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소프트 파워 바탕으로 새 도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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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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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가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1993년에 설립된 이래로 GIST는 쉼 없이 성장해왔다. 이제까지 GIST가 걸어온 길은 어떠하며,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지스트신문>은 24년간 GIST에 재직한 문승현 총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 GIST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GIST가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교수로, 총장으로 GIST에서 25주년을 함께한 소감은?
GIST가 처음 세워진 25년 전, 광주는 과학기술의 황무지였다. GIST는 국가적으로 인재를 키우고,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와 함께 설립됐다. 2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24년을 이곳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개인적인 보람이기도 하다.

GIST가 훌륭하다는 것을 오히려 GIST 내부에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웃음) 사실은 훌륭하게 성장했다. 이는 총장이 잘해서가 아니라,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나태해지기 쉬운데, 우리는 계속해서 더 높은 목표를 만들고 성취해왔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GIST의 문화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으며,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 학교가 다른 대학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그래서 연구는 많은 부분을 각 학부나 교수들께 자율적으로 맡겼다. 학부에서 교수를 자율적으로 초빙할 수 있게끔 하는 등 말이다.

그러나 교육 부분은 학교에서 정책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가 힘들다. 지금은 지식 전달 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책에 있는 것들은 검색만 하면 쉽게 알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는 강의실에서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 ‘무한도전 프로젝트’ 같이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벗어나 정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거꾸로 교육(flipped learning) 같은 인재(INGE) 강의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서 교수들이 교육 혁신을 위해 학교에서 연구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거꾸로 교육은 학생이 강의하고 교수가 듣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교수가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몇 배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기숙사 등에 자율도서관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대학기숙사 2층과 행정동 1층에 자율 도서관이 있고, 대학원 기숙사에도 만들고 있다. 성적이 좋지만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 성적은 낮더라도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미래에 가는 길은 매우 다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교육받는 것(education)이 아닌 학습(learn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왜 자율도서관이 있는지, 왜 무한도전 프로그램을 하는지 등 교수와 학생 모두 대학 내의 이러한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총장으로서 현재 성과에 만족하는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성과에 항상 만족할 수는 없다. 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충분치 않다. GIST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무리하여 크기를 키울 필요는 없으나,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공계 대학이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규모의 교수진이 필요하다. Caltech, 포항공대 등을 보면 최소 300명의 교수진이 있다. 그 정도만 돼도 부족하지 않은 교육, 연구가 가능하다. 내가 부임한 당시에는 150분 정도의 교수가 계셨고, 현재는 190분 정도로 그 수가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좋은 교수를 100분 정도는 더 모셔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는 큰 의미가 없으나 최소 규모는 필요하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또 한 가지는 인공지능 관련 사업들이다. ‘왜 인공지능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과학 분야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란 기계가 지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더 이상 지식은 사람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지식과 경험은 빅데이터를 통해 기계 안에 다 들어가 있다. 더 이상 우리가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그래서 이제부턴 공부, 연구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 학교는 그동안 좋은 논문을 많이 써야겠단 목표 아래 논문이 많지 않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분야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 이러한 분야는 학문적인 교류 형태가 논문으로 대표되는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이제 그것들을 인정하고 교수들을 뽑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취약한 분야였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앞으로 더욱 추진해야 한다.

GIST가 건강하게 잘 성장하기 위해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GIST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의사소통이 꼭 개인 간에 만나서 얘기하는 것만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먼저 한 의사소통은 대학신문을 승인했던 일 같다. (웃음) 부임하자마자 당시 주간교수께서 대학신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어보셨는데, 신문이 얼마든지 좋은 기능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를 승인했다. 그렇게 지스트신문이 시작됐다. 언론이라고 하면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자꾸 들추어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야말로 의사소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소통 방법은 우리 원 구성원들의 위치에 따라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나 같은 경우, 학부장님, 학장님 등의 분들과 직접 의사소통한다. 또 그분들은 그분들이 맡은 조직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이런 단계적인 의사소통이 네트워크로 형성되어야 한다. 우리 캠퍼스에는 지금 학생, 교수, 직원, 벤처회사 등 4000명 가까운 구성원들이 있다. 누구 한 사람에게만 소통이 집중되는 것은 건강한 일이 아니다. 여러 경로의 네트워킹이 잘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하우스장 등 학생대표들과 꼭 직접 만나 얘기를 했다. 가끔 나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 학생들은 100% 만나서 얘기를 들었다.

교수는 연구자인 동시에 교육자다. 이러한 교수가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일까?
요즘 과학기술계의 도덕성 문제가 언론에 자주 나온다. 같은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 부끄러운 점이 있다. 교수는 연구나 학생 간의 관계에 있어 투명해야 한다. 나는 늘 ‘교육과 연구에 각각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교육이 51이고 연구가 49다’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교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교육은 사람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기관의 미래가치는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해외의 유명 대학들을 얘기할 때도 그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보다 그 대학을 졸업한 인물들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지 않나.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그런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졸업생들이 하는 사회적인 활동에 대해 평가받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고, 그 시기를 준비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GIST가 앞으로 어떤 학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첫 질문에 대한 답과 비슷한 이야기다. GIST는 처음에 대학원으로 시작했다. 오랜 시간 노력 끝에 2010년에 학부가 설립됐고, 지금과 같은 대학으로써의 GIST가 완성됐다. 학부가 생김으로써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지금은 이 인재들이 대학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우리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필요하다. 이제는 과학기술도, 사회적인 역량도 소프트 파워가 중요한 때가 온 것이다. ‘GIST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데 앞장서자’라는 것이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 부분이 완성되면 우리 학교, 교육, 연구의 모습이 다 바뀌어 있을 것이다. 이제 소프트 파워를 어떻게 강화하는지 고민하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