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GIST를 포함해 R&D 예산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과 조승래 국회의원이 5대 요구안을 발표했지만, 정부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2024년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작년(31조1000억원)보다 14.8% 감소했다. 정부는 2025년 예산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연구 현장은 이미 혼돈에 빠진 지 오래다.
한 목소리 낸 이공계 대학생
지난 11월 1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R&D 예산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국회토론회'(이하 토론회)가 열렸다.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DGIST, GIST, KAIST, KENTECH, POSTECH 등 11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토론회는 R&D 예산삭감으로 벌어질 미래(1부)와 과학 기술 거버넌스에서의 대학생의 역할(2부)을 주제로 이루어졌다.
이어서, 학생들은 정부의 R&D 예산삭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공유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R&D 특별위원회 나세민(항공우주공학, 21) 부의원장은 “R&D 예산 삭감의 전액 보원과 함꼐 앞으로의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 충분한 소통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DGIST 서휘(기초학부, 21)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은 대학원 석·박사의 평균 월급이 각각 63만원·99만원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건비와 직결되는 R&D 예산삭감 소식이 대학원 진학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과학 연구 지원에 소홀한 정부 기조에 이공계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KAIST 한정현(화학, 20) 부총학생회장은 “국가가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에게 동경을 심어줄 수 있는 희망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R&D 예산 삭감이 우수 인재의 의대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권한대행은 정부 지원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과학이 탈추격의 시대에 접어들며 한 곳에 10억을 투자하는 것보다 1억씩 10군데에 투자하는 시스템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권한대행은 이런 상황을 보고 “한국 정부가 나눠 먹기식이다, 낭비적 지출이라고 표현한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릴레이 ‘해명’ 진행한 과기부
이공계 학생들의 강한 요구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권역별로 이공계 학생들과의 릴레이 대화'(이하 릴레이 대화)를 진행했다. 지난 11월 22일에는 대전에서 4대 과기원(▲DGIST ▲UNIST ▲KAIST ▲POSTECH) 총학생회 대표를 시작으로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수도권에서 릴레이 대화를 진행했다. 지난 11월 28일 전남대에서 열린 호남권 릴레이 대회에서는 과기부 조성경 제1차관(이하 조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공계 현장 학생들과 담화를 나눴다.
조 차관은 “먼저 설명하고 의견을 모아해 했는데 순서가 바뀌어 혼란이 야기됐을 것 같다.다”라며 R&D 투자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거칠지라도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개선을 통해 학생 인건비 지원을 늘리고 대통령 장학생을 100억에서 1천억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양 부총학생회장은 간담회 발언에서 “학부 입장에서는 의대 쏠림 현상 심화, 해외 인재 유출 문제가 우려된다. 정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첨단 기술의 뿌리가 되는 원천기술 연구 기초연구 등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문제점을 제시했다. 조선대학교 대학원생 A씨는 실험실 연구 장비 구축의 어려움과 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테크니션 인력 부족을 토로했다. 과기부는 연구 장비 구매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회계연도로 연구비를 관리하며 생기는 어려움을 유연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답했지만, 현장의 불만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
R&D 예산 삭감이 현실로 찾아온 뒤 연구 현장은 생기를 잃었다. 일부 연구자는 실험실을 닫고 연구 현장을 뜨거나, 인건비 부담으로 학생 수를 줄이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5년도 예산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예산 삭감의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