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소판혈장 헌혈, 여러분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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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최정은 기자
삽화 = 최정은 기자
곽재원 학우가 50회 헌혈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4월 28일, 50번째 헌혈을 마치고 금장을 받았다. 7년 동안 헌혈의 집과 헌혈 버스를 들락거리며 여러 일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 10월쯤 헌혈의 집에서 혈소판 헌혈을 하면서 간호사님께 들은 말이다.

 

“요즘 B형 혈소판이 부족합니다. 가능하면 혈소판 헌혈에 자주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방문한 날이 혈소판이 유독 부족한 시기였는지, 목소리에 간절함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까지 헌혈을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헌혈 참여도가 올라가 적혈구제제는 적절히 확보되는 편이지만, 혈소판제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혈소판혈장 헌혈은 전혈보다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참여는커녕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혈소판혈장 헌혈은 주로 매체를 통한 공개적인 방식보다는 간호사가 헌혈자에게 직접 권하는 방식으로 홍보하는지라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헌혈, 그중에서도 혈소판혈장 헌혈을 알리려고 한다. 혈소판혈장 헌혈은 성분헌혈의 일종이며, 혈소판과 혈장을 채혈하고 나머지는 돌려주는 방식이다. 요즘에는 성분 채혈기의 성능이 좋아져 혈소판 단독 헌혈은 드물고 남성은 웬만하면 혈장까지 같이 뽑는 혈소판혈장 헌혈로 시행한다.

혈소판혈장 헌혈에서는 전혈에서 얻는 혈소판의 6배를 얻을 수 있어 혈소판제제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혈소판은 백혈병 환자 등에게 꼭 필요하며, 혈소판제제는 2022년 기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혈용 혈액제제다. 그리고 혈소판은 적혈구와 달리 유통기한도 5일로 짧아서 저장도 어려운 만큼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하지만 혈소판혈장 현혈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체중 조건은 50kg 이상이지만 보통 60kg 이상이 권장되고, 그 외 혈색소와 혈소판 수치, 혈관 상태 등 여러 조건이 있다. 추가로 여성은 임신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그리고 40분~1시간가량 바늘을 꽂고 있어야 하고 헌혈버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불편함도 있어 참여율이 낮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여러분께 혈소판혈장 헌혈 참여를 권하는 이유는,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도 아직 젊은 학생들은 가능할 확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백혈병 환자에게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희망이다. 비록 전혈보다 많은 시간을 쓰고 헌혈의집까지 직접 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분명히 그럴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작년 7월에 학교 주변 LC타워에 헌혈의집 첨단센터가 새로 생겨 헌혈의집 방문이 아주 편리해졌다.

혈소판혈장 헌혈은 헌혈자 개인에게도 전혈보다 좋은 점이 있다. 다음 헌혈까지 2달을 기다려야 하는 전혈과 달리, 혈소판혈장 헌혈은 2주만 기다리면 된다. 공군병 지원 등 헌혈 횟수에 따라 가산점이 붙는 곳에서는 확실히 유리하다. 그리고 헌혈 과정이 힘든 만큼 기념품도 더 좋은 것을 받을 수 있다.

헌혈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가장 큰 혜택인 혈액검사도 전혈과 똑같이 제공된다. ▲ALT(간수치) ▲B형 간염 ▲C형 간염 ▲인체T림프영양성바이러스 ▲매독 ▲총단백 ▲비예기항체 ▲혈액형 아형 검사 결과가 제공되는데, 비예기항체와 혈액형 아형을 제외하면 혈액검사 결과는 헌혈자의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검사는 보건소에서 따로 하려면 2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헌혈자에게는 이 모든 비용이 무료이다.

헌혈은 남을 돕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자긍심도 가질 수 있다. 혈소판혈장 헌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LC타워 주변에 놀러 갈 때 헌혈도 같이하고 오는 건 어떨까. 레드커넥트 앱을 깔아 헌혈을 예약해 보자.

곽재원
(19, 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