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투 (제4회 광주과기원 문학상 – 운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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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투

황다민(도전,25)

 

세상이 짜다

 

받는 돈은 같으나 물가는 올랐다

이웃 간 주고받던 정겨운 인사도

서로의 것을 기꺼이 나누던 정도

상대방을 생각했던 모든 배려도

값이 올랐다

 

주위의 모든 것이 짭짤하여

나는 그저 쭈그러들 뿐이다

조금 더 쪼그라들 뿐이다

 

이보다 더 짠 것이 있을까 하여

주위를 둘러보면

온몸이 부풀어 오른 이들이 눈에 띈다

 

그 부푼 배 안에는

누군가의 노력이

누군가의 희망이

누군가의 행복이

그득그득 차 있다

 

차마 내 배에는 담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다만 더 쪼그라들면

존재마저 사라질까 두려워

눈물로라도 간을 맞춰본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도

이미 생긴 기울기를 없애기엔 모자라서

 

언제까지 쪼그라들 것인가

바다라도 만들어야 할까

떠오르는 의문 위로

한 방울, 한 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