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에서 뮤지컬을 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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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 윤 (기초교육학부,17)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듣고, 저녁에 있는 예체능 수업과 레시테이션까지 하루 일정이 모두 끝날 때쯤인 오후 9시. 연극동아리 지대로의 부원들은 하나둘 중앙도서관 1층 소극장으로 향한다. 저녁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허겁지겁 모두가 모이면 발성 연습을 시작한다. “하나면 하나요, 둘이면 둘이요, ···, 아홉이면 아홉이요, 열이면 열이다!”

하나의 극작품을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방학 때 연출은 자신이 원하는 대본을 선정하여 미리 다른 동아리 부원들에게 공지하고,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캐스팅 오디션을 완료하고 연습에 돌입한다. 대본 리딩, 무대 위 동선 맞추기, 대사 암기가 끝나면 손에서 대본을 놓고 시선 처리와 동작까지 완성한다. 대사 하나하나를 여러 방식으로 읽어보고 어떤 것이 가장 나을지 같이 고민한다. 무대 위에서는 끊임없이 연기를 하고 있어야 하기에, 대사를 치지 않는 순간에도 표정이나 반응까지 세심하게 생각을 한다. 각목과 합판으로 세트와 간판까지 직접 만들고, 소품도 집과 동아리방을 뒤져서 손수 준비한다. 씬(scene) 사이에 무대를 전환하기 위한 암전 속에서 세트와 소품을 세팅하는 연습, 그리고 홍보까지 마쳐야 비로소 하나의 공연이 완성된다.

2018년도 2학기 정기공연인 뮤지컬 ‘루나틱’의 연출을 맡아 18학번 신입 부원이 대부분인 팀원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뮤지컬은 연극보다 더 많은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동시에 관객들에게 감정까지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이라서 모든 배우에게 솔로 곡 혹은 듀엣곡이 적어도 한 곡 이상 있어 연습량이 특히 더 많았다. 뮤지컬 특성상 배우나 스태프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연습 진행이 어렵다. 단체 일정을 힘들게 잡아 일주일에 최소 6시간을 연습했다. 부족한 점이 보이면 기숙사 지하연습실에서 날이 새는 줄 모르고 보완했다. 이번 학기는 유난히 공휴일이 많았지만, 휴일도 반납하고 추가 연습을 하곤 했다. 배우들은 노래나 춤을 완성하기 위해 개인 연습 시간도 많이 가졌다. 성공적인 공연은 지대로 부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출은 배우처럼 연기도 안 하고 스태프처럼 조명이나 음향을 조정하지도 않아서 무슨 일을 하나 싶겠지만, 무대 뒤에서 열정을 다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거의 모든 연습에서 연기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음향, 조명을 설계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잡는다. 또한 연출이 원하는 그림에 맞도록 대본을 각색하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을 한다. 작품 자체에 대한 피드백 외에도 연습 장소를 예약하고, 배우와 스태프를 모아 연습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등 연습에 대한 총괄도 함께한다.

그렇기에 GIST의 엄청난 학습량과 과제에 지친 부원들을 달래가면서, 원활한 연습을 위해 가장 큰 열정을 보여야 하는 역할도 연출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대로 부원들이 뮤지컬을 연습하는 동안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뮤지컬을 보는 관객들도 활기찬 에너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출을 시작했었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뮤지컬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루나틱”을 사랑해 주었다.

소극장에는 무대 양옆에 배우들이 숨어있을 공간이 없어서, 기숙사 방에 있는 커튼을 잠시 떼어와 화이트보드에 덮어 세워놓는다. 스포트라이트 할 수 있는 조명이라곤 핀 조명 한 개밖에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멋진 무대를 만들어주는 열정 가득한 지대로 부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학업 부담이 특히나 커서 그런지 바쁘게 돌아가는 GIST의 일상 속에서도,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울고 웃으며 큰 호응을 해주시는 관객분들이 있었기에 지대로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주 작은 배역부터 스태프, 주연 그리고 연출까지 고루 맡아본 지대로 2년차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전체 조명이 암전된 순간, 관객들과 만남에 대한 두근거림은 늘 한결같다.

한 지 윤 (기초교육학부,17)
한 지 윤
(기초교육학부,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