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POSTECH과 한양대의 여학생 자치기구인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폐지되며 국내 대학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총여가 사라졌다. KAIST, GIST에 이어 POSTECH이 학내 여학생 자치기구를 폐지하며 이공계 특성화대학에 여학생을 대표하는 자치기구가 존재하지 않게 됐다.
대학가 총여 폐지 흐름
총여는 1980년대에 당시 학내활동에서 소외되던 여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됐다. 총여 폐지 흐름은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2020년까지 이어지며 총여가 폐지되거나 다른 학내 위원회와 통합됐다.
총여 폐지의 주된 이유는 장기간 공석으로 인한 역할·기능 상실과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총여는 여러 대학에서 구성원이 오랜 기간 공석으로 남으며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여기에 자치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줄어들며 폐지 논의로 이어졌다. 총여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대학 내 여학생의 비율과 학생자치 참여가 높아진 지금 총학생회와 구분된 총여학생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다. 대학 안팎으로 여성 인권이 향상돼 더 이상 여성은 약자가 아니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또한 학생회비를 여학생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총여 폐지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한편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라는 비판도 있다. 학내외 커뮤니티에서 백래시 공격이 이어지며 총여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GIST도 ‘여학생 대표’ 폐지
GIST는 총여와 같이 여학생의 권익을 대변하던 여학생 대표(이하 여대)를 2023년 폐지했다. GIST 내에서도 여대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어 2015년 ‘여학생 대표회, 지속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고, 당시 여대는 여대의 역할 축소와 성평등위원회 신설을 제시했다. 이후 2016년부터 여대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으며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이유로 2023년 폐지됐다.
여대 폐지 이후에도 GIST 공식 홈페이지와 학사편람 등에 여대가 언급돼 있어 학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 GIST대학 총학생회 STAGE는 학생회칙 및 각 독립기구의 회칙을 홈페이지의 ‘학사자료 게시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공계 특성화대학 총여 전무(全無), 대다수는 대안 마련 아직
총여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는 성평등위원회와 인권위원회가 대표적이다. KAIST는 1990년대 총여를 폐지하고 후신으로 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해 2000년대 초까지 운영했다.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되며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자치기구가 사라지자 2018년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POSTECH은 올해 폐지된 총여와 별개로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운영해왔다. DGIST, KENTECH, UNIST는 여학생 자치기구와 성평등위원회 및 인권위원회가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GIST는 여대를 폐지한 후 성평등위원회나 인권위원회를 신설하지 않았다. 현재 학생 복지 업무는 총학생회 집행위원회 산하의 복지국이 총괄한다. 성희롱·성폭력과 인권 침해는 GIST 인권센터가 담당하며 별도의 학생 자치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총학생회 STAGE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별도의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는 없으나 향후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면 이에 맞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평등위원회나 인권위원회가 운영되더라도 총여 폐지로 인해 대학 내 성평등 및 소수자 인권 보호 의제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인문사회과학부 차미령 교수는 “새로운 세대가 그들 나름의 상상과 실천으로 기성세대가 생각지 못한 연대의 형식을 만들어가리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의제를 담당하던 조직의 형식이 변한다고 해서 그 의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이 없어지면 그 의제가 비가시화되기 쉽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백래시: 정치·사회적 변화에 대한 반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