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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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연구소로 초대받은 한 남자. 그곳에서 그는 매력적인 여성로봇을 만난다. ‘그녀’는 인간과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고 감정과 자유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남자는 그녀가 로봇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에 빠져들고 그녀에게 의지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로봇은 인간의 친구나 연인이 될 수 없는, 프로그램대로 행동하는 기계일 뿐일까? 영화 <Ex Machina>(엑스 마키나)는 위와 같은 상상을 통해 인공지능이 사람과 구분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을 때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로봇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로봇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인간을 도와주고,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농담하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할 정도로 발전했음을 판단하려면, 인공지능은 우선 ‘튜링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튜링테스트’란 인공지능과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나온 대답을 통해, 응답자가 인공지능인지 사람인지 구분하는 실험이다. 인공지능의 대답과 사람의 대답을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인공지능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다. 누가 인공지능인지 알아냈다면 해당 인공지능은 튜링테스트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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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이 나오더라도 로봇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4월 29일 오후 본교 지스트 대학 A동 115호 대형강의실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세상’이라는 주제로 GIST 포스트휴먼연구팀이 개최한 학술심포지움에서 서울대 장병탁 교수(바이오지능 연구실)는 “사람처럼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나오려면 아직은 연구해야 하고 해결해야 할 과정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 Machina>와 같은 인공지능은 아직 먼 미래라는 것이다. 장병탁 교수는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더라도 감정과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심사하는 튜링++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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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GIST 포스트휴먼연구팀이 개최한 학술심포지움에 참여한 교수들, 왼쪽부터 지스트 장진호 교수, 지스트 김건우 교수, 서울대 장병탁 교수, UCLA 데니스 홍 교수, 지스트 이보름 교수,  지스트 황치옥 교수>

사람과 같은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문제다. 같은 심포지움에서 지스트 김건우 교수(기초교육학부, 법학)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개발되더라도 넣어준 프로그래밍과 데이터를 통해 결과가 나오는 인공지능을 사람과 유사하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 행사의 주발표자로 참가한 로봇공학의 세계적 석학 UCLA 데니스 홍 교수(기계항공학과)는 “감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공지능이 입력에 대해 감정표현을 흉내 낸 반응을 보이는 것을 감정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즉, 인공지능은 사람을 흉내 낼 뿐 사람과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병탁 교수는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학습을 통해 입력에 따라 정해진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과 ‘직관’을 갖춘 인공지능을 사람과 명확히 분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인공지능

장병탁 교수는 강연에서 “가격문제나 조작, 느린 속도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인공지능 로봇들이 가정과 산업체에 보급될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용 컴퓨터를 가지듯이 개인용 로봇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고, 사용자를 도와주는 인공지능은 IT 기업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애플은 사용자의 물음에 답을 하고, 일정을 짜거나 문자를 보내는 등의 ‘개인비서’를 목표로 시리(SIRI)를 운영하고 있고, 소프트뱅크는 작년 2월부터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해 감정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해 행동양식을 정하는 가정용 로봇 페퍼(Pepper)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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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닮은 로봇, 왼쪽의 휴머노이드 나딘(Nadine)이 개발자 탈만(Nadia Thalmann) 교수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 싱가폴 난양공과대학(NTU) >

사용자의 업무를 돕는 ‘비서’ 역할을 넘어서, ‘친구’가 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로봇들도 있다. 3월 5일 싱가폴 난양공과대학(NTU)의 탈만(Nadia Thalmann) 교수는 자폐증환자와 우울증 환자가 꾸준히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감정치료용 로봇 나딘(Nadine)을 소개했다. 탈만 교수는 환자들이 관심과 상호작용을 필요로 할 때에 나딘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람이 해왔던 ‘비서’, ‘상담가’ 같은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김건우 교수는 “로봇은 인간을 모방해 만들어지고 발전되고 있다. 늦느냐 빠르냐의 문제이지 결국 인간이 하고 있는 모든 일에 로봇이 참여할 것”라고 말했다. 실제 인공지능은 체스나 바둑 같은 정해진 규칙에 따르는 일에만 두각을 들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주식투자, 스포츠 기사 작성, 심지어 소설 쓰기 같은 직관과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에도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AP통신과 로이터 등의 통신사에선 인공지능이 속보기사와 기업실적 분석 기사를 쓰고 있고,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사에서 주최하는 SF소설 공모전의 1차 심사를 통과하는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곳에도 인공지능이 도전하고 있다. 서울대 장병탁 교수는 “인간의 행동에 ‘패턴’을 만들 수 있다면 인간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라며 “복잡한 창작활동에는 패턴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모든 활동에서 그렇게 쉽게 인간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2016년 현재 소설, 기사, 상담 등의 분야에서 로봇들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조언자’와 ‘창조자’의 역할을 맡아 가고 있다. MIT의 레이 커즈와일 교수는 이와 같은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인간지성을 완전히 분석해 낸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지성을 초월하고 인간뇌가 컴퓨터로 옮겨지는 ‘특이점’(singualrity)이 올 것이라고 본다. 즉 특이점이 와서 기존의 인간보다 우월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새로운 인류(Post Human)가 출현할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시대가 온다면 인간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인간’이라고 볼 수 있는지, 또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호 기자 soohoda0501@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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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수호 (15 , 물리전공)
경력:
2015년 1학기 입사
2015년 2학기 취재 3팀 정기자
2016년 1학기 책임기자
2016년 2학기~ 2017년 1학기 편집장
주요기사:
[15.08.15] 광복 70주년, 민중이 세운 평화의 소녀상
[15.09.03] 되짚어본 가을학기 수강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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