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1차 전원회의가 개최됐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정책 심의 및 자문 기능까지 하는 과학기술정책 최상위 자문 심의기구다.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는 ▲국가기술혁신체계 고도화를 위한 국가 R&D 혁신방안 ▲과학기술 분야 대학 연구 인력의 권익 강화 및 연구여건 개선방안이 다뤄졌다.
연구 효율과 지속성 고려한 R&D 혁신
첫째로 국가 R&D의 방향이 산업·경제 발전 중심에서 사람·사회 중심으로 변화한다. 기술 개발에 주력한 빠른 성장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주요 과제로는 공급자 중심의 복잡한 법·제도 및 시스템을 연구자 중심으로 혁신하는 일이 있다. 연구자 주도형 기초연구투자 또한 현 1조 4,200억 원에서 2022년 2조 5,000억 원까지 대폭 확대된다. 연구자 주도형 기초연구투자란 ▲신진 연구자의 초기 정착 지원비 확대 ▲10년 이상의 단일 분야 장기연구 지원 확대 ▲후속 연구 지원 확대와 연구 단절 방지를 위한 생애 기본연구비 지원 등을 의미한다.
둘째로 실패 최소화에 주력한 관리·통제 위주의 R&D 체계가 자율·책임 중심의 신뢰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대다수 현행 R&D의 성공률은 95~98%로, 이는 기존 연구비 충당 방식인 PBS(Project Based System)와 관련이 있다. PBS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R&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1995년 연구기관 간 경쟁을 활성화해 생산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연구자들이 성과를 내기 쉬운 연구에 집중하는 결과를 불러와 이로써는 혁신적 기술개발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고위험 혁신형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 이에 맞춰 연구기획·관리·평가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셋째로 공공연구기관(이하 공공연)과 기업·지역 R&D가 변화한다. 대학과 기업에 밀려 단기·소형·현안 과제에 치우쳤던 공공연의 연구역량 성장을 위해 PBS 제도 등이 개선되며, 이는 안정적 인건비 지급을 통해 장기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권 처장은 “국가 R&D 예산 19조 중 8조가 (공공연의 한 종류인) 출연연에 투입되고 있다. 출연연이 국가 R&D의 핵심 주체라는 뜻인데, 현재 그 성과는 대학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로 PBS가 지적되고 있어 정부에서 PBS 근본 개편을 계획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출연연 인건비에서 PBS 비중을 낮추고 차차 (기관 자체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출연금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출연연 특성에 따라 출연금 비중을 차등 적용하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넷째로 산업계·학계·연구 분야 간 협업을 강화해 신기술의 사장을 막고 사회 문제 관련 기술개발을 확대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같은 생활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참여 프로그램이 확대되며, 관련 R&D 예산 또한 2018년 9,862억 원에서 2019년 1조 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R&D 혁신방안이 실천될 수 있도록 R&D 평가·일몰제, 예비타당성조사 등 투자 및 평가 시스템을 지속해서 개편할 계획이다. R&D 평가 일몰제란 그동안 각 부처가 종료 시한 명시 없이 수행하던 계속 지원형 R&D 사업의 타당성을 재평가해 점진 종료시키는 제도다.
연구 인력의 행정 부담 경감 및 처우 개선
과학기술 분야 대학 연구 인력의 권익 강화와 연구여건 개선을 위한 5대 과제가 선정됐다. 첫째는 대학 연구 인력의 연구 외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계획서에 세목 집행 내역을 작성하지 않고, 기재한 연구비 총액 내에서는 연구비 사용이 자율화된다. 종이 영수증 등 증빙 자료 또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권인찬 연구처장은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GIST 내부규정도 개정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둘째로 연구자 중심의 연구 행정 정착을 위한 점검 평가체계가 마련된다. 전기세, 공간사용료, 행정 인력 인건비 등 연구 간접비가 연구 활동 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별도의 계정으로 관리하고, 결산 내역을 ‘대학 정보공시’ 등을 통해 공개·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해당 기관들의 연구자를 위한 연구 지원 내역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개편한다.
셋째로 학생연구원 등의 안정적 처우 보장을 위해 GIST 등 4개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학생 맞춤형 장려금 포트폴리오 또는 근로계약 도입이 추진된다. 학생 맞춤형 장려금 포트폴리오 제도는 최저생활비를 균등하게 지원하는 기본 포트폴리오와 연구실적 등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추가 포트폴리오로 구성된다. 일반 대학은 R&D 규모가 큰 연구중심대학을 위주로 자율적 도입이 이뤄진다.
기획혁신팀 이석호 씨는 “연구실마다 수행하는 연구 과제의 수나 개인의 연구 참여 정도 등에 따라 대학원생들이 받는 인건비 금액이 다르다. 또 갑자기 연구 과제가 종료되거나 개인 사정에 따라 시기별로 인건비가 변동될 수 있다. 학생 맞춤형 장려금 포트폴리오는 기본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저 생활비처럼 경제적으로 안정된 대학원 생활을 보장하고, 개인의 연구 참여도에 따라 추가 포트폴리오를 통해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GIST에의 적용에 대해 이석호 씨는 “올해 하반기 중 기본 포트폴리오로 지급 가능한 금액을 최종 결정하고 전산시스템 구축, 학생 대상 설명회 개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초 적용을 목표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에 관해서는 “국가 R&D에 참여하는 학생뿐 아니라 모든 대학원생에게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또 (기본 포트폴리오에 대해) 박사과정의 경우 연차 구분 없이 기본 장려금을 지급하고 석사 1년 차와 2년 차는 차이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근로계약에 대해 권 처장은 “(대학원) 학생 연구원의 경우 사제 관계에 고용 관계가 추가됐을 때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고려해 근로계약 체결 대신 학생 맞춤형 장려금 포트폴리오를 시행할 예정이다. 대신 출연연은 근로 성격이 큰 학생연구원부터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학생연구원 등의 권익증진을 위해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인권센터가 인권침해에 대한 상담, 피해자 보호, 예방 교육 등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교육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최 윤 기자 choiyoon@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