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30분 만에 휘갈기는 것이다(제3회 광주과기원 문학상 – 시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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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윤세림 기자

시는 30분 만에 휘갈기는 것이다

송혜근(소재, 20)

말하자면 시는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 한글을 한 조각 한 조각 깎아내어 유물 캐듯이 시를 쓰는 사람이 있겠지만

 

언젠가 사람이 내 앞에 칼을 들이대는 상상을 했다

그 사람이 내게 30분밖에 주지 않는다면, 난 30분 안에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

캠퍼스 안 모든 벚꽃들을 피웠다 지워 버리고, 자살하려던 연인을 구출하고, 앞에 칼을 들이댄 그 사람을 땅에 묻어 버리기까지-내게 주어진 시간 30분 안에-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몇몇 시인은 그걸 해낸다

시인은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다

시인은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친 뒤 그 세계를 몰고 지구를 들이받는 사람이다

 

깨진 안경으로 세상을 보라

 

말하자면 시는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매번 뒤엎어지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폭력 폭력의 다른 이름은 정의 정의의 다른 이름은 선동-

철학의 역사는 친부살해의 역사라던가 내가 만든 세계는 나를 죽였다

내가 만든 세계가 지구를 들이받았다 설레는 사랑시를 쓰면 조금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런데 사랑은 폭력 사랑은 자기파괴 사랑은 내 몸을 깎아 다른 사람의 몸을 이식하는 것

 

가장 밑바닥부터 재건할 수 있을까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사랑의 규칙을 다시 짤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난 애타게 시간을 찾았다, 30분만 더, 30분만 더, 30분만 더…

삽화 = 윤세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