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것들은 모두 닳아서(제3회 광주과기원 문학상 – 시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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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것들은 모두 닳아서

신재룡(전컴, 19)

내 이름을 네게 주고 싶어.

손에 쥐어진 반듯한 이름표, 네 이름이 곱게 적혀있다.

 

인디언들은 이름에 영혼이 있다 믿었다.

너의 이름은 왜 노을일까?

붉게 물든 하늘만큼 아름다워서일까,

곧 사그라들고 말 맑음이어서일까.

 

쓰는 것들은 모두 닳아서 입안에서 되뇌고만 있다.

네 이름이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혀끝에선 단내가 난다.

 

물건은 사용하고 사람은 사랑하라.

네 이름도 닳는 것일까?

네 이름은 물건일까, 사람일까.

네 이름을 너처럼 사랑해야 할까.

 

내 이름도 너에게 주었어야 했는데.

누구에게도 이름을 주지 못해 혼자가 되었다.

이름을 두 개 지닌 사람이 되어

머리가 두 개 자라난 기괴한 그림자를

물끄러미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