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끌시끌해지기 전에 정말 다행히도 고향 친구들을 직접 만나 함께 정겹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고향 친구들은 일상적인 이야기들과 사소한 농담으로만 대화 내용을 채워도 허전함 없이 마음이 꼭 통하는 죽마고우로,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우리의 대화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대화 주제는 예전과 사뭇 달라졌던 것 같다. 비록 사회에 나와 현실을 마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들이지만, 우리는 몇 년 전의 우리 자신들보다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았다. 이제 현실을 직접 마주하고 미래를 스스로 그리는 성인이 되었고, 모두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 보다는 고민이 늘고 커져 버린 책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옛날엔 정말 시시콜콜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최근 들어 우리는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금씩 진지한 이야기도 꺼내게 되었다.
친구들과 나는 이제 서로 각자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된 고민과 그와 관련한 대화 주제는 놀랍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지, 이와 관련된 직업을 미래에 가졌을 때 행복할 수 있을지, 잘하는 것보다 관심 있는 것이 먼저일지 등등 주로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서로에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최근에 힘들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게 조금씩 위로 받고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꽤 어른스러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이제 시작하는 친구, 자신의 전공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 공무원 시험 응시를 고민하는 친구, 군 휴학 중인 친구, 대학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 그리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나의 이야기까지. 우리는 정말 각자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우리 모두 나름의 방황을 하고 있는 사실에 동질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친구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하기보단, 각자의 길에서 당장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찾아 하고 있다는것 사실이 내겐 크게 다가왔다.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는 방법은 친구마다 물론 각자 다 달랐다. 인턴쉽을 한다거나, 휴학을 하고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거나, 새 시험에 도전하는 등 방법은 각자 다 다르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앞으로 서서히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찾아서 도전하는 이 과정 자체가 우리를 한 단계 더 발전하게 한다는 것 역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지나치게 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됐다.
지금껏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많이 방황했던 나의 모습을 이번 기회에 다시 비춰본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스스로 찾아 차근차근히 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번 학기에 임할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새 일상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하는 더욱 능동적인 학생이 되기를 다짐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