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진정한 양심 가릴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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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이윤지 기자

 

삽화 = 이윤지 기자
삽화 = 이윤지 기자

지난 11월 1일,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2004년부터 취해왔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입장을 14년 3개월 만에 바꾼 것이다. 이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1년 6개월의 실형 대신 대체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한다.
십수 년 만에 뒤집힌 판결인 만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거세다. <지스트신문>은 GIST 학생, 교수 등 원내 구성원들을 만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개인의 신념’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가 된다고 인정했다. 병역의무를 강제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에 대한 이유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라는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대현(기초,17) : 과기원에 배정된 전문연구요원 비율이 축소된 후 현역 입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공익처럼 대체복무를 하게 될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도 한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많은 종교인이 무리 없이 군 생활을 하고 있는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복무 중인 종교인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장용수(기초,17) : 헌법에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개인의 신념을 존중하지 않고 군대에 무조건 보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세훈(신소재,박사과정) : 최전방 출신 군필자로서 군대가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없이는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관점과 소수자의 인권보장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동시에 고려해보면,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고민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미 내려진 판결에 대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김건우 교수 : 강원도 최전방에서 만기 전역했기에 군대가 매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헌법적인 이유 때문이라도 반드시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따른 행위로 이미 인정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도 이에 발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판결 근거로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 하는 소수자에 대한 포용’을 내세웠다. 이에 동의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그 자체로 마땅히 인정되어야 할 기본권이라 생각한다.

 

여호와의 증인, 종교와 군대 사이
‘여호와의 증인’은 병역을 거부하는 가장 대표적인 종교집단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유일한 왕국은 하나님의 왕국’이라는 교리를 내세우며 국가와 정부를 악으로 규정한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와 사랑을 보이고, 피를 멀리하라는 성경 말씀을 따른다는 이유로 집총을 거부한다. 이로 인해 여호와의 증인은 현 정부의 징병제와 전면적으로 충돌해 왔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가?
조용준(기초,17) : 그들의 신념이 확고하다면 집총, 병역거부는 존중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는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는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용수 :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모든 남성에게 국방의 의무는 필수적이다. 그들의 교리와 신념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체복무제, 강도와 기간은 적당하나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관한 제도도 함께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방안은 소방서나 교도소에서 36개월간 합숙 근무하는 형태이다. 정부는 ▲병역 기피 수단으로의 악용 방지 ▲병역의무의 형평성 유지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대체복무 제도를 설립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36개월간의 대체 복무가 ‘징벌적 복무’라는 반대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반대 입장은 ‘현역복무보다 1.5배 이상 긴 기간의 대체복무는 인권 침해’라는 UN 총회 인권 이사회의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의 대체복무제의 복무 기간과 강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세훈 :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제시한 수준의 대체복무도 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신념에 의문을 가질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 중 원해서 군대에 가는 이는 거의 없다.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일반 남성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만한 수준은 돼야 한다.

장용수 : 복무 기간과 합숙 근무라는 점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방서에서의 근무가 약간 걱정된다. 여호와의 증인 교리 중 피를 멀리하라는 규율이 있다. 과연 그들이 사람의 생명과 직접 연관된 소방서에서의 근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무 거부 등의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건우 교수 : 단순히 현역복무와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정부안대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국제적인 기준으로는 현역복무의 1.5배보다 긴 대체복무는 인권 침해라 규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현역복무의 특수성, 즉 한국 현역복무의 열악한 실상과 징집제로 인해 개인이 갖게 되는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대체 복무가 현역복무의 2배 혹은 그 이상일 때 형평에 맞을 수 있다는 말에는 역설적인 의미도 있다. 대체복무를 36개월 이상이나 해야 할 정도로 현역복무 제도가 심각한 인권 침해적 요소를 안고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대체복무를 현역복무의 몇 배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당장의 현실적 문제이긴 하지만 정작 병역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앞으로의 방향은?
양심적 병역거부 제도가 정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군대 사기 저하’와 ‘병역기피 수단으로서의 악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정부와 사회는 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장진호 교수 :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의무 회피를 위한 의도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또한 병역 의무 부과의 정당성과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질 위험도 있다. 이는 안보위험으로 이어져, 국가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병영 환경의 개선, 국가 의무의 의도적 회피 방지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섬세하게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특히 군인의 급여를 확대하고 피해 시 적절한 국가배상을 하는 등 병영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건우 교수 : 정부가 앞으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인지를 가리기 위한 여러 절차를 둘 것이라 예상한다. 개인의 오랜 생활 태도나 종교 활동 내역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진정한 양심의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물론 제도 도입 초기에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아닌데도 그렇게 인정받는 경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단하는 것과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