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손가락 세 개로 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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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유스퀘어에서 미얀마 시위 지지 운동을 하는 광주연대의 모습이다

미얀마가 마주한 5월 광주, 그날의 역사

3월 20일, 유스퀘어에서 미얀마 시위 지지 운동을 하는 광주연대의 모습이다

지난 2월 1일 발발한 미얀마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이 시위를 시작한 지 65일째다. 아웅 산 수치와 민족민주연맹(이하 NLD)가 작년 총선에서 압승했으나, 민 아웅 라잉 최고사령관과 군부가 총선 결과에 부정하며 정부를 전복했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 산 수치와 원민 대통령, NLD의 일부 당원을 구금하고 국정을 장악했다. 군부는 1962년 정권을 잡은 이후, 2015년 NLD가 상·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독재를 일삼았다.

미얀마 민중은 쿠데타에 반대해 거리에 나왔다. 이에 2월 2일부터 미얀마 각지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전체주의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검지, 중지, 약지를 펴 보였다. 학생, 교사, 의료진, 연예인 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시위대는 강제 구금한 인사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적 존경을 받는 승려 계층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군부에 반대한다는 의견으로 다양한 민족이 하나가 돼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미얀마 민중은 소식을 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2월 22일에는 총파업을 시행,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얀마 내 소식을 전했다.

망명정부 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Committee Representing Pyidaungsu Hluttaw), NLD, 카렌민족해방군 등 반군부 단체도 상황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도 반응했다. 이양희 전 국제연합(UN) 미얀마 인권 특별 보고관은 미얀마 특별자문회(SAC-M, Special Advisory Council for Myanmar)를 구성했다. 미얀마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 소속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미얀마 특별자문회는 미얀마의 상황을 조사하고 미얀마 내 반군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군부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지난 2월 10일 미국을 시작으로 본격 진행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를 대상으로 한 경제 제재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2월 22일 유럽연합(EU)도 미얀마 군부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미얀마 기업 관련자 11명에게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달 12일 미얀마에 대한 군수품과 전략물자 수출 금지 등 제재를 가했다.

그런데도 미얀마 군부는 시민을 계속 탄압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 지원 협회(AAPP, 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에 따르면, 3월 26일까지 총 3,070명이 체포됐으며 328명이 사망했다. 군부는 평화 시위를 지속하는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포한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을 차단했으나 저격수가 시위대를 조준 사격하는 사진이 트위터에 공개되며 엄청난 충격을 줬다.

시위대와 군부의 대립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미얀마의 독립 언론 기관인 미얀마 나우(Myanmar Now) 보도에 따르면, 군인들이 다친 시민을 치료하러 온 의료진을 연행하고 구타했으며 환자를 도와주지 못하게 막았다고 알렸다. 또한, 현지 언론은 군부가 수도 양곤에서 총파업에 참여한 상점 주인을 양곤 시청에 모아놓고 총을 들이미는 등 위협을 가했다고 전했다. 3월 26일에는 NLD 당사에 누군가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는 일이 일어났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인터넷이 연결되는 오후 시간대를 틈타 미얀마 내 한 현지인 대학생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미얀마 군경들은 불법으로 민가에 침입해 정당한 이유 없이 사람들을 습격하고 체포한다”며 미얀마의 상황을 알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 국민에 대한 모든 폭력을 중단하고, 모든 억류자를 석방하며 계엄령 해제 및 통신 제한 철폐를 요구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미얀마 학생과 시위대의 뜻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지역에서도 미얀마를 위한 움직임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광주시민단체 협의회 등 광주지역 단체 10곳이 미얀마 시민들을 위한 응원 모금 운동과 의료 물품 지원 등에 나섰다. 또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난달 6일부터 주말마다 광주 유스퀘어 광장에서 “군부의 유혈 진압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묘네자 재한미얀마인 광주 대표의 모습이다.

지난 3월 11일에는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는 광주연대(이하 광주연대)’가 발족했다. 광주연대는 이날 옛 전남도청 1층 회의실에서 안건 회의를 열고 체계, 실천 행동, 제안 사항 등을 의결한 후 출범했다. 광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을 총칼로 학살한 5월 광주가 미얀마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며 결성 이유를 밝혔다. 광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미얀마 민주화 지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무차별 살상행위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고 국제사회와 유엔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광주연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다. 광주연대는 5.18 민주광장에 미얀마 민중 항쟁 현장 사진과 조형물을 설치했다. 또한, 옛 전남도청 앞에서 미얀마 민주화 지지 캠페인과 희생자 추모 행진을 진행했다.

지난 3월 21일 광주 유스퀘어 광장에서 묘네자 재한미얀마인 광주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묘네자 대표는 한국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현재 군부의 강력한 탄압으로 인해 미얀마 시민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시민은 인터넷이 끊기고 군경이 실탄을 쏘는 상황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부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반대하고 미얀마의 민주화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