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1일 오후 10시경 제2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김성우 총학생회장에 대한 탄핵 발의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장은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10월 13일에서 15일까지 사흘간의 총투표를 통해 최종 탄핵 가결 여부를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재적 학생 참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업무 정지 효력만 유지되고 탄핵안은 무산됐다.
탄핵 발의 타임라인
지난 9월 21일 오후 1시 29분, 박수혜 부총학생회장(신소재, 24)은 학생 공지 플랫폼 ‘지글’에 제2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안건을 발표했다. 게시글에는 총학생회장 탄핵을 위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재적 대의원 서명과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와 하우스연합회(이하 하우스),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회)의 총학생회장 탄핵에 대한 공동 입장문이 포함됐다. 이들은 탄핵안 발의 사유로 ▲총학생회장의 책임감 부재 및 업무 유기 ▲총학생회장의 소통거부와 독단 ▲총학생회 주요 사업 차질과 자치권 침해를 들며 탄핵안 발의는 “총학생회의 신뢰 회복과 학생자치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정당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 제2회 전학대회는 전체 대의원 18명 중 과반이 넘는 16명이 출석하며 개회됐다. 총학생회장 탄핵 건에 대해 출석대의원 16명 전원이 찬성 의사를 밝혀 탄핵 발의안이 의결됐다.
공동발의 단체 입장 밝혀
집행위와 하우스, 동연회는 부총학생회장과 탄핵안 발의 절차와 학칙을 검토하고, 연서와 입장문을 작성하며 발의를 준비했다. 이들은 각 자치기구 구성원의 동참 의사를 확인한 후 발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세 단체는 총학생회장의 소통 부재와 무책임한 태도를 주요 탄핵 사유로 꼽았다. 집행위는 총학생회장이 회의록 안건을 늦게 올리거나, 회의를 갑작스럽게 변경·취소하는 일이 반복돼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총학생회장이 일방적으로 공모전의 상품을 바꿨고, 지급을 지연시켰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올해 ‘루미에르’ 행사를 위한 부스 준비 과정에서도 현수막과 홍보물 제작 요청에 응답하지 않아 부스 운영의 책임이 집행위 소속 대외협력국장에게 전가됐다고 전했다. 김민정 대외협력국장(환경, 24)은 “총학생회장의 업무 회피와 직무 유기, 소통 단절로 인해 겪지 않아도 할 몫까지 과다하게 부담을 느끼며 버겁게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하우스는 전자레인지 추가 설치 사업에서 총학생회장이 반복적으로 지적 받던 소통 문제가 다시금 드러났다고 전했다. 기숙사 내 전자레인지 설치 사업의 초기 계획은 하우스에서 4대, 총학생회에서 4대의 전자레인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치 직전, 총학생회에서 계획과 달리 3대만을 설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총학생회장은 이후 예산 부족 문제라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계획과 다른 진행과 이후 미흡한 대응이 지적됐다. 하우스는 문제 이후 사전 회의를 통한 합의 과정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동연회는 총학생회장이 STadium 유치를 위한 예산 증액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운영위원회에서 합의된 증액 신청 예산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증액 심사가 수개월 지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심사 이후 확인한 결과 심사받은 예산안 일부가 감축돼 있었고, 여기에 총학생회장이 제외하기로 합의했던 단독 추진 사업비가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동연회는 총학생회장이 예산안을 조작하고, 적발 이후에도 독단적으로 사업비를 예산에 편입하려고 했다며 비판했다. 한편 총학생회장의 직무 정지 이후 STadium 진행에 대한 우려에는 “DGIST 운영진에게 작년 행사 진행 자료를 인계받았으며,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주 1회 집행위원회와 내부 협의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GIST 학생자치는?
학생회칙 제35조에 따르면 총학생회장의 유고* 시 부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장의 업무를 대행한다. 제38조에는 회장단이 모두 궐위** 됐을 때만 집행위에서 권한 대행을 호선***한다고 명시돼 있으므로 현재 권한 정지 상태인 총학생회장의 업무는 별도의 인사 없이 부총학생회장이 대행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부총학생회장은 “보궐선거는 남은 임기가 180일 이상일 때만 필수적으로 실시되고, 현재 제17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조직이 완료되었으므로 보궐선거를 진행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부총학생회장은 탄핵과 관련된 공식 절차와 문서를 ‘지글’에 신속하게 공지하겠다며 GIST 구성원의 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장 탄핵은 본 회의 최고 의결 기구인 전체학생총회에서 재적 학생의 3분의 2 이상 참여와 참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전체학생총회의 의결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 총투표를 시행할 수도 있다. 총학생회는 지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총학생회장 탄핵에 대한 온라인 총투표를 시행했다. 전체학생총회에서 의결 정족수를 만족시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총투표에는 총 143명이 참여해 찬성 138표, 반대 5표가 집계됐다. 그러나 전체 재적 학생 3분의 2 이상의 참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됐다. 탄핵안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결정된 총학생회장의 직무 정지 효력은 유지된다.
총학생회는 “투표에 참여해 주신 학우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동연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자치에 출마하는 학생은 더욱 책임감 있게 임하고,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은 학생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건강한 자치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투표 인원 확보와 관련해 이연호 학부대표자협의회장(생명, 24)은 현재 학생자치 실태의 심각성과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GIST 학생 전체의 주인 의식 함양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학생자치 활동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총투표가 무산되며 학생자치에 여러 과제가 남았다. 불안정한 제도적 구조와 저조한 투표 참여율은 민주적인 학생자치 운영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학생사회가 자치의 책임과 참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GIST 학생 공동체의 운영 방향을 함께 고안해야 한다.
*유고: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음.
**궐위: 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
***호선: 어떤 조직의 구성원들이 그 가운데에서 어떠한 사람을 뽑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