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벌여보고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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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컨설팅 입사 최용석 인터뷰


2010년 지스트대학의 첫 신입생이었던 최용석 씨가 올해 딜로이트 컨설팅에 경영 컨설턴트로 취직했다. 일반고 조기졸업으로 새로 갓 지어진 학교에 입학, 대학원 진학이라는 일반적인 선택 대신 경영 컨설턴트로 취직. 이렇듯 지스트에서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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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그 당시 대학 기숙사는 물론 대학동도 없는 새로 생긴 학교의 첫 입학생이 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A.당시엔 학교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없었고 실제로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고3 생활도 하기 싫고, 지스트의 초기 학교 설립 비전을 믿고 들어갔다. 전공도 중요하지만 인문사회 소양도 같이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한국에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붙을 생각도 못 하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지원했던 것 같다.

Q.지금까지 지스트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왔다. 어떻게 취업 생각을 가졌나?

A.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칼텍 교환학생 때 갔던 ‘커리어 페어’라는 행사였다. 체육관 같은 곳에 굉장히 다양한 회사들이 부스를 차려놓으면 가서 회사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거기 놀러가서 아, 세상은 넓구나, 하고 확실히 느꼈다. 학업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셈이다.

군대를 일찍 다녀온 것도 도움이 됐다. 내내 고생해서 대학에 왔는데 막상 별다른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첫 학기를 마치고 바로 군대에 다녀왔다. 대체복무는 포기하지만 내 미래에 선택의 폭은 넓어지겠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무조건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은 버린 것 같다. 연구가 땅 하나를 깊이 파는 거라면 얕을 수도 있지만 더 넓게 파보겠다고 생각했다.

Q.전공인 화학과와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언뜻 보기에 연관이 없어 보인다. 왜 이 진로를 택했나?

A.기업들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외주를 주면 대신 해결해주는 게 경영 컨설팅이다. 그래서 업무 자체는 화학과 관련이 없지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과 닿아 있다. 나는 사람의 행복을 중요히 여기는데, 그걸 위해서는 본인과 주위 사람들의 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명과학과 헬스케어 분야의 컨설팅 전문가가 되어 과학자가 만든 연구 성과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돕고, 기업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궁극적인, 먼 꿈이다.

Q.남들과 다른 길을 준비하면서 실질적인 어려움이나 불안감은 없었나?

A.당시에는 안 되면 대학원 가지, 하는 생각이 강했다. 오히려 면접 보러 서울 다니는 게 힘들다. 생각해 보면 정말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인드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진로를 찾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그냥 한번 해보자, 안되면? 말고. 되도 재미없으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해봤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면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믿음. 근거 없는 믿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믿음이 없으면 힘이 든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걸 위해서 매일매일 더 노력해나가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내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하고 싶은 일이어서 잘 견뎌낸 것 같다.

Q.후배들에게 한마디?

A.나의 경우 운이 좋게 원하는 길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나만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다. 후배들한테는 현실적이지만 학점 얘기를 하고 싶다. 사회에서 처음 보는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학점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점이 전부는 아니지만 연구원이든 직장인이든 면접도 못보고 떨어지지 않도록 너무 망치지 말고 챙겨두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둘째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양한 행사들을 찾고 사람들을 만나길 바란다. 지스트가 제한된 환경인 건 맞지만 다양한 수업에서 각각의 사고방식에 노출된 게 내겐 도움이 됐고, 버클리나 칼텍 교환학생처럼 다양한 기회가 있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적극적인 태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지평을 넓혀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안재영 기자 anjaeyoung@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