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늙어본 적이 없고, 나는 젊어본 적이 있으니 내가 맞춰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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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부임한 ‘박상섭’ 석좌교수와의 인터뷰

[기사입력 : 2015.11.12 12:00]

박상섭 석좌교수는 사진을 찍겠다는 말에 “이제는 사진을 찍는 게 부끄럽다. 사진이 잘 나오는 건 40대까지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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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석좌교수(기초교육학부·68)는 올해 우리 대학에 새로 부임해 ‘국제 관계론 1’과 ‘과학기술과 전쟁’을 강의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근대국가와 국제 관계이며 특히 전쟁, 정치사상, 국가 조직의 발전과정 등에 관심이 많다. <1차 세계대전의 기원>, <국가 주권>을 비롯해 총 6권의 책을 쓴 저술가이기도 하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번역한 것도 그다.

박상섭 석좌교수는 1966년에 대학에 입학했고 6년의 석사 및 박사 과정을 거쳤다. 그 후 육군 사관학교에서 정치학 교관으로 근무했고, 6년의 유학 후엔 1983년부터 2013년까지 30년을 서울대에서 교수로 머물렀다.

“내년이면 나랑 딱 50년 차이나는 학생들이 들어와요. 손주뻘인 셈이죠.” 66학번인 그가 지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은 무엇일까. 또 학우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지난 10월 그의 오피스를 찾아가 보았다.

Q. 개강하고 한 달 정도 지났다. 그동안 수업을 한 느낌이 어떤가.

A. 처음 강의를 개설할 때 이 학교의 특성에 맞춰 과학과 관련해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력은 하고 있는데 내가 물리를 못해서 무기 같은 것에 대해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정치 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학생들의 취향에 안 맞을까 봐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 혼자 아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간혹 학생들에게서 옛날에 내가 물리를 배웠을 때의 표정을 보기도 합니다(웃음). 그래서 내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서 수업을 하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더라고요. 몇 십 년 동안 참 안 변하는 것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Q. 지스트의 첫인상은.

A. 지스트를 딱 보고 들었던 생각이 ‘Unreal’ 하다는 것이었어요.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환경이 좋고 모든 것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좋은 환경이 학생들에게 좋은 점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예전 학교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말 시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 모르는 사람끼리 같이 밥을 먹고 어울리기도 했어요. 나는 그런 면도 중요한 공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지스트는 정말 조용하고 오로지 공부만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조금 외진 곳에 있어 외부와 단절된 느낌도 드는 것 같아요.

Q. 지스트에서의 앞으로의 계획은

A. 개인적으로는 지스트 학생들이 많은 사람을 접하고 더 넓은 분야의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지스트에서도 이 점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나는 2년 후면 정년이기 때문에 내가 지스트에 머무는 동안 어떤 가시적인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그저 내 의견을 지스트 대학 측에 최대한 말해보려 합니다.

Q.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학생들이 문화적인 활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학업에 치여 바쁜 점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가끔 영화나 연극, 전시회 등을 보러 가기도 하고 여행도 다녀봤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학업이 더 중요해 보이더라도 나중에는 이런 문화 활동도 학업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문화적 경험은 다 자기 자산이 되고 세상을 보는 밑거름이 될 테니 지스트 근처에 있는 담양의 소쇄원이나 죽녹원을 가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싶네요.

“학생들과 좀 더 가까워지려고 요즘 배우들이나 가수들에 대해서 외우려 해요. 학생들은 늙어본 적이 없고, 나는 젊어 본 적이 있으니 내가 맞춰가야지요.” 50년. 작지 않은 차이지만, 학생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그의 앞에서는 그저 숫자일 뿐일지도 모른다.

김지원 기자 wldnjs8012@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