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의 응용 분야와 미래상
지난 7월, 전 세계의 거리에 포켓몬들이 출몰했다. 사람들은 만화 속에서만 봤던 포켓몬들을 잡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포케스탑’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고 사람들은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면 먼 거리를 걷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증강현실을 이용해 우리의 현실에 포켓몬의 세계를 덧씌운 포켓몬 고(Pokemon Go)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증강현실은 어떤 방식으로 포켓몬을 현실로 불러낼 수 있었던 것일까.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나 가상의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불린다. 흔히 알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증강현실과 다르다. 증강현실은 현실 기반 위에 추가적인 정보를 가상으로 덧씌운 것이지만 가상현실은 모든 것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나 물체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용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마커’라는 것을 활용할 수 있다. 종이 위에 어떤 패턴을 가진 마커를 놓으면 카메라로 찍었을 때 이를 인식해 해당 위치에 가상의 물체를 놓는 초보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주로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경우에 사용된다.
포켓몬 고와같이 사용자가 움직이며 작동시키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기기의 위치정보를 활용한다.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면 GPS 장치와 가속도 센서가 사용자의 좌표, 기울기·중력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위치정보시스템으로 전달한다. 위치정보시스템은 그 좌표에 대한 건물, 도로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한다. 애플리케이션은 이를 자신의 서버를 통해 검색한 뒤 그에 알맞은 부가정보를 IT기기에 증강현실로 나타낸다.
증강현실 기술의 응용은 무궁무진하다. 증강현실이 적용되는 분야를 넓히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장 적용이 활발한 분야로는 인테리어, 자동차, 항공사, 게임업계 등이 있다.
-인테리어
2014년 가구 제조업체인 이케아(IKEA)에서는 증강현실 기술을 응용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이케아 카탈로그의 QR코드를 인식해 그 제품을 3D로 화면에 보여준다. 사용자는 카메라를 이용해 이 가구를 미리 배치함으로써 마음에 드는 가구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그 이외에도 페인트 회사 듈럭스(Dulux)에서는 벽의 페인트 색을 원하는 대로 바꿔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올해 출시했다. 사용자는 벽의 색상을 바꾼 뒤 사진을 저장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도 가능하다.
-내비게이션
작년에 출시된 아이나비 X1은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내비게이션이다. 이 내비게이션은 자동차가 운행되는 길을 화면에 나타내고 속도나 길 안내 화살표 등의 가상정보를 화면 속 길 위에 표시한다. 하지만 영상을 앞유리에 투영하는 단계로는 나아가지 못해 기존 내비게이션의 형태이다. 그런 한계로 인해 운전자가 증강현실을 느끼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의 화면보다 음성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기업 모빌리지(Mobilizy)가 만든 위키튜드(Wikitude)는 여행 가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관광정보나 맛집에 대한 정보가 나타난다. 여행, 쇼핑, 길 찾기 등의 옵션에 따라 나타나는 정보를 바꿀 수도 있다.
-의료분야
아직 의료분야에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증강현실 기술에 관심을 보였고 증강현실 기술을 응용하기 위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대학교병원 정형외과 문영래 교수는 현재 가상·증강현실과 3D 프린팅을 의료기술에 접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문 교수는 인체의 뼈와 근육을 3D 이미지로 재현하여 환자의 몸에 직접 비춰봄으로써 환자의 병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상태다.
-웨어러블(Wearable) 기기
현재 웨어러블 기기 중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기기는 ‘구글 글래스’이다. 이 기기를 착용하면 음성인식, 생체인식 등의 일반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영상통화, 웹서핑, SNS 등을 증강현실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구글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구글 글래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아직 사생활 침해, 보안 등의 문제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구글 글래스의 등장은 증강현실 기술 상용화의 첫걸음을 내디뎌 주었다.
3D 모델링과 증강현실 기술에 대해 연구한 고광희 교수(기계공학부)는 증강현실 기술의 미래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증강현실은 완벽한 가상현실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에서 현실을 모사하는 것이 지나친 계산량으로 난관에 봉착하자 방향을 조금 틀어 현실과 가상을 섞어낸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가상현실이 완전히 개발되면 증강현실은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교수는 “미래의 가상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가장 큰 벽이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실이 가상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지만, 가상이 현실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고 교수는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제대로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미래엔 영화 ‘매트릭스’처럼 현실과 가상을 구별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wldnjs8012@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