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가 두려워 자신을 부정하고 숨기기도 하고, 스스로가 자신의 신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좌절하는 이들. 어렵게 자신을 긍정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에 의해 자신을 부정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 소수자들이 그러하다.
존재를 부정당하거나 부정하고 불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물론 불쾌하지만, 이들은 좀 더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집단 린치, 강간,...
이번 겨울방학에 ‘세포물리생물학(Physical Biology of the Cell, PBoC)’이라는 Caltech 교원초청 계절 학기를 수강했다. Caltech에서 오신 Rob Philips 교수님이 진행한 일주일 단기 집중코스였는데 생물학적인 요소들을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 등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분석하고 배우는, 일종의 융합 수업이다.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물리전공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공개처형 제도의 부활
1757년 3월 2일, 파리의 그레브 광장에서 사람 한 명이 도륙 당한다. <암스테르담 신문>은 당시의 사건을 이렇게 보도하였다.
“드디어 그는 네 갈래로 찢겨졌다. 이 마지막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네 마리 대신에 여섯 마리의 말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불충분해서 죄수의 넓적다리를 잘라내기 위해 할 수 없이...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과거의 경험과 선택을 마치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들로 일관되게 편집하는 게 중요해진다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삶을 돌아보니 나의 경험과 선택에는 참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 뚜렷한 목표나 하나의 직업을 생각하며 달려온 것도 아니고 그저 선택의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지난 5월 9일 막을 내린 문재인 정부는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을 외면했지만, 독일은 용기있는 개혁으로 위기를 골파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은 ‘통일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1992년부터 통일 특수가 줄어들고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1993년에는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피폐한 동독 지역 재건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재정적자, 사회보험...
우리는 흔히 대학을 지성의 요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지성이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 넓은 뜻으로는 지각이나 직관, 고성 따위의 지적 능력”이라고 한다. 지성으로 인간은 지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대학은 문명의 유지와...
내가 경험한 우리 청년세대,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고 생각한다. 허나 왠지 모르게 친절함 이면에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더는 대학 강의실에서 옆자리 사람과 거의 대화하지 않는다. 서로 말 걸지 않는 것이, 무관심이 미덕이라 여겨진다. 상대를 철저히 존중해 버린 나머지 상대방은 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셈이다. 이런 현상을 ‘친밀성 상실 현상’이라 부르고 싶다....
기사작성의 부담에서 벗어나 2년 반 신문사 생활을 올해 1학기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자 오히려 기자가 지녀야 할 객관적인 자세로 <지스트신문>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학생 기자들이 수고해서 만들었다는 대견함도 있었지만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아쉬움이 더 많았다.
먼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창간 1주년 기획 ‘독자들이 바라보는...