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대학 총학생회가 사라진 지 한 학기가 됐다.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 아무도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많은 일을 했던 총학생회는 크고 작은 일로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했다. 예전이라면 많은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곧 다시 생기겠지 하며 이 문제를 무심코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총학생회의 존립에 대한 대학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총학생회가 없는 대학은 GIST뿐만이 아니다. 운동권 때부터 우리나라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서울의 유수한 총학생회들 역시 상당수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총학생회장 출마자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총학생회가 필요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GIST인들도 총학생회가 왜 존재하고 그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총학생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원한다
설문조사 결과 90%가 넘는 학생들이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교생활과 행정에 관련한 문의처가 마땅치 않다거나, 대외활동에 학생의 얼굴로서 나설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또한 학교 측과의 대화에서 학생들의 대표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적어도 아직은 총학생회의 필요성에 다수의 학생이 공감하고 있었다.
총학생회의 빈자리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2018년도 총학생회의 활동들을 살펴보면 ▲과일 트럭 사업 ▲명절 버스 운행 ▲종강 셔틀 버스 운행 ▲헌헐차 유치 ▲학식 개선 사업 ▲학생강의평가 시스템 구상 ▲과잠 주문 사업 ▲STadium 진행 사업 ▲뻔선뻔후 특색 행사 ▲버거드림 행사 등이 있었다. 이 외에도 작년 여름 기숙사 증축 공사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모아 학교 측에 전달한 일 역시 총학생회가 담당했다.
사라진 총학생회의 사업들은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 총학생회 부원들에 의해 일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있을 때보다는 그 실행 범위와 당위성에 한계가 있고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위 사업 중 헌헐차 유치 사업과 학식 개선사업 등은 진행되고 있으나, 버거드림이나 뻔선뻔후 특색 행사 등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총학생회 부원임을 밝힌 A 씨는 “총학생회가 사라진 지금도 총학생회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소속이 없어 전 총학생회 부원들이 일하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인정도 받지 못한다”며 총학생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총학생회에 무관심한 학생들
하지만 이와 별개로 GIST 대학생들의 자치 기구 활동 참여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18년도 상반기의 총학생회비 납부율은 28.8%에 불과했다. 총학생회가 있었던 16년도 역시 총학생회비 납부율은 29%에 그쳤다. GIST 대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원하긴 하지만, 이와 관련된 활동 참여에는 무관심한 것이다.
이는 총학생회가 사라진 큰 이유 중 하나다.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총학생회 부원임을 밝힌 B 씨는 “총학생회는 학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활동 과정이 매우 힘들다. 총학생회 일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지 않으면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저조한 학생 참여율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전까지 총학생회 활동에 만족하지 않는다(불만족, 매우 불만족)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총학생회가 나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질문에 ‘매우 영향이 크다’와 ‘영향이 크다’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절반 이상이었다. 전대 총학생회 때문에 학생 참여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설문 결과이다.
오히려 ‘총학생회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대학 생활에 활력을 주고 소소한 즐거움이었다’나 ‘총학생회가 있어서 학교가 학생들의 눈치를 더 살피게 된 것 같다’ 등 전대 총학생회의 활동에 고마움을 표하는 의견이 많았다.
학교 당국과 타협할 수 있는 총학생회
그렇다면 GIST 대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랄까. 총학생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5점 만점)에 대한 응답을 보면, ‘학교 당국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막고 학생의 의사 참여 기회를 확대하려는 대의기구’가 4.55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학생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4.51점), 학교 내 단체들을 조율(4.21점)이 따랐다.
독자성과 자율성을 갖고 학생들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학생 자치 활동(4.07점), 부조리에 맞선 사회 구조 개혁, 정의 등을 외치는 사회 운동(3.69점)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GIST 학생들이 자치기구나 사회 운동 단위로서의 총학생회보다는 학교 측과 타협할 수 있는 총학생회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총학생회가 다시 생긴다면, 바라는 점이 있냐’는 질문에도 앞 질문 내용과 유사하게 ‘학교 측과의 대화 파트너로서의 총학생회 입지 확보’가 66.3%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총학생회의 대의 기능 강화’로 58.2%의 지지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GIST 대학생들은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 측에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김을 확인할 수 있다.
총학생회는 필요하지만, 총학생회장 후보는 없는 사회
한편 ‘새로운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나온다면 투표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2%로 지배적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75.5%가 총학생회가 다시 생긴다면 총학생회비를 납부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원하고 총학생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총학생회장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총학생회는 다시 구성될 수 없다. 총학생회장 출마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업무량이 많을 뿐 더러, 총학생회라는 거대한 조직의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생들의 호응조차 적다면 이는 더욱더 힘든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