 출간하게 되셨는데,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와 수상 작품이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졌을 때 소감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두 공모전 모두 당선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고 실감이 안 났습니다. 셜록 홈즈상은 어린이 추리소설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이게 될까?’ 생각했는데 심사위원분들께서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탐정 명아루》는 작년 12월에 열린 시상식에서 출판사 대표님과 편집자분들, 다른 수상자분들처럼 출판업계 분들이 모인 곳을 둘러보면서 ‘어, 진짜 상 받았네’, ‘책이 내년에 나오네’하고 실감이 났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읽기를 즐기시다가 직접 글을 쓰게 됐다는 소개를 봤는데, 읽기를 넘어 쓰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게 있으면 그걸 직접 하고 싶어 하는 성격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추리소설이 좋았고, 읽다 보니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추리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습작을 쓰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썼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오컬트와 본격 미스터리를 결합하셨는데 어떻게 호러소설과 추리소설을 결합한 이야기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컬트와 추리소설을 결합한 장르는 계보가 깊고, 호러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작가와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쓰게 됐습니다. 추리소설 중에서도 본격 미스터리 장르는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을 좋아해서 《십각관의 살인》과 《시계관의 살인》 두 작품을 계기로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호러 본격 미스터리를 쓸 때는 초반에 제대로 호러 분위기가 나야 하는 게 일반 추리소설과의 차이점입니다. 단순히 괴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을 먼저 만들고 사실은 인간이 범인이라는 진상을 숨겨 놓는 이중 구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작품에 주인공인 ‘아루’를 비롯해 ‘하준’과 ‘서하’ 등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인물을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루는 탐정 캐릭터라서 논리적이고 똑똑할 것을 가장 우선시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린아이다 보니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약간은 고립된 느낌으로 설정했습니다. 하준이는 탐정인 아루보다는 덜 똑똑할 수는 있지만, 청각이 예민하고 관찰력이 좋다는 등 추리력 외에 강점을 만들어 탐정과 발을 맞춰갈 수 있는 조수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합리적인 인물만 등장시키면 호러 분위기를 강조할 수 없어서 오컬트 마니아인 서하를 통해 괴담이 탐정에게 닿게 만드는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불키드 작가님의 삽화가 표지뿐만 아니라 본문에도 여럿 삽입되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삽화가 궁금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삽화는 표지입니다. 인물 세 명이 삼각형 구도로 서서 위를 바라보고 배경이 큐브 형태로 되어 있는데, 책 표지에는 잘 쓰이지 않는 구도를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주셔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품 중간에 삽입된 삽화 중에는 아루가 커튼을 들어 올리는 삽화와 아루 주변에 추리 내용이 링처럼 둘러싼 삽화가 아루의 탐정이라는 캐릭터 성을 잘 살려주어 인상 깊었습니다.
GIST에 재학하시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 오셨는데 학업이나 학문적 배경이 작품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탐정 명아루》는 초등학생이 등장인물이다 보니 복잡한 과학적 배경지식이 필요하지는 않아서 학업과 관련된 내용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엘릭시르에서 연재한 단편들에는 학업이나 학교생활이 많이 드러나는 편입니다. 물리학과와 수학과, 신소재공학과인 주·조연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사건 배경이 화학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지금 접하고 있는 세계가 과학기술원이라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이공계 출신 인물들과 이공계적인 배경이나 지식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한계이고 좋게 말하면 특색이 될 수 있는 점이니 일단은 특색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GIST 재학 시절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궁금합니다.
논픽션 중에서는 과학기술학을 공부하면서 읽었던 대런 아세모글루의 《권력과 진보》와 케이트 크로포드의《AI 지도책》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현재로서는 과학기술학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과학기술학은 필드워크를 나가 업무를 직접 연구하다 보니 과학기술학자나 인류학자를 탐정 캐릭터로 만들어서 필드워크를 다니다가 사건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GIST에서 학부생으로서 생활하면서 학업과 작품 활동을 어떻게 병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체로 방학에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원고를 수정하거나 마감 기한을 지켜야 할 때는 학기 중에도 글을 써야 합니다. 이때는 일단 시험 기간을 피하고, 주말 아침에 글을 쓰거나 1교시가 없는 날에도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글을 썼습니다. 신기하게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앉아서 글을 쓰는 게 제일 잘 써져서 보통 일찍 일어나서 쓰는 것을 선호합니다.
앞으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학업과 병행하실 계획인지도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학업이나 본업과 병행할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작가 생활에 대해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 본격 미스터리라는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본격 미스터리 붐을 꿈꾼다”라고 말했는데, 작가이자 독자로서의 바람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작품을 쓰다 보면 누군가 읽고, 나아가 창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아하는 걸 계속 쓰려고 합니다.
GIST에서 작가를 꿈꾸는 학우가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루틴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서 하루에 딱 1~2시간을 집중해서 쓰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쓰다 보면 일주일에 단편 분량을 훌쩍 넘는 글을 쓸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루틴을 잡고 글을 쓰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완성을 하는 겁니다. 흔히 글쓰기는 준비가 완벽히 되어야 하고, 완벽한 글이어야만 남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완성하고 던져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는 ‘이게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일단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딘가에 보이는 도전을 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