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행정 처리에 연구시간 빼앗겨”
행정처 “계속해서 개선할 예정, 투명성 위해 이해 달라”
삽화 = 이성주 디자인 책임기자
지난 1월 1일 지스트 원내에 온라인 직접구매시스템이 전면 시행되었다. 이번 온라인 직접구매시스템은 지난 2015년 5월 계획이 수립되어 2016년 1월 차세대통합정보시스템(ZEUS)에 연계하여 구축되었다. 구축된 이후 2016년 9월부터 시스템을 기존 방식과 함께 12월 31일까지 병용하였고, 올해 1월 1일 전면 시행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해당하는 물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해당하는 물품은 직접구매 가능 항목 중 자산성 100만 원 미만, 소모성 500만 원 이하인 물품을 대상으로 한다.
지스트 행정처는 이번 변경으로 기존 직접구매 방식의 문제점으로 지목된 예산 미확보 상태의 구매거래로 인한 미수금의 누적 등을 해소 ▲원내 소요되는 주요물품에 대한 업체 및 물품정보를 제공하여 수요자의 선택기회 확대 ▲가격 정보 제공(업체, 물품 비교)을 통한 원 예산 절감에 기여 ▲직접 구매 물품 정보 관리를 통한 통계 분석 가능 및 구매 투명성 확보 ▲거래의 정확성 및 신뢰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비 합리적 집행, 구매정보 기록 등 위해 필요
비효율적인 행정제도… 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도 하루, 이틀 기다려야
노상현 계약팀장은 “기존에는 수요자가 직접 업체와 접촉하여 주문하면 업체는 검수 후 납품하고, 원내 2차 검수 후 대금을 지급받는 형식으로, 물품구매 정보가 없이 지출정보만 시스템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시스템은 업체 및 거래 대상 물품을 사전에 시스템에 등록하고, 등록된 물품을 시스템을 통해 주문하는 형태로 구매 정보가 자동으로 시스템에 기록된다”고 말했다.
이흥노 연구처장은 “원내 R&D 수탁고가 증가하고 있고 정부 R&D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R&D 지원액의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비의 합리적인 집행 및 관리가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에도 한국광기술연구원에서 구매주문서로 인한 물품구매 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아 연구원 세 명이 면직된 경우가 있었다. 이번 온라인 구매시스템도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스템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구매 방식에 변경이 생기면서 해당 시스템을 직접 이용하는 대학원생들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지스트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스트의 문제점 중에서 특히 고쳐야 할 점’에 대해 서술해달라는 질문에 대학원생들은 “행정실의 불친절한 대응과 비효율적인 행정제도, 특히 이번 온라인 구매시스템 같은 비효율적인 제도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구매주문을 온라인으로 바꿀 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집했어야 했다” 등 새로 바뀐 온라인 구매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다. 이연재(화학, 석·박통합과정) 학생은 “랩에서 학교를 거쳐 중간업체에 구매신청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자재가 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도 불가피하게 하루나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 자재를 구매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자체가 늘어났다. 그뿐 아니라 결제하는 횟수 또한 급격하게 늘었다. 업체와 직접 연락을 했던 때에는 40~50만 원 정도 결제가 쌓였을 때 한 번에 계산하였는데 이제는 소액이라도 주문할 때마다 결제를 해야 한다. 실험하는 도중이라도 자재가 도착하면 바로 결제를 해야하니 실험을 중단하고 결제를 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 주 사용자 학생들로 안 봐… 대학원생 피드백은 없어
시스템 변경에 대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학원의 불편이 가중되기도 했다. 노상현 계약팀장은 “제도 도입을 위한 계획수립은 2015년 5월부터 진행되었으며, 갑작스러운 제도변화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장회의 보고, 전 부서 의견수렴, 전체교수회의 보고 등을 통해 원내 교수님들께 행정적 협조를 구해왔었다. 그러나 시스템 사용자를 기존에 학생들이 아닌 행정 직원들로 보았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간담회 등 직접적인 미팅은 없었고, 학부 단위로 의견 수렴을 받아왔으나 제대로 된 피드백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 9월부터 시스템 정착을 위해 기존 시스템과 병용하였으나 그동안 물품 등록 역시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이연재 학생은 “(시스템이 도입된 이유에 대해)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 어느 누구도 모른다. 학교, 학생, 중간업체 모두의 처리 업무가 늘었는데 이 시스템이 어떤 목적을 지니는지 모르겠으나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시스템이 도입 이유에 대한 안내 역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구매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행정업무의 간편함만을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노 계약팀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노 계약팀장은 “추가업무 소요 부분은 계약팀에서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제도도입 전부터 예상한 일임에도 현재 시스템 도입을 통한 순기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학생들의 이해를 부탁했다.
또한, 노 팀장은 “구매시스템을 없애고 이전의 오프라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재로써는 불가능하다. 이미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경영진 회의에서 여러 번 이루어져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흥노 연구처장 역시 “랩을 운영하는 교수로서는 어느 정도 불편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투명한 연구비 집행 관점에서는 필요한 변경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현재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용이 전 대학원 학부대표자회 대표는 “시스템이 도입된 지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바뀌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조금 더 기간을 두면서 불편한 점을 차츰차츰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 팀장은 “새로운 시스템이라 적응하기까지 다소 불편할 것이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업체와 물품의 등록도 450여 개, 267,000건으로 많이 늘었고, 신규 등록 요청 역시 줄어들고 있다”며 새로운 물품을 등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스템의 불편 사항에 있어서는 지속적인 개선과 의견 수렴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간담회 등에서 관련 이슈가 나오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할 예정이고, 필요하다면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논의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팀장은 “이전에도 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를 대학원생이나 학부의 직원들로부터 15건 정도 받아 반영해왔으며, 앞으로도 제기되는 불편 사항이 있을 경우 최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처장회의 등 경영진 회의 시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논의된 적이 있다. 경영진에서도 불편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세한 개선사항에 대해서 노 팀장은 “해외업체로부터의 구매나 급한 상황에서의 소액결제, 혹은 사전에 금액을 확정할 수 없는 시약 등 온라인구매시스템만으로는 모든 직접구매방식을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들에 한하여 이전 방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 노 팀장은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겠냐는 취지의 의견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정기 기자 ssagage08@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