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트릭으로 추리 소설의 방향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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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모든 것에는 흐름이 있다. 추리 소설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추리 소설의 역사를 따라가며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과 그들의 대표작을 만나보자. 이번에는 추리 문학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다.

추리 소설의 포문을 연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고 자란 ‘셜록 홈즈 키드’들이 추리 소설계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20세기에는 ‘고전 추리 소설 황금기’가 펼쳐졌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 대표 주자다. 크리스티는 뛰어난 서술과 독창적인 트릭으로 추리 소설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사람들은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열광했고, 그녀는 기네스북에 ‘역사상 소설을 가장 많이 판 소설가’로 등록됐다. 또한 그녀는 양질의 소설을 다수 집필한 공로로 영국 기사 작위도 받게 된다.

크리스티 소설의 장점은 ‘독창적인 트릭을 이용한 충격적인 반전’에 있다. 트릭이란 범인이 범행을 숨기는 방법을 가리킨다. 탐정은 트릭을 간파해나가며 범행의 진실에 다가간다. 치밀한 트릭으로 가려져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사건의 진실이 실타래가 풀리듯 한 번에 밝혀질 때의 카타르시스는 추리 소설의 큰 재미 중 하나다. 크리스티는 수많은 독창적인 트릭과 트릭을 이용한 반전들을 만들어냈고, 그중에서는 용의자 전체가 범인이라던가, 작가가 범인이라던가 하는 유명한 트릭들도 많다. 현대 추리 소설들도 크리스티의 트릭을 응용하여 사용할 정도로 크리스티는 트릭을 만들고 활용하는 측면에서 독보적이었다.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 캐릭터들 역시 매력적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미스 마플이다. 미스 마플은 최초의 ‘안락의자 탐정’이다. 그녀는 친절한 할머니 탐정으로, 거실 안락의자에 앉아서 마을의 소문들을 모아 사건을 해결한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은 그녀가 뜨개질을 하며 문제를 풀면, 처음에는 다들 그녀의 의견을 무시한다. 그러나 이후 그녀의 예측대로 증거가 드러나고 범인이 밝혀지면,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추리에 감탄한다. 이런 ‘안락의자 탐정’은 적극적으로 발품을 팔아 증거를 모으는데 집중하는 ‘활동형 탐정’과 함께 탐정의 전형적인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크리스티의 작품 중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소설을 꼽을 수 있다. 추리 소설이 ‘스릴러’나 ‘미스터리’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추리 소설’로 불리는 이 소설은 섬에 갇힌 9명의 사람이 차례로 죽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폭풍우 치는 섬에 고립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공포에 떤다. 사람들의 죽음과 함께 하나씩 사라지는 인디언 꼬마 인형과 불길한 노래는 무서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작품은 대 히트를 기록하고, 사람들은 추리소설이 ‘스릴러’나 ‘미스터리’물로 발전할 수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크리스티의 소설은 ‘트릭을 위한 트릭’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즉,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범인을 추리할 수 없는 책이 많다는 것이다. 트릭으로 인한 반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증거들을 숨겨 독자가 알아챌 수 없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현대 추리 소설을 읽다가 크리스티의 책을 읽는다면 반칙이나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 역시 초기의 작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독자와 작가 간의 공정한 추리 싸움을 주요 요소로 삼은 소설 양식은 바다 건너편 미국에서 크리스티의 작품과 거의 동시기에 유행하기 시작한 양식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등장은 추리 문학계에 큰 충격이었고, 더불어 추리 문학의 황금기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전 추리 문학 황금기’는 크리스티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었다. 다음 글에서는 크리스티의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작가, 앨러리 퀸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