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로 알기 위한 기초 지식

0
5783
삽화=노희호 기자

지난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새로운 중증 호흡기 전염병이 발생했다. 한 달 만에 중국 전역을 감염시킨 이 병은 이제는 전 세계로 전파돼 수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초 지식이 없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기사는 코로나19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작성됐다.

공식 명칭
지난 2월 11일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12월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성 호흡기감염증의 명칭을 COVID-19(Coronavirus disease 2019, 이하 코로나19)로 확정했다. 우리나라 공식 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코로나19’다.

코로나19의 병원체는 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신종 바이러스로, 같은 날 국제바이러스분류체계위원회(ICTV)에서 SARS-CoV-2(이하 코로나19바이러스)로 명명했다. 해당 바이러스를 2002년 대유행한 감염병 사스(SARS)의 원인 바이러스 SARS-CoV(이하 사스바이러스) 변종으로 판단한 것이 근거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가 중증 폐렴 유발하진 않아
모든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 같은 중증 폐렴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신종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과)는 포유류, 조류 등 광범위한 동물 감염을 발생시키는 동물성 바이러스로 그중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은 7종에 불과하다. 이들은 다시 단순 감기를 일으키는 유형(229E, OC43, NL63, HKU1)과 중증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유형(SARS-CoV, MERS-CoV, SARS-CoV-2)으로 나뉜다. 후자가 순서대로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다.

S 단백질에 따라 감염 범위 결정
코로나19바이러스는 사스바이러스처럼 인간 폐 세포를 주로 감염시킨다. 이론적으로는 소화기관도 감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나 실제 사례로 확인된 바는 없다.

삽화=노희호 기자
삽화=노희호 기자

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된 코로나19바이러스는 지름이 약 80-100nm인 구형의 비리온¹이다. 유전 정보를 가진 RNA 유전체는 외피로 싸인 단백질 껍질 속에 있고, 외피 표면에는 골프채 모양의 돌기 단백질(Spike Protein, 이하 S 단백질)이 있다.

바이러스 감염 범위를 결정짓는 것은 이 S 단백질이다. S 단백질은 특정 세포 외부의 수용체와 결합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세포의 수용체는 숙주의 종이나 세포 종류마다 다른데, S 단백질의 형태에 따라서도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S 단백질의 모양에 따라 바이러스가 감염시키는 숙주의 범위가 결정된다.

코로나19바이러스의 경우 심장, 폐, 신장, 위장 세포에서 발견되는 ACE2(안지오텐신 변환효소Ⅱ) 수용체와 상호작용한다. 동일한 수용체를 이용하는 사스바이러스 연구에서는 체내로 침투한 바이러스가 ACE2 수용체를 가진 상피세포를 통해 호흡기 및 위장 세포로 들어가 증식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이를 근거로 학계는 코로나19바이러스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폐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사스바이러스처럼 소화기관도 감염시키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메릴랜드대 의대 매튜 프라이먼 교수는 “코로나19바이러스는 사스바이러스와 동일한 수용체에 결합하기 때문에 위와 소장, 대장 세포에도 충분히 침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돌연변이 가능성 높지만 아직 심각한 변이는 없어
숙주 세포 안으로 침입한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유전자에 돌연변이 및 재조합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의 특성상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빈도가 상당히 높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이용하는 유전체 복제 효소에는 오류 교정 기능이 없고, RNA가 DNA에 비해 입체구조가 복잡하고 결합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로 인해 바이러스 특성이 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S 단백질이 변이되면 바이러스 전염력이 변화하거나 개발 중인 치료제나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유행 중인 바이러스의 정보를 모을 때 주기적으로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S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는 경우 S 단백질과 세포 수용체의 특이적 결합 때문에 바이러스가 감염시키는 세포 또한 달라진다. 변이한 S 단백질을 가진 바이러스가 주변에서 그에 맞는 수용체를 가진 세포를 찾지 못하면 이는 자연히 사라진다. 이런 이유로 유행 중인 바이러스에 나타나는 실질적인 변이의 양상과 양은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아직 코로나19바이러스에서 심각한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1월 27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발표한 코로나19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중간 결과에 따르면 세포와의 결합 부위 및 증식과 병원성 등을 담당하는 유전자에서는 변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한국 포함 총 16개국에서 발표한 유전자 염기서열 103건을 서로 비교했을 때도 99.89~100%의 일치율을 보였다. 질본의 정은경 본부장은 “이는 돌연변이로 인한 독성변화나 검사 오류의 우려가 아직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사스와 비슷한 폐 손상 유발
사이토카인 폭풍도 주의해야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는 코로나19바이러스의 체내 작용에 대한 WHO와 영국 런던위상열대의학대학원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바이러스는 감염 초기엔 주로 호흡기 상부에 증식하며 기침, 재채기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이후 감염 중기에는 호흡기 하부로 이동해 사스바이러스처럼 3단계에 걸쳐 폐를 손상시킨다.

먼저 폐 세포에 침입한 바이러스는 다량의 새끼 바이러스를 만든다. 체내에서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세포들이 모여드는데 이때 사이토카인 폭풍¹과 같은 과잉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염증이 과다 발생해 폐가 손상된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폐를 컴퓨터단층촬영(CT)한 결과 사스 환자와 비슷하게 폐가 벌집 모양으로 손상됐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때 손상된 폐 세포 때문에 중증 호흡곤란이 유발된다. 폐 세포에는 점액세포와 섬모세포 두 종류가 있다. 점액세포는 점액을 만들어 수분을 유지하고 병원균의 침입을 막으며, 섬모세포는 노폐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사스바이러스는 섬모세포를 주로 감염시켜 손상시키는데, 이 때문에 환자의 기관지와 폐가 점액 및 노폐물로 가득 차 호흡곤란이 유발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역시 섬모세포를 먼저 감염, 손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우한화중과학기술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점액이 새는 증상은 사스보다 더 심각하다. 그들은 “이 증상이 심각하면 산소호흡기를 통한 산소 공급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스 대유행 당시 감염자 약 25%가 이런 폐 손상을 겪었다. 코로나19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24일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공개한 코로나19 환자 7만2314명의 임상 사례 통계를 보면, 대부분(81%) 고열과 기침, 인후통 같은 가벼운 증상에 그쳤지만 14%는 폐렴과 호흡곤란을 겪었다. 나머지 5%는 중증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과 패혈성 쇼크, 간 혹은 신장 부전, 심장질환 등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다.

일부 위독한 환자들이 폐질환 이외에 간이나 신장질환, 심장질환을 겪는 이유는 폐와 비슷하게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유력하다. (미국)컬럼비아대 감염및면역학센터의 앤젤라 라스무센 교수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해 면역세포들이 다른 조직들을 공격하면 다른 장기도 바이러스 감염 없이 극심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당뇨나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코로나19에 더 치명적인 원인도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 비리온: 바이러스가 체외에서 보이는 활동성이 없는 단백질 결정 형태
2) 사이토카인 폭풍: 면역계 세포들이 상호작용할 때 사용되는 신호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돼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감염된 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하게 되는 현상

* 이 기사는 Alexandra C. Walls et al.(2020). “Structure, function and antigenicity of the SARS-CoV-2 spike glycoprotein, Zhe Xu et al.(2020). “Pathological findings of COVID-19 associated with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