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알아보는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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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김하연 기자

혈관 내벽 통해 전신에 영향…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어

2019년 11월 코로나19 최초 보고 이후 유례없는 범유행전염병(Pandemic)이 전 세계를 할퀴었다. 코로나19 병원체 SARS-CoV-2는 지금까지 지속적인 변이를 거쳤고, 관련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사실이 계속 보고된다.

<지스트신문>은 제31호에 이어서 코로나19 관련 학술 기사를 다룬다. 이번에는 질병 그 자체보다는 질병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온몸에 나타나는 증상…혈관 내벽 감염이 원인
초기에 주로 폐렴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던 SARS-CoV-2는 호흡계뿐만 아니라 소화계·순환계 등 인체 여러 곳에 침투해 증상을 일으킨다. 코로나19는 ACE2(안지오텐신 변환효소Ⅱ)와 상호작용해 인체를 감염시키는데, 이 효소가 폐뿐만 아니라 혈관 내벽이나 소장·대장 등 각종 장기에도 있기 때문이다.

삽화 = 김하연 기자
삽화 = 김하연 기자

이는 지난 5월 영국 저널 란셋(Lancet)에 올라온 연구에서1) 확인됐다. 코로나19 감염 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한 결과 콩팥의 혈관 내벽(endothelial cell)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염증 세포의 축적 또한 발견됐다.

혈관 내벽이 감염되는 것은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의 원인이다. 혈관 내벽이 감염되면 혈전이 생성되는 등 혈액 순환이 저하된다. 혈관은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에 지나가기 때문에 심장, 장, 콩팥 등 여러 장기가 공격받는다. 이것이 심해지면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코로나19는 비말뿐만 아니라 대변 등을 통해서 감염될 수도 있다. 감염자의 대변이 있는 상태에서 변기 물을 내리면 에어로졸이 퍼져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토일렛 플룸’이 가능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는 후각 신경을 통해 뇌에 침투해 후각과 미각 기능을 손실시키기도 한다. 인공 배양한 장세포에서도 바이러스가 증식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 외에도 원형탈모, 근육통 등 여러 증상이 보고된다.

점차 감소하는 치명률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세계적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3월 중순부터 10월 10일까지 대한민국과 전 세계의 치명률 변화를 조사한 결과2) 치명률은 4~5월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에 들어섰다. 전 세계의 치명률은 발병 이후 증가하다가 4월 말에 최고치 7.3%를 찍고 감소했다. 현재는 2.9%의 치명률을 보인다.

3월 14일부터 10월 10일까지 코로나19 치명률 변화 (그래프 = Our World in Data)
3월 14일부터 10월 10일까지 코로나19 치명률 변화 (그래프 = Our World in Data)

한국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전 세계 평균보다는 치명률이 낮다. 5월 말에 최고치 2.4%를 찍고 현재는 1.8%다. 다만, 한국은 8월 중순에 치명률이 1.6%까지 떨어졌다가 광화문 집회의 영향으로 소폭 증가했다.

다만, 이러한 경향으로 바이러스의 독성이 감소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치명률은 전체 확진자에 대한 사망자의 비율로 계산해서 바이러스의 독성 외에도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치명률 감소 추세는 바이러스 독성, 의료 공급 능력, 검사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후유증: 완치자 아닌 생존자
코로나19 확진 후 음성 판정을 받아 퇴원한 후에도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미국 의학회지 JAMA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3) 의하면 첫 증상 발현 이후 평균 60.3일 후 완치자 143명을 조사한 결과 87.4%(125명)의 환자는 코로나19 관련 후유증을 하나 이상 호소했다. 32.2%(46명)는 1~2개 증상이, 55.2%(79명)는 3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났다. 나타난 후유증은 피로(53.1%), 호흡곤란(43.4%), 관절통(27.3%), 흉통(21.7%)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9월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965명 중 91.1%(879명)이 후유증을 1개 이상 앓고 있다고 했다. 언급된 주요 후유증은 피로(26.2%), 집중력 저하(24.6%)였다. 후각·미각 손실도 보고됐다.

1월 23일에는 중국의 코로나19 환자가 길랑 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에 걸렸다. 길랑 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계를 손상시켜 다리 또는 머리에서부터 서서히 마비가 진행되는 병이다. 이후에도 관련 사례가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후유증 때문에 코로나19 확진 후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한 사람을 완치자가 아닌 생존자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 현황
10월 현재까지 명확한 치료제와 백신은 없다. 치료제나 백신의 임상 시험은 3년에서 10년까지도 걸리는 장기전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현재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이 치료제 후보 물질로 거론된다. 렘데시비르는 본래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의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했다. 이후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사망률과 중증 환자의 회복 기간을 줄이는 효과가 일부 검증돼 한국, 대만,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긴급승인됐다. 덱사메타손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긴급승인이 나지 않았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된 렘데시비르 (사진 = Thailand Medical News)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된 렘데시비르
(사진 = Thailand Medical News)

혈장 치료법도 연구되고 있다. 완치자의 혈장을 환자에게 수혈해, 혈장의 항체로 치료를 기대하는 방법이다. 혈장 치료법은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치료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혈장 치료제가 긴급승인됐고, 한국에서도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해 완치자의 혈장 공여를 요청했다.

백신으로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가 최종 승인됐다. 하지만 임상 3상이 완료되지 않아 논란이 있다. 그리고 한국,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백신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ChAdOx1 nCoV-19(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이 임상 3상이 진행중이고, mRNA-1273(RNA 백신)은 임상 2상을 완료했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확실한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SARS-CoV-2는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 가능성이 높고, 이에 기존의 치료제나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치료제·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19는 높은 감염성, 적당한 치사율, 영구적인 후유증, 잦은 변이까지 겹친 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다. 이런 악재에도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연구진, 그리고 의료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