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대학의 교육 철학과 특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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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GIST대학을 선택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U.C.Berkeley 계절학기 기회, 우수한 연구실적 혹은 저렴한 학비 등 다양한 답변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의 답변, GIST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GIST대학의 교육철학과 특징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GIST대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다소 회의를 갖는다.

최소 5년 이상 중·고등학교에서 우리는 주로 교수자 중심의 강의를 들어왔다. 책상에 앉아 칠판을 보면서 듣고 받아 적고 수업이 끝난 후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질문해왔다. 학생은 철저한 수업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교수자가 준비한 내용을 잘 수용해야 했다. 시험은 얼마나 잘 수용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었다. 심지어 문학작품에서도 나의 주관적 감상은 ‘오답’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GIST대학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규모 대화식 강의’는 일부 인문․사회 수업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다. 수학·과학 수업의 경우, 고등학교 때 받았던 교육과 마찬가지로 늘 보고 듣고 받아 적을 뿐이었다. 단지, 칠판과 분필에서 스크린과 PPT 슬라이드로 바뀌었을 뿐이었고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교육 목표인 3C1P를 달성하기 위해 준비됐다고 느낀 수업도 많지 않았다. 교과서 연습문제를 풀 때 느끼는 감정은 ‘수학의 정석’ 연습문제를 풀 때와 다름없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창의력이 신장됐다면 대한민국 고3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창의력을 가졌을 것이다. 레시테이션 시간에 어떤 조는 정말 협동과 소통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다만, 필자가 겪기엔 레시테이션 시간은 각자 주어진 문제를 열심히 푼 뒤에 먼저 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을 정말 GIST대학이 신장시키고자 하는 협동과 소통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우리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신장시키고 있는지 아니면 정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능력을 신장시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혹자는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다. “창의력을 신장시키기 전에 기본지식을 충실히 습득해야 하고, 방법에 있어 강의식 수업이 효과적이며 그리고 일부 인문․사회 수업을 통해 3C1P능력을 함양시키면 결국 훌륭한 과학기술 인재로거듭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당신은 왜 GIST대학을 선택했습니까? ”위에서 제기한 반론은 매우 타당하지만 그렇다면 GIST대학과 다른 대학과의 교육에서 차이점은 무엇인가? 혹시, 어릴 때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올라가려고 애쓴 경험이있는가? 걸어 올라가려고 하면 제자리에 머물고 뛰어야만 조금씩 전진할 수있다.이것은 종종 ‘경쟁’이라는 상황에 자주 비유된다. 현재 국내·외 대학은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하려면,처음부터 위에서 시작하거나 아니면 정말 다른 대학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신생 대학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작부터 험난할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이공계 대학은 GIST와 마찬가지로똑같이 정부나 기업에서 연구비를 받아 연구한다. 큰 차이가 있더라도 몇 우수한 연구자의 기량 차이이지 그것이 곧 대학 경쟁에 결정적 역할은 하지 못한다.

결국, 대학 발전과 경쟁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교육이다. 새롭고 혁신적인 교육을 바탕으로 2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면 그것은 이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씨앗 200개를 심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씨앗들이 GIST대학을 발전시키며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어떤 교육 철학과 특징이 올바른가에 대한 질문은 정답이 없다. 다만, 필자는 GIST대학이 설정한 철학과 특징은 지켜지지 못했으며 오히려 다른 이공계 대학과 비슷했다고 느꼈을 뿐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사실은 이에 대해 GIST대학 측에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하지 못했고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총학생회장 역임 당시 노력을 했었고 또 무한도전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GIST대학 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매우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부디, 이 글이 GIST대학 구성원들에게 GIST대학 교육 철학과 특징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어 우리 대학을 바꿨으면 한다.

박수현 (2)

박수현 (13,화학) 6대 총학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