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에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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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이경민 기자
삽화 = 이경민 기자

2022년도 기준 등록장애인은 약 260만으로 전체 인구 대비 20명 중에 1명 꼴이다. 하지만 많은 비장애인의 일상, 특히 대학교에서 장애 학생은 보이질 않는다. 우리 사회가 장애 학생의 일상 속 권리를 보장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증거다. 이에 GIST를 포함한 대학의 장애 학생 지원 현황을 취재해봤다.

 

왜 장애 학생은 뉴스나 책에서만 보이는가?

신체나 정신적 장애, 혹은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배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장애 학생 수는 2021년 기준 9만명에 달하지만 대학 진학률은 15%에 불과했다. 약 70%인 비장애 학생 진학률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누군가는 장애인이니까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교육 현장이 장애 학생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이 그 원인이라면 어떨까.

22년도 기준 특수학교는 192곳 중 3분의 1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러한 편재화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 학생은 등교를 위해 이사까지 감수한다.

시각장애 학생의 사례를 살펴보자. 모 지방 맹학교의 경우 일반 교과서의 내용을 학내 점자 출력기로 출력해 사용하고 있었다. 왜 그럴까? 국내 교과서들의 점자화가 의무화된 것은 2017년으로 비교적 최근이고, 점자로 발행되는 문제집은 EBS 수능 교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집도 19년도에는 검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발행되고 20년도에 비장애인용보다 2~3개월 늦게 나와 논란이 일었다. 기본적인 교과서와 문제집조차 비장애 학생과 다르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 환경의 불평등을 겪는 것은 시각장애 학생만이 아니다. 청각장애 학생의 경우 강의 내용을 대신 필기해주는 대필 도우미가 배치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고, 대필이 얼마나 정확히 내용을 전달해줄지도 미지수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엔 강의실로 가는 것만 해도 고역이다. 지체 및 지적장애 학생을 교육하는 교육자들은 다양한 정도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경증 장애의 경우 제대로 된 보조 지원 없이 교수 재량에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각 학교의 내규에 따라 경증 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 기준이나 프로그램 내용에 편차가 생기는 것이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던 시기, 경증의 청각장애를 갖고 있던 학생이 대학으로부터 대필 지원을 거절당했다. 대면 수업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도 교수님의 입 모양을 보고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있지만, 비대면 수업에서는 교수님이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 이상 내용 파악이 힘들다. 이런 상황에 대필 지원까지 거절당한 것이다. 이렇듯 많은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다.

 

대학교는 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현재 교육부와 대학교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2022년도, 중증 장애인 박혜린 씨는 KAIST 졸업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박 씨는 뇌성 마비로 걷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으로, 휠체어 사용자다. 학교에 최초로 입학한 중증 장애인이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경사로, 엘리베이터 설치, 강의실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등의 건의를 했고 KAIST가 이를 수용하였다고 졸업사에서 밝혔다. 현재 KAIST 학생지원팀에는 장애 학생 복지 업무가 지정돼 있으며 매 학기에 1회 이상 장애 학생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DGIST의 경우 21년도 기준 재학 중인 장애인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시기 KAIST에는 총 5명, GIST에는 1명의 장애 학생이 재학 중이었음을 들며 충분히 장애 학생이 입학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DGIST 내부에 별도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없으나 관련 업무는 학생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과학기술원 외의 대학들도 살펴보자. 재학생이 많은 국립대학 중 대부분은 장애학생특별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교육부는 장애 학생 지원에 소요되는 대학의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2005년부터 이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장애대학(원)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학 및 국가의 지원 체계가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애인고등교육지원센터의 설치와 운영으로 장애 학생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제공하고, 장애 학생 지원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며 장애 학생의 수요를 조사해 수립한 개인별 교육지원계획에 따르는 것이 의무화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계획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그럼, 우리가 다니는 GIST는?

그렇다면 GIST는 어떨까. 학생팀 김성주 선생님의 답변에 따르면 “우리 원은 매년 장애 학생 지원 계획을 수립” 하고 있다. 2년 전 취재에서도 학생팀은 학생의 요청이 있으면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재도 동일한 것이다. 또한 공식적인 장애 학생 지원부서는 학생팀이지만 원활한 접근성을 위해 총학생회와 상담센터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자체 매뉴얼을 운영 중이다.

학생팀은 현재 GIST에 장애 학생이 재학 중이지만, 경증으로 별도의 지원을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장애 학생 스스로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장애 사실을 밝히기 꺼린다. 개인적인 의사를 먼저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원에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장애 학생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 이라며 장애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 GIST 내 별도의 장애학생 지원 프로그램은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내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점자화 안내문을 설치하고 기숙사 내 장애인 전용 호실도 구비돼 있다. 또한 장애 학생 입학 및 요청이 있을 경우 맞춤 지원과 보조공학기기도 지원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른 대학의 사례처럼 장애학생지원센터 등이 없는 이유에 대해 학생팀은 “해당 사업은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의 수가 10명 이상이어야 하고 장애 유형에 따른 지원 내용 등이 명시돼야 하므로 적용 대상이 아니며, GIST의 경우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자체 예산으로도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GIST는 법령에 따라 장애인편의시설을 짓고 장애 학생 지원 계획을 매년 수립해 장애 학생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었다. 다만, 근 5년간 실재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장애 학생이나 중증 장애 학생이 입학한 적은 없다. 실제로 중증 장애 학생이 입학했을 때 어떤 대응과 인프라가 필요한지는 명확히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문제

비장애인의 눈에 장애 학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필수교육 과정부터 시작되는 교육 환경의 불평등, 개선되지 않는 사회적 시선, 선례가 없기에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이 없어도 모든 대학에 모든 장애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보류되고 있다. 그렇기에 변화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당사자 몇 명이 경험담을 발표하거나 사회 운동단체의 시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당신의 눈에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은 수요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장애인이 사회로 나아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